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여태껏 청운대 아래에 있는 원효 굴은 일반인들이 둘러보기가 상당히 힘들었는 데 작년에 714계단 에서 원효 굴까지 나무데크로 연장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오은사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오면 만나는, 아직 지도에 등재되지 않은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원효 구도의 길이 시작됩니다.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몇년전부터 작자미상으로 인터넷에 떠돌던 글인 데 ... 오도암의 누군가가 쓴 글이 아니면 표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산계곡 상류 ... 한동안 가물어서 물이 없습니다
재미를 올려 놓은 것인 지 소망을 올려놓은 것인 지 알 수 없는 돌탑 지나고
오도암에 도착합니다. 손수건 하나가 흠뻑 젖을 정도로 더위를 느낍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런 지 원래 더운 날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온통 알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일심, 화쟁, 무애의 원효가 창건한 절이 얼마나 많고 득도한 굴은 또 얼마이던 지! 도는 한 번만 깨쳐야 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번 깨쳐야 되는 모양입니다.
청운대를 등뒤에다 둔 멋진 풍광을 자랑합니다.
앞마당에는 꽃이 많이 보입니다. 하늘말나리
원추리
잔대 같은 데 에매합니다
부처꽃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쑥부쟁이
경내를 한번 돌아 보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드디어 공포의 714 계단을 만납니다. 이 계단의 끝에는 청운대와 하늘정원이 기다리고 있으니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땀 흘려가며 올라야겠지요!
나무 가지 사이로 바위벽에 붙어 있는 소나무
나무 계단길이 없었다면 오르기가 아주 어려웠을 너덜 길
암벽 등반의 흔적인 볼트
한걸음 오르고 계단 한번 쳐다보고 ...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던 초등학교 병아리의 얘기가 기억납니다 ㅎㅎㅎ
아래에서부터 530 계단째에 있는 시자(侍者) 굴입니다. 원효대사를 봉행하는 시자가 기거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660번째 계단에서 좌측으로 50미터에 있는 원효 굴. 전국에서 가장 접근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수도처를 말하라면 변산의 부사의 방, 이 곳 원효굴, 금오산의 도선굴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은 도선굴 이었지만 지금은 안전 철책이 있어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이 곳 원효굴 쪽도 작년 데크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변산의 부사의방 만이 유일하게 어려운 곳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도를 구하는 것이 백척간두에서 한발 내딛는 심정이니 자연적으로 힘든 장소를 찾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찾기까지의 당위성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효 굴로 접근하던 루트를 따라 나무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어 처음의 로프를 제외하면 길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앉아서 수도하면 될만한 곳입니다. 항상 드는 의문이지만 이러한 곳을 어떻게 찾았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오래전이면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우리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진 데 이렇게 절벽 중간에 숨어있는 이 바위 구멍을 어떻게 찾았는 가 하는 의문입니다. 우리라면 취미 생활하는 등반가가 찾았을 수도 있다지만 ... 아무튼 신기한 일입니다
맞은편 이 바위는 좌선대라 불리는 데 나무를 잡고 건너면 반대편 방향에는 모양이 의자처럼 생겨서 한 사람이 좌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원효 굴 앞의 풍광 한번 돌아보고
오래전 산우가 원효 굴에서 바로 청운대로 오른 코스를 상상해 봅니다.
714 계단길을 오르고 청운대 가는 길에 만나는 제단
장군바위 지나고 ...
청운대에 도착합니다. 표지석은 2020년에 만든 표지석입니다. 하늘정원으로 정상을 향합니다
하늘정원 가는 길목의 궁궁이
산꼬리풀
물양지
군부대 담벼락을 따라
하늘정원에 도착합니다. 조성한 지가 5년이 지났지만 식생이 정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자쉼터에서 요기를 하는 중에 구름이 넘어옵니다
잠시 구름이 주변에 자욱해지더니만 곧 흘러 가버립니다
노루오줌
기린초
진불암 갈림길 부근, 떡바위 가는 갈림길에서 건너편 풍광
원효 굴까지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길이 흐릿하지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시력 좋은 분들은 잘 보인다고 합니다
비로봉 아래에서 동봉 쪽
서봉 쪽
제천단
정상
정상 사진 한 장 찍고 되돌아 갑니다
하늘정원으로 돌아와
마타리
정상으로 연결된 주능선
청운대로 돌아가 기념사진 한장 찍고
하늘정원 주차장 쪽으로 하산합니다
갈림길에서 프로스트의 가 보지 않은 길 생각으로 작전도로를 따라가 봅니다
산길보다는 1.5km 더 돌아온 것 같지만 더 편하게 온 것 같습니다.
산행이 일찍 끝나 부근의 군위 삼존불, 제2 석굴암을 둘러보고 가기로 합니다
공영주차장
백접초
코로나 상황이라 멀리서 관람하고
부근의 서원에 왔지만 역시 출입이 되지 않습니다
여우꼬리풀
그동안 조금 밋밋한 모습이라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혼자 있어도, 무리 지어 있어도 늘 한결같고, 꾸밈없이 수수하지만 깔끔한 모습의 무궁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살아가며
찰나(刹那) 보다 짧은 영원도 보았고
영원에 비길만한 순간도 느꼈지만
아직도 길은 보이지 않고
찾는 게 무언지도 모르겠구나
그저 위안 삼아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도, 자랑스러운 것도
모두가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
남은 시간 변화는 알 수 없으니
오직 지나온 시간만이 불변의 진실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