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준공 안내판 ‘과객’ 유감
안내판 세울 때 전문가와 상의해야
이모준 공 비석 앞 안내판에는 ‘과객(과거 보는 사람)’과 ‘行旅人(행려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과객은 한글과 그 뜻을, 행려인은 한자와 한글을 각각 표기해 놓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식으로 표기하기보다 차라리 행려인도 한글로 쓰고 그 뜻을 괄호 안에 표기함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과객이란 표현도 영 이상하다. 한문으로 된 비문이나 한글로 된 비문에도 과객은 등장하지 않는데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문구일까? 과객은 科客(과거 보는 사람)만이 아니라 過客(나그네)란 뜻도 가지고 있다. 그 중 과객을 科客의 뜻으로 해석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만일 과객이 과거 보는 사람이라면 이 또한 이치에 어긋난다. 당시 과거를 보려면 한양으로 가야 하는데 섬밭마을을 거쳐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또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모준 공은 조선 말기인 1878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돌아가셨다. 비석은 비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공이 생존해계실 때인 단기 4264년(1931년)에 세워졌다. 과거가 고종 31년인 갑오개혁(1894년) 때 없어진 사실에 비추어보면 백 번 양보해도 과객은 나그네나 행려인과 같은 뜻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리적으로나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과거 보는 사람’을 언급한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그 이유를 찾아 안내판 내용을 바로잡는 길이 고인과 더불어 후손들을 위한 길이라 여겨진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게 앞으로 각 유적과 기념물 앞에 안내판을 세울 때 전문가와 충분히 검토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