서태지 인터넷을 주무르다[스포츠 서울]
.. 서태지와 인터넷 윤선영
저같은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맛보는 커다란 기쁨 중의 하나
는 나보다 뛰어난 인물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이죠.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들은 나와 직접
적인 연관성이 없다해도 그 존재만으로 벅찬 감동을 안겨줍니다.
제게 있어서 가수 서태지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음악세계에 공감을 하든 안하든 기존의 주류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하늘을 열어보인 그의 재능은 그 자체로 경외의 대상이죠.그런데 분야를
막론하고 이런 개세지재(開世之才)들의 특징중 하나는 대중과 커뮤니케이
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요샛말로 하면 타고난 마케터라고나 할까요?
저는 서태지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그는 여러모로 볼 때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지만 대중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에 타고난 감각을 소유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그런 서태지가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인터넷
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죠.
서태지컴퍼니에 따르면 서태지는 인터넷의 태동기때부터 무한한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그 관심의 첫번째 발현이 2000년 8월 컴백이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가요계 복귀를 발표했고 복귀이후 팬과의 최초의 만남을
인터넷을 통해 시도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서태지는 당시 다중 릴레이
방식을 이용한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했는데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5만명
이 동시접속해 인터넷분야에서도 이색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서태지는 복귀 이후 발표한 6집에서는 ‘인터넷 전
쟁’이라는 곡을 발표합니다.또한 지난 10월11일에는 자신의 공식사이트
인 서태지닷컴(www.seotaiji.com)을 오픈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서태지가 구상한 이 사이트는 90%이상을 오디오,
동영상,플래시로 구성해 서태지 자신의 머리 구조를 닮은 형태로 구현시
켰다고 합니다.
컨셉 또한 독특합니다.사용자가 최대한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다른 사이트와 달리 서태지닷컴은 중요한 아이템을 얻기위해서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미의 'Get&Enjoy’의 개념을 담아 접근을 시도한
사람의 노력과 감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는군요.
서태지의 이같은 인터넷을 활용한 컴백방식에 대해 일부 곱지않은 시선
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인기스타로서보다는 새로운 음악질서 창조자로
서의 이미지를 원하는 그가 자칫 ‘신비함’을 훼손당할 수 있는 TV나
신문같은 올드매체보다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비난이죠.
그것이 신비주의 마케팅의 일환이든,아니면 개인적인 기호의 발로이든
저는 서태지가 인터넷을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대찬
성입니다.아니,서태지라는 천재가 과연 인터넷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 자못 기대된다고나 할까요.
이번에 서태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팬들에게 보급한 ‘서태지 폰트’만
해도 저는 소식을 접하고 ‘역시 서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얘긴가하면요.이번 크리스마스에 서태지는 악필로 유명한 글씨체를
‘서태지 폰트’라는 컴퓨터 서체로 만들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
에게 보급했답니다.서울시스템이라는 회사와 5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완
성,크리스마스 메세지와 함께 팬들에게 선물한거죠.따라서 이제 서태지
의 팬들은 태지의 독특한 글씨체로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편지
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서태지폰트’를 반긴 이유는 인터넷 사이트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웹디자이너들에겐 안그래도 한글서체가 심각한 고민거리로 자리잡고 있
기 때문입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글은 기본형태가 4각형이라서 가독성
이 낮고 시각적 피로감을 안겨주는 구조인데다 영문은 기본단위가 1바이
트라서 표현이 자유로운데 반해 한글은 기본단위가 2바이트라서 표현에
제약이 많다고 합니다.
한글의 과학적인 구조가 배우고 사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시각적 아름다
움을 표현하는데는 제약이 많다는 거죠.거기다 영문은 널리 보급된 서체
만해도 수천종이나 돼서 별다른 디자인없이 글자 자체로도 디자인이나
로고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많은데 반해 한글은 현재 활용 가능한 서체가
200종 미만이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인터넷 태동기인 95년경만해도 인터넷용 한글 폰트 개발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고 정부에서 나서서 새로운 폰트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부도 관심을 갖지않는데다 업체입장에서도 채산성이 맞지않아
아예 서체 개발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서체개발업체들
도 요즘은 한글 서체개발은 중단한 채 수익성이 높은 중국어나 일본어 서
체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는군요.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있는 서태지가 자비를 들여
새로운 폰트를 개발했다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서태지 폰트’가 모쪼록 보다 아름다운 한글서체 개발 열풍을
몰고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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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추억]에서 『º외계인º의話』™님이 퍼오신 것을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