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학회장님의 카톡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
1759년 조선의 21대 임금 英祖는 66세의 나이에
15세 소녀를 계비로 맞아들이니 이 여인이 바로 그 유명한 정순왕후다.
당시 66세면 손자는 물론이고 증손자도 있을 나이다.
실제로 정순왕후의 아버지 김한구는 37세, 할아버지 김선경은 62세였다. 결혼 당시 물론 두 사람 모두 생존해 있었다.
조선 개국 후 치른 국혼 중에 가장 나이 차가 큰 혼인이었다.
영조가 후궁 중에서 왕비를 뽑지 않고 굳이 새 왕비를 간택한 이유는
숙종 때 후궁이었던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모함해 왕비자리에 오른 폐해를 우려해서다.
정순왕후를 간택할 때의 일화.
세 규수가 최종후보로 남게 되었고 영조가 친히 물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고?”
다른 규수들이 “한강입니다” “동해바다입니다”
라는 답을 할 때 김규수는
“저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답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고?” 영조가 다시 물으니
“다른 것들은 그 깊이를 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만큼은 하도 깊어 그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다.
15세 소녀치고는 꽤나 기특하고 맹랑한 답이라고 생각한 영조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고개 중에서는 어떤 고개가 제일 넘기에 힘이 드는고?" 다른 규수들이 "대관령입니다" "추풍령입니다"고 하는데
김한구의 딸은 "보릿고개입니다”
깜짝 놀란 영조가 다시 묻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고?” 김규수가 답한다.
“다른 고개는 조금 힘이 들지만 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보릿고개에 한 끼를 채운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난감한 일이옵니다.
더욱 관심이 동한 영조는 "음, 그렇다면 꽃 중에서는 무슨 꽃이 제일인고?" 물으니
다른 규수들이 “목련꽃입니다” “연꽃입니다”고 할 때 김규수는 "목화꽃입니다." 고 답한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고?”
“다른 꽃들은 일시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목화는 꽃이 지고 난 후에도 백성의 옷감이 되어서
품격도 살리고 추울 때 보호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궁중에서 부족함 없이 사는 왕비라 할 지라도 백성이 굶주리고 헐벗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영조는 김규수를 왕비로 간택 한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그 총명하던 소녀가 왕비가 되고 난 후에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正祖 사후에는 수렴청정을 하면서 모처럼 진작된 학문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이가환과 정약용을 비롯한 남인세력을 절멸시키고, 천주교를 탄압하는데 앞장설 줄이야…
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인간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영어 Personality의 어원은 Persona(가면)다.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이 세상을 살아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의 참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세밀히 관찰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래서 뛰어난 리더는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관찰 스킬이 다른 사람에 비해 탁월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 간다.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위 시너지 효과 (Synergy Effect)는 동질적인 집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집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이 천 년 이상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나
오늘날 미국이 모든 면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이유도 개방성과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고 수용할 때
조직의 시너지를 제고하고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인불용 용인불의)’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 (中 宋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