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캠프캐롤, 그 날 이후
왜관 미군기지 캠프캐롤이 고엽제로 오염된 시실이 알려진 이후 지난 11월 4일로 5개월 보름이 지났다. 지난 5월 16일 미군 퇴역병사 스티브 하우스 씨와 다른 한 명이 1978년 캠프캐롤에 근무할 당시 다이옥신이 함유된 고엽제 250드럼(드럼당 200리터)을 기지 안에 중장비로 묻었다는 사실을 미국에서 증언한 이후 반 년이 다 된 것이다.
그 동안 지역 주민과 시민 대책위가 나서 진상 규명과 발굴 조사를 끊임없이 정부와 주한미군에 요청했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나 주한미군 측에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흐지부지 여론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음인지 별다른 일 없이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 초청으로 7월말 미국에 사는 스티브 하우스 씨가 캠프캐롤 매립 현장을 찾은 것을 바탕으로 8월 초 시료를 채취하였으며 9월 중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정부 쪽이나 주한미군 측이나 여태 발표를 미루고 있다. 그 사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다 한미FTA, 한진중공업,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이 쟁점화하면서 미군기지오염 문제는 가라앉고 말았다.
그러나, 왜관에서는 작으나마 분명한 어조로 끈질기게 미군과 우리 정부에 요구를 하고 있다.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과 그밖의 맹독성 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 1만 배나 독성이 강하여 1그램이면 2만 명을 즉사시킬 수 있다는 독성 물질이 아닌가? 왜관 주민과 40개로 조직된 대구경북대책위는 지금도 외치고 있다.
○ 고엽제가 기지 내에 아직도 묻혀 있는가?
○ 다른 데로 옮겼다면 언제 어디로 옮겼는지 밝히라.
○ 기지 안과 기지 밖에 대한 토양 조사와 지역민들에 대한 역학 조사를 제대로 하여 결과를 발표하라.
○ 불법적 매립에 대한 해명과 오래 전에 알고도 그 위험성을 지역민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를 사과하고 보상하라.
왜관읍에서는 매월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불법매립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주민문화제’가 열린다. 지난 4일 저녁 7시에는 석전성당에서 <가을밤의 야단법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4명의 지역 가수가 서정적인 노래 3곡씩 열창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본당 신부는 “이 땅을 정화하고 인간의 생명을 정화하기 위해 이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민간 대책위 대표는 캠프캐롤 기지가 기준치의 4천배, 9백배, 6백배로 오염되어 있는데도 미군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한미 소파(SOFA 주둔군 지위협정)를 개정해야 조사할 수 있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역대책위 대표는 우리가 무시를 당하고 있으니 분노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노동건강환경연구소 소장의, 미군의 해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강연이 이어졌다. 2011.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