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1
기분 좋은 출발
오늘은 오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제 산책을 가서 종훈 씨가 힘들어했던 모습을 보니 오늘은 종훈 씨를 쉬게 해드리고 어제 나갔을 때 내가 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당황하는 종훈 씨의 모습을 보고 혼자 공방을 돌아다니면서 동선을 생각해 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종훈 씨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손 인사도 하고 웃고 하는 모습을 보니 '아 오늘 나가서 가까이에 있는 공방부터 돌아다녀 보자, 안된다면 그런대로 사회사업을 잘하고 있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군산대 근처에 있는 길미F&A라는 요리 공방에 갔습니다. 버스 기다리는데도 어제보다 많이 시원했고, 종훈 씨는 어제보다 더 편안하게 이동했던 거 같습니다.
종훈 씨랑 두 명이 가기 조금 그래서 혼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공방 앞에 가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떨렸습니다. 나름대로 대본도 준비했고 실패해도 사회사업이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울 거로 생각했는데 아녔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없던 요리 공방이었고, 종훈 씨가 간식 먹는 걸 좋아해서 꼭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방 체험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저는 한 달 동안 종훈 씨와 같이 있습니다. 그 안에 종훈 씨 어머님도 뵈러 갈 건데 종훈 씨가 간식을 많이 좋아해서 어머님이랑 같이 드실 수 있는 간식 만들고 싶습니다"
"아 일단 오늘 초코과자 만든 게 있는데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던 종훈 씨가 맛있는 과자를 먹고 조금 편안해진 거 같았다.
"현미 쌀 하고 백미와 다크 초콜렛을 버무려 붙인 거에요 어렵지 않습니다. 맛있게 드시네요!"
"하시는데도 크게 어렵진 않을 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말씀하시는 것도 다 잘 알아들으시고 한번 보여주시면 따라 하는 것도 굉장히 잘하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러면 어머님 선물로 드리기에는 오븐 떡이 좋을 거 같아요. 쿠키처럼 보이는데 먹으면 안에 떡인 오븐 떡 추천해 드려요. 쌀가루로 만들어서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가 잘 나온 거 같아서 뿌듯했다.
"저도 이게 사업이다 보니 장사치죠 근데 웬만하면 센터 아이들이나 좀 불편하신 분들한테는 조금 애착이 있으셔서 더 챙겨주려고 하거든요. 섭섭하지 않게 잘해드릴 테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는 종훈 씨를 장애인으로 보지 않으려고 일반 시설 이용하려고 하는거라서 너무 부담 안가지셔도 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저번 나눔 시간에 전유나 팀장님께서 한번 더 알려주신 '평범하게 합니다.'라는 복지요결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너무 기분 좋게 잘 마무리하고 나왔더니 종훈씨도 기분이 좋았나 보다 한상명 선생님이 "종훈씨 기분 좋아보이네"라고 하셨다.
카페가서 오늘 있었던 일 한상명 선생님께 자랑하고 커피 맛있게 먹고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 자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좋은 소식 있어서 알려드리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오늘은 군산대 근처에 있는 공방에 다녀왔습니다! 종훈씨가 간식 좋아하는 거 같아서 요리공방을 찾아서 다녀왔는데 선생님도 좋으시고 흔쾌히 잘 해주신다고 하셔서 목요일날 가보려고 합니다!"
"저랑 있을때 뿐 아니라 종훈씨와 잘 맞는다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나중에 어머님도 만들어 드리자고 하니 활짝 웃더라고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둘레 사람들에게 알려드려서 복지 요결의 '당사자와 둘레 사람이 함께 하게 돕습니다.'에 초첨을 맞췄습니다.
첫댓글 기분 좋은 출발이었네요... 고맙습니다.
오전에 고민이 많았던 하루였지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정을 바꿔야 할지,
오늘 어떤 활동을 해야 박종훈 씨에게 더 좋을지
고민하는 노상우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열심히 고민했기에 오늘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종훈 씨랑 두 명이 가기 조금 그래서 혼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지원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으면 박종훈 씨가 더 유별나게 보일 것 같아
공방에 들어가는 일은 박종훈 씨와 노상우 선생님의 몫으로 맡겼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공방이 많이 떨렸을텐데,
노상우 선생님의 발걸음이 참 귀합니다.
"저는 한 달 동안 종훈 씨와 같이 있습니다.
그 안에 종훈 씨 어머님도 뵈러 갈 건데 종훈 씨가 간식을 많이 좋아해서
어머님이랑 같이 드실 수 있는 간식 만들고 싶습니다"
노상우 선생님이 공방에서 참 잘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뭘 만들면 좋을까요? 라고 묻지 않고
어머님과 같이 드실 수 있는 간식이 무엇일까요? 물으니 감사합니다.
공방이 끝난 후에는 어머니께 연락 드렸네요.
단기사회사업 둘레 사람인 어머니와 함께 하려는 마음이 귀합니다.
박종훈 씨의 어머니도 아들이 모습이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