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4일 주님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5-42
그때에 35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36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37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38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번역하면 ‘스승님’이라는 말이다.
3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41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42 그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 ‘케파’는 ‘베드로’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착할 선(善)의 깊은 의미
오래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라는 프로그램 영화를 보았습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地動說)과 천동설(天動說)을 주장하였다가 교회 재판에서 유죄로 판명되고, 구류생활을 하는 동안 그에 대한 벌로 매일 시편을 읽고, 감옥에서 풀려난 다음에도 집에서 강제로 연금 생활하였습니다. 딸이 수녀원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보속을 대신하겠다고 열심히 기도하느라고 극도로 건강이 나빠져서 33세의 젊은 나이에 이질에 걸려서 죽자 그는 ‘암흑 속에서 산다.’라고 자신을 묘사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그 억울함을 아무도 풀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그가 처음부터 무죄라는 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교회에서 재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성령을 보내주시지 않아서 죄인으로 재판을 받고, 그의 과학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었는지 답답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성령의 이름으로 재판하였을 것이지만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오심(誤審)을 하였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0여 년이 지나서 1992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그 때의 재판기록이 오심이라고 재심을 명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명예는 회복되었지만 잘못 재판한 것이 얼마나 교회에, 이 사회에, 과학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사람을 재판정에 세운다는 것은 아무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를 판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재판할 수 없습니다. 이는 생명의 문제이고 자유를 박탈할 수 있으며 모든 것과 떼어 놓기 때문이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재판정에 세운다는 것은 그가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며, 그를 처벌해야 할 뚜렷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그를 사회적으로 격리시켜야 할 이유가 있고 다시 회개의 기회와 교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그를 재판정에 세우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이는 더 이상 그를 자유롭게 내 둔다면 자기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집단에서 그를 처벌해야 합니다. 이런 논리가 세상 곳곳에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흠잡고, 모함해서라도 가두어야 마음이 편안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의 죄와 벌 대신에 죽어야 하고, 감옥에 가야하고, 내가 생각하는 진리나 법칙에서 어긋나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공공연하게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희생제사입니다. 누군가는 대신 벌을 받아 주어야 내가 편안할 수 있습니다.
한자의 착할 선(善)자는 이런 자형을 가진 글자입니다. 양(羊)을 제사상(祭祀床)을 상징하는 입 벌릴 감(凵)위에 올려놓고, 입으로 상 밑에 엎드려 기도를 한다는 뜻으로 입구(口)를 밑에 놓은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예배를 드리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땅이 푹 꺼져서 움푹 들어간 곳에 양을 잡아서 넣어놓고 그 보다 납작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이 착할 선(善)자의 모습입니다. 바로 나의 모든 죄를 대신해서 흠 없는 양을 잡아서 놓고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 선을 행하는 것이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제사를 드리는 모습인 것입니다. 그 양은 나를 대신해서 그렇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선의 원천이고, 모든 도(道)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성령의 인도를 받아 증언합니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속죄양으로 제사상에 올려 질 분이시지만 그분은 모든 도와 선의 극치이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흠 없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제물로 짐승의 먹이통처럼 위가 터져 있는 제단 위에 희생 양으로 오신 분이라고 요한은 증언하는 것입니다. 요한은 권력에 아부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을 낮추면서 세상의 왕을 소개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왕을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소개합니다. 구세주를 희생 제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제물이 되러 오신 분이라고 소개하며 증언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주님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재판하라고 재판정에 세우면서 증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구세주는 물로 세례를 주지 않고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분이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요즘 나는 나를 증언할 능력도 자신을 드러내 세울 것도 없어졌습니다. 나는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증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증언할 그 분을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자꾸만 어둡게 느껴지고 두렵기만 합니다.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을 재판정에 세워놓고도 나는 증언 한 마디도 못할 것입니다. 내가 하는 증언은 오히려 주님을 불리하게 할 것 뿐입니다. 내가 살아온 삶은 주님을 다시 못 박혀 돌아가시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령을 보내 주시는 주님, 저에게 당신의 자비로 축복하소서. 그리하여 성령의 힘으로 당신을 증언하게 하소서. 세상 안에서 당신을 용감하고 확실하게 증언하게 하시어 사람들의 사랑을 전하는 참된 증거자가 되게 하소서. 사랑의 주님!!!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3,7-10
7 자녀 여러분, 아무에게도 속지 마십시오.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이는
그분께서 의로우신 것처럼 의로운 사람입니다.
8 죄를 저지르는 자는 악마에게 속한 사람입니다. 악마는 처음부터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악마가 한 일을 없애 버리시려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9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10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는 이렇게 뚜렷이 드러납니다.
의로운 일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그렇습니다.
축일1월 4일 성녀 엘리사벳 앤 시튼 (Elizabeth Ann Seton)
신분 : 설립자
활동 지역 : 미국(USA)
활동 연도 : 1774-1821년
같은 이름 : 낸시, 니나, 씨튼, 안나, 애나, 애니, 엘라, 엘리자베스, 엘리자벳, 엘리제, 이사벨, 이사벨라
성녀 엘리사벳(Elisabeth)은 미국 뉴욕(New York)에서 성공회 신자이자 의사인 아버지 리처드 베일리(Richard Bayley)와 어머니 캐서린(Catherine)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나 1794년 1월 25일 부유한 상인의 아들인 윌리엄 매기 시튼(William Magee Seton)과 결혼하여 다섯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1803년 남편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후 홀로 되었는데, 그 후부터 가톨릭 신앙생활에 눈을 뜨고 1805년에 가톨릭 교회로 개종하였다.
볼티모어(Baltimore) 교구 캐롤(John Carroll) 대주교의 초청을 받아 자녀들과 함께 뉴욕을 떠나 볼티모어로 간 엘리사벳은 탁월한 지성과 하느님의 은사로 1809년에 미국 최초의 가톨릭 교구 학교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25일 볼티모어 시의 성 메리 신학교 강당에서 청빈, 정결, 순명 서원을 하면서 미국 최초의 현지인 수도회인 사랑의 시튼 수녀회를 창립하였다. 그리고 6월에는 메릴랜드(Maryland)의 에미츠버그(Emmitsburg)에 수녀원과 학교를 신축하여 사도적 활동 수녀회로서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녀는 1821년 1월 4일 에미츠버그 수녀원에서 선종하였다. 시튼 원장은 1963년 3월 17일 교황 요한 23세(Joannes XXIII)에 의해 미국 태생으로는 첫 번째로 시복되었으며, 1975년 9월 14일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의 의해 최초의 미국 출신 성녀로 시성되었다.
오늘 축일을 맞은 엘리사벳 앤 시튼 (Elizabeth Ann Seton)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