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얼린 소리가 좋아서 선택한 곡인데, 흠 암튼 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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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한강에서 차한잔...
사람은 새벽이면 심심해지는가 보다. 사람은 새벽에는 잠을 자던가 책을 읽던가 뭔가 자기 할 일이 있다면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새벽에 몽상에 가까운 망상에 빠지면 자기 혼란이 일어난다. 더구나 동이 터 오기 직전, 밤과 낮이 바뀌는 지점을 목도하는 순간은 사람의 심경도 바뀌는 순간이어서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워진다.
이러한 숱한 새벽의 시간을 보내면, 새벽이 주는 그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여차저차해서 새벽에 모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글세요는 한강 둔치 주차장에 차를 파킹했다. 길을 잘못 들어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주차장이 바로 옆인데, 진입할 길이 없어서 얕으막한 곳으로 내려가 주차장에 차를 가져다 놓았다. 이럴 때 '이상한 나라의 폴의 요술봉이 있었으면 '작아져라 차야~뚝딱! ' 했을텐데 아쉬웠다.
차는 한쪽 바닥이 쿵 부딪혔으나 별 이상이 없는 걸로 우리끼리 안심하는 것으로 합의 했다. 아쉬운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와인은 있는데 와인 오프너가 없었다.
"차에 와인 오프너도 없냐~~ 하나 꼭 챙겨 놔라~" . 화장실이 너무 멀었다. 글세요는 차를 돌려 화장실 근처에 차를 다시 옮겨 놓았다. 그래, 이제 다 세팅 되었다. '글세요'는 차안에 찻자리를 세팅하였다. 두 여자는 말했다.
"오~~완벽해! "
"그럼요, 제대로 갖춰서 마셔야지요~"
찻자리가 충족할 것들을 갖춰서 차를 마시는 풍경은 언제라도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그 시간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소용돌이 치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을 회향시키고, 지금 이 시간과 이 찻자리를 즐긴다.
그렇지 아니한가... 사방은 어둡고 그 어두움 속에서 도시의 불빛들은 별처럼 배경을 만든다. 강바람은 시원하면서도 차갑고, 하늘에는 밤 구름들이 떠돈다. 이 차 한 잔이 있어서 이 새벽에 이리도 충분한 것을.
그것만 가슴으로 가져가면 될 일이지, 더 많은 세상사에서 오는 자기 이야기는 접어두어도 될 일이다. 이 시간 그 자체가 우리의 모든 이야기들을 이미 들어주고 있음이다. 인간이 연결되고, 그 연결됨에 각각의 정성과 신뢰가 깃들어 있다면, 이미 모여 찻자리를 같이 누리고 있다는 그것이 인간에겐 가장 큰 이미 위로이기도 하다. 그러니 언제라도 찻자리는 사전에 준비되어진 형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제를 사유하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찻자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 아침이 되자,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자 새벽에 한강에 펼쳐진 판타지는 거두어져 버렸다. 다시 현실이다. 삶이 다시 고개를 치켜 든다. 그럴때, 사람의 감관을 단속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이 숙성되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밝아오는 아침에 알게 된다.
*자신의 차에 차도구를 늘 준비해서 다니는 글쎄요 덕분에 새벽에 한적한 시간 잘 보냈다. 연조홍차를 마시고 홍춘홍차를 마시고 백차를 마셨다. 맑은바다는 오늘이 휴일인데 더 바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휴일에 볼일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휴일은 쉬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차한잔!
*201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