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후기를 대신 전합니다
스포 가득한 후기입니다 ;)
나는 얼마전에 한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조약돌처럼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고 방긋 웃는 아이를 보고있노라면, 많은 작품에서 보았던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세삼 몸서리가 쳐진다.
이 연극 또한 딸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자를 죽이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살인범과, 피해자임에도 부도덕을 이유로 오히려 세상에 손가락질 당하는 딸.
그런 딸의 명예를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발버둥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엄마의 모습에 감정을 이입해 보게 되었다.
엄마는 자식이 죽은 것으로 이미 세상은 지옥과 다름 없는데,
항소를 준비하는 범인, 모교의 명예를 위해 범인을 두둔하는 사람들, 모든 상황에 지친 새 아빠, 딸을 손가락질 하는 세상과 싸워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는데,
그 소중한 사람에 대한 소문이 나를 찌르는 가시가 되어 돌아오는 상황이란.
연극을 보는 내내 이 상황이 어떻게 해소가 될 지 궁금했는데,
초반 뻔뻔하고 오만하던 범인이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마음이 후련해지지 않았다.
죽은 딸은 돌아올 수 없고, 망가진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
정신이 쇠약해진 범인에게서는 어떤 사죄도 듣지 못한다.
다만, 또 다시 찾아온 소중한 희망을 안고 어떻게든 살아갈 뿐이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먼저 근 1년 반 만에 보는 연극공연에 너무 행복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극장에서 숨을 참고, 두 주먹을 꼭 쥐고, 연극 속으로 깊이 빨려들어가는 경험은 언제나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극장에 간다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배역에 몰입한 좋은 배우들이 코 앞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두근한 몰입을 느끼며, 현실세계에서 잠시 멀어져 또다른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의 연극이 너무 재미있는 연극이라 더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첫댓글 후기 감사합니다^^
읽어 내려가면서 공연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네요. 파김치님의 아내분의 후기를 읽으며 작품을 한번 더 복기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다소 선명히 와 닿지 않았던 부분들들이 보내 주신 후기로 인해 아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몇 분들과 함께 이 후기글을 나누어 읽어본다면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셨던 분들이 아하! 하고 부..아니 무릎을 치실것 같습니다.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셨다는 소식에 괜히 뭉클해지고,
그 나들이가 매우 성공적이셨다는 후기에 뿌듯해집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가보니 시간이 참 빠릅니다.
세상에 없던 존재가 어느날 번쩍 나타나 으앵만 하더니
"엄마보다 더 좋은건 이세상에 없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후울쩍 커버리는 시간이 정말 쏜 살 같습니다.
앞으로 더 조금만 더 담뿍담뿍 사랑 담아 시간을, 날들을 보내시다보면
두 손 잡고 아장아장 어린이뮤지컬을 함께 관람할 날이 오겠지요
한울림 미래 잠재적 고객님을 위해 컨텐츠를 개발해보아야겠습니다^^
p.s후기 이벤트 당첨 되시면 어찌 될까요? 극장 나들이 2탄이 되시는건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