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29, 삼성 라이온즈)의 돌직구 비밀은 뭘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오승환. 그의 능력은 5년 전인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정평이 났다.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오승환의 직구를 보고 "저런 공은 처음 본다. 마치 돌멩이를 던지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승환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5년 데뷔해 승승장구하던 오승환은 2009년 오른 어깨 근육 파열에 이어 2010년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깊은 수렁에 빠졌다. 대학 시절 팔꿈치 수술까지 더해져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2011시즌 보란듯이 일어섰다. 최소 경기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던 오승환은 2006년 자신이 세운 시즌 최다 세이브(47세이브)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언제부턴가 오승환 이름 앞에 '끝판대장'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오승환의 직구는 다른 투수와 다르다. 특유의 그립으로 회전력을 높여 공끝이 살아 움직인다. 이 때문에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직구로 정면승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가끔씩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직구 하나로 리그를 평정했다. '합법적 이중 키킹'으로 불리는 특이한 투구동작도 타자의 리듬을 빼앗는 무기다.
[2011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가운데).]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이 오승환의 피칭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1. 투구 분석에 앞서 올 시즌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준 오승환의 장, 단점을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오승환의 어떤 곳에서 파워가 나오는지, 또 약간 부족해 보이는 곳은 어디이며, 이를 보완하는 또 다른 좋은 점은 어떤 것인지 같이 공부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타자를 대하는 모습에서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자세다. 어깨를 쭉 펴고 우뚝 서서 타자를 노려보는 모습이 굉장한 위압감을 준다.
2. 왼발을 들어올리는 키킹동작은 매우 느리다.
서서히 가속도를 붙이는 과정으로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대부분 처음 키킹동작을 천천히 가져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러브를 낀 왼손이 조금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지만 발을 드는 동작과 리듬이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글러브의 위치가 높아 보이지만 손은 가슴 부위에 모아져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3. 투수로서 크지 않은 키(178cm)를 커버하기 위해 왼발을 최대한 높이 올려 힘을 비축하고 있다.
이때 항상 강조하는 축족(오른발)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무릎도 굽혀지지 않아 상체의 힘을 하체가 100% 지탱하고 있다.
이 동작에서 왼팔이 무릎 밖으로 나가면 힘이 분산되는데 오승환은 양 팔꿈치를 좁히면서 무릎 안쪽으로 넣고 있다. 즉 힘의 소비가 전혀 보이지 않는 파워풀한 동작이다.
4. 수직으로 올라간 중심을 뒤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축족의 무릎을 약간 굽히면서 엉덩이, 글러브를 낀 왼손을 차례로 2루 쪽으로 틀면서 자연스럽게 어깨가 돌아가고, 허리가 스프링처럼 꼬여 있다. 허리의 꼬임은 마지막 순간 파워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5. 엉덩이의 리드가 조금 빠른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상체의 기울기가 심한 편이다. 상체는 기울어 있지만 머리는 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전체적인 밸런스는 안정적이다.
이렇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면 던지는 손과 글러브 위치도 낮아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도 낮아진다. 공의 각도가 밋밋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런 흐트러진 동작에도 불구하고 몸통의 꼬임만은 잘 유지하고 있다.
6. 하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축족 허벅지를 잘 보면 강한 힘을 받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오른쪽 허벅지에 총 집결된 힘이 곧이어 왼발과 오른팔에 폭발적으로 전달될 것이 미리 그려진다.
7. 조금 흔들렸던 자세는 두 팔이 대칭으로 펴지면서 완벽에 가까운 폼으로 만들어졌다.
약간 낮았던 글러브가 어께 높이로 올라갔고, 동시에 뒷발이 펴지면서 힘을 앞으로 잔달하고 있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강하게 전진운동을 하고 있는데도 머리의 위치는 조용히 머물러 있는 것이 눈에 띈다.
8. 높이 올린 글러브를 아래로 당기면서 반대로 밑에 있던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리는 이상적인 위치 변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걱정했던 낮은 팔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파워포지션을 만들었다.
이러한 동작이 약간 투박해 보이지만(투박하다는 것은, 유연함보다는 힘으로 던지는 느낌이 강하다는 뜻), 무리 없이 자신만의 동작으로 잘 소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승환의 하체인데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함이 돋보인다.
9. 움직임이 전혀 없는 왼 무릎과 발이 강한 전진운동을 하는 상체를 굳건히 받쳐주고 있다.
이러한 하체의 안정감이 강한 공과 좋은 제구력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10. 개구리가 움추렸다가 높이 뛰어 오르는 것처럼 오승환도 공을 뿌리고 난 뒤 몸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더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 내려는 동작이다. 전체적으로 강한 힘이 느끼지는 투구 연속동작이다.
양상문(50, 前 롯데 자이언츠 감독)
1961년 3월 24일 생으로 부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5년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시절부터 명석한 두뇌와 위력적인 구위로 최고의 좌완 투수라는 칭송을 들었다. 특히 부산고 3학년때인 1978년엔 결승전 3경기를 모두 완봉승으로 장식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롯데와 청보, 태평양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1993년 은퇴할 때까지 9년 통산 63승 79패, 평균자책점 3.59의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의 석사 출신(고려대 교육대학원) 프로야구 선수란 타이틀답게 지도자로서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2004년 친정팀 롯데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인 2005년 만년 하위팀을 5위로 끌어 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롯데의 에이스 장원준과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강민호를 발굴해낸 주인공이다. 투수코치로 나선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대한민국 투수진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MBC sports+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