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자세로 올바른 사회복지역사 만든다
지역주민 욕구 충족 프로그램 개발 등 ‘아름다운 동행’…최우수복지관 선정 ‘영예’
10월 21일 아침 8시 30분. 집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다소 가까운 거리라 생각하고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출근길에 올랐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장한평역까지 정확히 2정거장. 출근시간대가 조금 지난 뒤라 다소 여유있는 지하철을 타고 장한평역에서 내렸다. 그리곤 그 전날 메모해 둔 장안종합사회복지관 가는 길을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일단 2번 출구로 나가자.
나온방향으로 국민은행이 나올때까지 걸었다. 예상외로 국민은행은 지하철역과 그리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은행이 나올때까지 또다시 직진을 해야만했다. 끝도없이 펼쳐진 인도에서 간판 하나하나 둘러보며 무작정 걷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우리은행은 어딨는거야?” 그 즈음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의 우리은행 간판. “이제 다와 가는구나.” 근데 좀 더 속도를 내야했다. 이미 지하철역에서 내릴때가 9시 10분 전. 이 속도로라면 9시 약속에 늦을게 불 보듯 뻔했다. 복지관 홈페이지가 일러준 J-MART까지 찾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깊숙이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장안빗물펌프장. 둘러봐도 복지관은 없었다. 그러던 찰나 내 시야 끝에 자그마하게 걸리는 ‘장안종합사회복지관’ 건물. 거리상 얼마 안되는 줄 알고 여유를 부리다 걷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결국 약속시간 10분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동대문 최초의 사회복지관으로 기록
주택가에 위치한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의 첫 느낌은 ‘깔끔하다’. 1993년 개관한 이후 지난 2006년 리모델링을 실시했기 때문에 실내가 화사하고 깨끗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안내데스크에는 2명의 직원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한켠에 마련된 3~4개의 테이블이 있는 휴게실에는 할머니 3~4명이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먼저 들른 곳은 2층 사무실. 지역사회조직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수진 복지사를 만나 인사부터 나눈 후 물었다. “복지관이 왜이렇게 조용하죠?” 아직 이른 아침이라 이용자가 많이 없다는 그는 점심시간이 지나야 그래도 조금은 시끌벅쩍해진다고 전했다.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1921년 마이어스 선교사가 복음전도와 여성교육, 사회사업이라는 세가지 기본이념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온 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복지시설 태화종합사회복지관을 모태로 하고 있다. 현재 장안사회종합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감리회 태화복지재단에서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동대문구 최초의 사회복지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1991년 착공한 후 1년 여 뒤인 1993년 1월 16일 사무실을 개설해 재가복지사업을 필두고 사업을 시작한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올해로 꼭 15주년을 맞았다.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복지관 설립 당시 장안동과 답십리를 대상으로 지역사회 실태와 주민욕구조사를 실시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이 것은 동대문구 최초의 사회복지관으로서 지역주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적절하고 유용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진 복지관은 지하에는 집단활동실 3개실과 식당, 기계실이, 1층에는 집단활동실 1개실과 주민사랑방, 강당 등이 있다. 2층에는 집단활동실 1개실과 관장실, 사무실, 상담실, 장애아동방과훅교실, 인지학습실이, 3층에는 집단활동실 2개실과 놀이활동실, 언어교육실, 단해가족상담실, 음악활동실, 컴퓨터실, 방과후 교실 등이 마련돼 있다. 사회복지사 16명을 포함한 전체직원 34명은 일일 평균 200여명의 이용자들을 위해 보다 나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 아동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
설립 초기 복지관은 장애인․노인․소년소녀가장․한부모가정 등 가족 기능이 약화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인적․문적 자원을 동원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가족기능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무료이미용서비스, 무료진료, 반찬배달서비스, 이동목욕 서비스 등 기존 복지관에서도 운영하지만,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지원도 빠트리지 않았다.
또한 자원봉사자 교육 및 자원봉사자 간담회 등 지역내 인적자원을 양성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지역복지사업을 펼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아동들을 위한 공부방과 아동 서예․미술교실, 성인들을 위한 서예․컴퓨터․노래교실 등의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개별학습과 진단지도 프로그램 등 지역주민 욕구에 부응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재가복지사업을 기반으로 그 사업의 내용과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의 특성화사업은 뭘까.
김수진 복지사는 “현재 지역사회보호사업이나 지역사회조직사업, 교육문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가족복지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가족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의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가진 아동의 적응능력 향상을 위한 생태체계적 접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명 FH프로젝트(Family power, Happy community)로 불린다.
이는 지난 2005년부터 장애아동 뿐 아니라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으로 학교생활 및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동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포착한 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청사업에 ‘FH 프로젝트’를 공모해 현재 프로그램을 운영중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별 및 집단 심리치료, 놀이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집단프로그램 등 치료프로그램 및 집단활동, 멘토지도를 통해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의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교육 및 가족상담을 실시함으로써 어려움을 가진 아동가족의 역량강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아들의 언어치료를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는 A씨는 “아이가 다섯 살이됐지만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해 걱정하던 찰라에 동사무소 소개로 복지관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아직 몇 달되지 않아 크게 달라진건 없지만 주위에 같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1 치료를 통해 많이 호전되고 있다고해 희망을 가져본다”고 이야기했다.
김 복지사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과 가족들이 모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또한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가진 아동과 가족에 대한 개입이 기존의 계획보다 보다 많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위해 더 높이 더 멀리 날다
▲ 장안종합사회복지관 34명의 일꾼들은 현장중심형 유영덕 관장의 진두지휘아래 장안주민복지서비스 개선에 힘을 한데 모으고 있다.
예비사회복지사의 성장과 취업준비를 위한 ‘돋움학교’도 눈에 띈다. 지역사회조직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돋움학교는 예비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현장을 경험하고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현장에 접목될 수 있는 사회복지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김 복지사는 “현재 사회복지학과를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실습과 자원봉사 등 여러과정을 통해 사회복지 현장경험을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배운 사회복지의 이론적 지식, 그리고 가치와 철학 등을 사회복지현장에서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습과 자원봉사를 통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 학생들이나,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사업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사업은 장안종합사회복지관 미션 중 하나인 ‘사회복지리더’에 걸맞는 실천사업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복지리더라는 것은 잘난척하며 나서겠다는 의미가 아닌 겸손한 자세로 먼저 반성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면서 올바른 사회복지의 역사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다.
김수진 복지사는 “여러 학습과정을 통해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예비 사회복지사들이 잘 성장해 미래의 사회복지를 이끌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복지사업도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초창기 자원봉사사업은 각 사업 담당자가 필요인력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1995년 이후 학점관련 중학생, 대학생의 꾸준한 확대와 지속적인 참여, 직장인의 자원봉사요청 등으로 자원봉사인력이 증가됐고, 자원봉사자관리의 필요성도 함께 대두됐다.
이에 따라 복지관은 1997년 이후 체계적인 자원봉사자관리 방안으로 자원봉사자 사전 및 보수교육, 감사잔치, 야유회, 간담회 등 다각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 이후에는 자원봉사자 모집과 관리를 더욱 체계화시켜 질적인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은 장안종합사회복지관. 지난 2003년 서울시 사회복지관 평가서 ‘우수복지관 및 우수프로그램 개관’에 선정되는가하면 2006년에는 최우수복지관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장안종합사회복지관 유영덕 관장은 “첫 마음을 기억하며 겸손한 자세로 지역사회 복지증진을 위해 더 높이 더 멀이 나아갈 것”이라며 “더 나은 30년, 발전된 50년을 맞이하기 위해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더욱 깊이 정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처 -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