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란 무거운 것부터, 거의 모든 소설의 주제 "사랑"을 밑자락에 깔고, "인기"라는 다소 가벼운 듯한 주제까지 다루고 있는데, 텔레비전의 음악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친근한 박칼린 씨를 모델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재수를 하던 한 학생의 눈에 그 당시 생소하던 국제결혼 가정이 들어오고, 그 가정의 딸이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왕따를 당하는 장면을 깊이 간직하던 한 남자와 그 아이 '금발의 재니'로 기억하던 "혜련" 사이의 이야기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혜련, 혜련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한국인임을 심어주기 위해 국민학교(초등학교)까지는 한국에서 살고자 계획했지만, 아이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한국에 온 것처럼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만남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단순하게 한국인의 정체성 또는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정체성은 나에게서, 나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밖에서부터 주어지는 것인가
인종적 열등감과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인 갈등은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원래 나만을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한가
금발의 한국 여자로서 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개인의 관계에서 문화가 지배하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남녀 간 사랑의 범위와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고독은 공간을 수단으로 삼는 추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밀도와 관련이 깊은 어떤 물질이다. 108.
모든 만남은 선택의 시작일 뿐, 미리 선택한 뒤 만나지는 않아요. 257
저는 정체성이란 돌아보는 게 아니라 앞을 바라보는 개념이고,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아가기 위해서 가다듬어 보는 자기 파악의 노력이라고 봐요. 294
나의 조국은 음악이고 내 동족은 내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다. 거기서는 생물학적 정체성이나 혈통의 조국처럼 인종과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296
소설은 2011년에 처음 선보였다가 2022년 신판으로 나왔다. 리투아니아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는데, 이 기억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