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전등
어수룩한 하늘과 땅을 지켜주는 지기
달 없이 도시만이 저며진 도시에는
하여간 마주해야 할 이질과 소외가 있고
전봇대에도 나이테가 숨어살지
벗겨진 금속 피부가 무심히 드러나네
도심에 있는 가로등
우상을 따라가다 타버리는 곤충의 삶
눈을 감고 상실을 더듬는 습관
미련이 낀 검은 손때 자국
누덕누덕 사람 찾는 전단지
타국의 언어로 기약했던 활자는
오랜 실종자를 찾는 거겠지
한껏 끌어안던 오렌지 전등이 굴러떨어져
길바닥은 오렌지 유리가 퇴적된 화석
그 위로 내딛은 걸음이 예측한 고난
도처에 펼쳐진 베일은 아늑해라
낮달에 아침은 밤으로 익어가고
돌고 도는 구닥다리 풍문은 몇 닢 가치뿐
오렌지빛 필름을 잃어버릴 확률은
가로등 밑에서 100%으로 수렴
한때 추억을 그곳에 낳았지만
소매가 닳도록 상실을 비비적거린다
필름이 구겨져도 색은 여전해서
아무래도 오래도록 우리는 말이다
원초적인 그리움을 갈망할 처지라
도치의 셈법
도량형을 맞추려는 인류는 바보
아직 통일되지 못한 단위와 고집
서로 다른 바가지로 퍼 올린다
뒤늦게 밝혀진 오차가 야기한 추락
화성 곁을 돌라고 쏘아 올린 별님의
눈부신 추락을 실시간으로 지켜봤기에
이리도 슬플 일이 어디 없겠지
다들 그 자리에 서서 잠시 굳었다가
휴지를 뽑아 눈물을 척 훔쳤다
슬프지 않은 사람도 슬픔을 따라했다
슬픔을 앞당겨 상대하는 인류의 도치법은
국민대표가 개정해야할 마땅한 악법
다르기만 한 도시의 셈범
우리가 하지 않는 짓은 침범
유일하기에 고유해서
핑계로 도외시하는 통일
도외시해온 도시의 다른 온도
유리창을 기준으로 갈라섰던 사상
포부를 입김으로 적었다
“야망이 있어도 왜 어릴까?”
창문 양면의 온도가 달랐는데
뜨거운 부유함은 반성이 없고
싸늘한 빈곤은 무기력해서
열평형 따윈 없는 개념이었다
오토바이에 찬 바람 잘 날 없고
현 위치는 부끄럽게도 뜨겁기에
상기된 양 볼과 타오르는 보일러
버튼 하나로 손쉽게 올리는 세계의 온도
뜨거운 부유함은 무기력한 빈곤을 상대해야한다.
거북한 의무가 아닌 사랑해 볼 권고
유리창이 깨지면 미지근해질 날도 오겠지
어서 오라고 하기엔 멀리 있는 실천
초록 말은 달릴 때 플라스틱을 흘린다
초록 말에 멋대로 붙인 용접
플라스틱 기수의 등살엔
아이의 동전이 걸렸다
꼭 쥔 라이터는 치가 떨린다
뜨겁게 해방해 주고 싶은 바람
3, 2, 1 되뇌는 초조하기만
지독한 악취와 초록 눈물은 독극물
라이터는 하지만 새건데말이다
거짓된 발화의 온도는 36.5도
한낮의 불장난과 스치는 주마등
온갖 날의 참회여 타올라라
불완전 연소의 사유는 거짓 글음이라서
누구도 선뜻 소방관을 부르지 못했다
안한건지,못한건지 시시비비는 비켜라
착각으로 불타는 것도 부정한 떼의 정화
동전이 공중분해된 아이는 녹마를 버렸다
초록 말들도 원죄가 없어요
책임을 져야 끝날 러시안룰렛
1/6, 1/5, 1/4, 1/3, 1/2, 1/1 마침내 당첨
영영 도망치던 이에게 자장가를
엄한 한 번의 화약 소리가 있곤 했다
TV에서 본적이 있다 격발 시 옷에 화약이 남는다고
소방관과 경찰관이 오면 긴히 귀띔해야겠다
거짓 발화가 있었고 러시안룰렛이 한 바퀴 돌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