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시어머님과 함께 살았는데
대구분인 시어머님과 서울사람인 며느리 사이에
가끔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있었다
부추를 정구지라고 하시고
초고추장을 윤집이나 초집이라 하시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중 다른요리를 같은 이름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할 쇠고기무국과 육개장에 관한 에피소드다^^
신혼초 어느 날인가..
'쇠고기국이나 끓여먹을까' 하시길래
'저 그거 잘 끓여요' 하며 호기롭게 나서서
저녁에 쇠고기국 끓이고 몇 가지 반찬해서 저녁상을 봤다
그런데 밥상을 둘러보신 어머님은 '야야, 쇠고기국은 어딨노?"하시는게 아닌가?
쇠고기국을 앞에 두고 쇠고기국이 어딨냐 하시니...@@
어머님이 말씀하신 쇠고기국은
서울에서 육개장이라 하는 것과 비슷한
뻐얼건 매운 고깃국이었고,
내가 생각한 쇠고기국은
보통 쇠고기무국이라고 하는 맑은 고깃국이었던 것이다^^
대구가 시댁인 동생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해서
둘이 한참 웃었는데-
대구 사람들은 이 육개장같은 쇠고기국을 아주 즐겨먹고
특히 울 남편은 이 국을 매우매우 좋아라해서
어머님은 살아생전 아드님 생일에도
쇠고기국을 끓여주시곤 했다
올해는 나도 남편 생일에 빨간 쇠고기국을 끓여주고자 했으나,
준비를 못한 관계로ㅜㅜ 아침에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생일 당일에 준비해 그날 저녁에 먹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
모든 음식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하고
하나로 두개 이상 요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실속추구파가 아니던가?
그 어려운 국을 준비하면서
육개장 하나만 만들 턱~이 있겠나?^^
그래서 시어머님과 같은 이름으로 착오를 일으켰던
그 쇠고기 무국과 적은 양이나마 장조림 반찬을 함께 만들어 보았다
마침 고기양이 제법되어서 장조림까지 만들 수 있었다
요건 한번에 세가지를 만든
1타3피이니 더블플러스 요리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1단계 쇠고기무국 만들기>
1.국거리 한우를 찬물에 담가 핏물제거를 한다
최소한 1시간 이상 담가두는데 중간중간 서너차례 물을 갈아줘야 한다
2.다시마와 통후추, 큼직하게 썬 무를 준비한다
3. 큰 냄비나 들통에 핏물을 제거한 쇠고기와 무, 다시마, 통후추를 넣고 뚜꺼을 연 채센불에서 끓인다
4.한번 부르르 끓고나면 중물로 줄이고 대파와 통마늘을 넣고 국물이 졸때까지 은근히 끓인다
중간중간 거품이나 기름기를 제거해준다
5. 1시간 가까이 끓인 후 무를 꺼내 육개장에 넣을 무를 남겨놓고
먹기좋은 크기로 썰고 대파도 잘게 썰어놓는다(국물에 넣은 파가 아님)
6.고기도 꺼내 잘게 찢어 육개장과 장조림할 것을 남겨놓고
국간장과 다진마늘로 조물조물 무친다
7. 작은 냄비에 쇠고기 끓인 국물을 담고 무와 파, 양념한 고기를 넣고 한번 더 푸르르 끓인다
8.쇠고기 무국을 대접에 담아낸다
육개장을 못 먹는 아이들이 있으면
육개장 만들 때 만들어 놓으면 좋다
아무래도 육개장을 끓이면 몇 끼씩 먹어야 하므로
요렇게 쇠고기무국을 빼두면(!)ㅋ 육개장과 번갈아 먹을 수 있어
덜 질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갈은 고기로 간단히 만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육수를 내서
쇠고기무국을 끓이면 더 깔끔하면서도 진하고 깊은 쇠고기무국을 먹을 수 있다
<2차 육개장 만들기>
1~4까지는 쇠고기무국 만들기와 동일하다
5. 고사리와 토란대를 준비한다
*마른 나물 손질하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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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고추기름을 준비한다
① 먼저 기름을 끓인다
②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넣는다
③기름만 체게 걸러내면 고추기름 만들기 끝!
7.고사리와 토란대에 다진마늘, 고춧가루, 국간장, 고추기름 등을 넣고 무친다
8. 손으로 찢은 고기 중 장조림거리는 남겨두고
다진마늘, 고춧가루, 국간장, 고추기름 등을 넣고 무친다
9.대파를 5-6센치길이로 썰고 다시 세로로 2-3등분으로 썬 다음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10.고사리와 토란대, 고기 양념한 것을 넣고
중불에서 1-20분 쯤 더 은근히 끓인다
11. 고춧가루에 버무린 대파와 육수낼 때 쓴 무를 넣고 10여분 더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육개장도 끝~^^
시어머님이 끓이신 쇠고기국은 보통의 육개장처럼 고사리, 토란대 등 나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국물을 유독 밝히는 아들을 위해 건더기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게 특징이었는데
고기를 듬뿍 넣고 대파와 콩나물, 굵은 무채만 넣어 진하고 시원하게 끓이셨다
고기를 밝히는 애들땜에 장조림으로 만들려고 남겨둔 고기의 일부가
육개장으로 더 투입되어야 했다ㅜㅜ
제 엄마는 물에 빠진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데...ㅠㅠ
<3차 장조림 만들기>
1~4까지는 동일하다
5. 삶은 고기를 손으로 찢어둔다,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둔다(9분쯤 삶는다)
6. 진간장, 배즙, 매실즙, 올리고당을 한데 넣고 끓인 후 5의 고기를 넣어 중간불에서 졸인다
7. 삶은 계란을 넣어 간장에 굴린다
배즙과 매실즙을 넣어 짜지 않게 졸여진 장조림~
장조림만 따로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는데
육개장 만드는 김에 만드니까 거져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밥에 비벼먹고 손으로 집어먹고 어느새 사라진 장조림~
첫댓글 창밖에 바람이 싸늘한데 이런날엔 소고기국밥 한그릇 말아서 뚝딱 해야 제맛인데요...ㅎㅎ
소고기 무국에 조개살 함께 넣어도 시원하고 맛있답니다...^^*
조개살만으로도 게운한데 소고기무국에도 넣으면 어떤 맛일지..잘지내시지요~~
어릴적 먹은 무국 맛이 나지를 않더라구요. 나이 먹어 입맛이 없어 지나 봐요. 잘 지내시죠? 방송스케치는 봄이 왔는데 겨울 잠을 계속자내요.
무를 고기처럼 길게 썰어서 하는데..오랜만에 오늘은 소고기 무국을 끓여볼까요~`
고기처럼 길게? 음식의 대가인 아우님이 그러신다니 한번 해봐야겠어요. 체 썰듯이 길게 굵게 썰면 되나요?
와우!정말 글도 맛깔스럽습니다..우리집은 친정어머님표 토란대,시댁형님표 고사리 넣어 육개장 끓이는데 둘이 먹다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답니다..근데 자주 몬해 먹어요..ㅎㅎ
무 넣고 끓인 소고기 국 서울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우리도 초집에 브로컬리도 찍어먹고 오징어 데친 것도 찍어 먹어예..쩝..ㅎㅎ 고맙습니다..^^*
무국두 맛있구 ~~ 육개장두 맛있구~~~ 장조림두 맛있구 다~~ 먹구 갈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