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월롱 스테이션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사진을 올려보는 것 같네요.
저는 이틀에 걸쳐 강원도의 정수를 맛보고 왔습니다.
바다와, 강과, 산과... 해돋이, 달돋이(?), 설경...
그리고, '강원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동선을 달리는 열차들.
그 여러 열차 사진 중에 괜찮아보이는 것들 몇가지를 골라 올려봅니다.
1. 레일로드 바이러스(Railroad Virus)
정동진역은 해돋이로도 유명한 명소(名所)지만, '바다와 밀접한 장소'라서 그런지, 온갖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그 중에 저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사용한 정동진역의 명장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래서 인지 제목으로 정하고 싶은 것도 퍼뜩 그것이 떠오르더군요.
2. 나그네들을 태우고 바다 따라 강 따라 산 따라...
영동선은 다양한 곳을 누비는 노선입니다. 도시(영주가 도시라면 도시겠죠.)에서 출발해, 강과 산을 넘어 바다까지...
곡선이 많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열차 속도는 느리지만,
진정한 '대한민국 풍경 종결노선'이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볼 거리도 많고, 또한 열차 후미에서 바라보는 열차 앞모습 구경하는 것이 묘미죠.
3. 넌... 지치지도 않니?
영동선 화물열차를 견인하는 기관차의 세대교체가 대부분 끝난듯 합니다.
나한정-흥전 구간을 달리던 8001호를 본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6월 18일), 어느새 영동선엔 8500호대가 화물을 잠식했습니다.
최대 출력 약 9000마력에 육박하는 8500호대는 굳이 총괄제어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영동/태백선의 험산준령을 달릴 수 있어보입니다.
4. 삼도분립(三道分立)
이 제목을 정할 때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다른 제목을 정하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기본 정치 원리인 '삼권분립'이 생각나면서,
거기에 영감을 얻어 지은 제목, '삼도분립'
이 제목에는 중의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곳은 철도(鐵道)와, 도로(道路)와, 하도(河道). 세 가지의 길로 자동차와 철도와 물이 통행하는 길이기에...
세 길이 각각 나누어 섰다는 의미에서 지었으며,
그리고, 삼척(三陟)과 도계(道溪)는 같은 '삼척시'라는 기초자치단체 아래 소속됐지만,
도계는 사실상 산촌이며, 삼척보다는 태백에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척 주민은 아니지만,
전 감히 말하건대, 도계는 태백 생활권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척과 도계는 따로따로이다'라는 뜻에서 짓게 됐습니다.
(도계 주민분들, 죄송합니다.)
5. Super Rail
곡선의 미학이 이곳저곳에 보이는 영동선.
그 중에 S라인은 곡선의 백미라 할 수 있을만큼 멋진데요(물론 여객들은 싫어합니다. 왜냐? 느리니까.)
고사리역에서 하고사리역으로 가는 길에 보인 S라인을 보고 딱 떠오른 이미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슈퍼맨 가슴에 그려진 S 문장이지요.
6. 정차? 통과?
영동선 하고사리역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역입니다.
원래 역사가 없었는데 주민들이 열차 정차의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 스스로 역사를 지어 세운 역으로써,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366호로 지정되어 있는 역입니다.
현재는 모든 열차가 통과하고 있는 역입니다만,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정차하는듯한 모양으로 사진을 담으려고 했습니다만,
사진은 생각만큼 찍혀주지 못했네요.
7. 위풍당당(威風堂堂)
영동선을 달리고 있는 강릉발 청량리행 1638열차.
그 모습을 아래에서 바라보니 얼마나 위엄있어 보이던지... 순간 압도당했습니다.
8. 주마간산(走馬看山)
옛말에 '주마간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리는 말에서 산자락을 바라본다는 사자성어로, 대충대충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대강 산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산을 구경함으로써 느끼는 영동선의 매력. 그 때문에 강원도로 갈 땐 기차를 이용합니다.
9. 쌍두마차(雙頭馬車)
영동선에는 참 재미있는 이름의 간이역들이 많습니다.
승부, 동점, 고사리, 마차리...
일부는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역이 있는데요,
마차리역은 모든열차가 통과하는 '무배치간이역'입니다.
역건물이 간이역 치고는 비교적 세련됐고, 규모도 커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 와중에 일명 '마징가'라고 불리는 전기기관차 8000호대가 통과합니다. 무려 단행으로...
이 모습을 본 저는 또 제목의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역명은 마차리(馬次里)지만, 동음이의어인 馬車가 딱 떠오르는 이곳을 지나가는 두 대의 전기기관차.
그 모습을 보니 쌍두마차가 생각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2012.12.03
작성: 2012.12.04
월롱 스테이션
첫댓글 첫번째 사진... 정동진역이군요~ 저 열차는 옥계역에서 출발 한듯 한데? 앗.. 8500호대...? ㄷㄷㄷ
네, 정동진역이며, 8500호대도 맞습니다.
옥계역에서 출발한건지는 모르겠네요.
저렇게 오면 대부분 옥계역 발이더군요~ 옥계역 구내에 시멘트 공장 있어서요~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예, 감사드립니다 ㅎ
사진 잘 봤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글도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사진은 더더욱요!!!
감사드립니다 ^^;
근데8500호대가 9000마력에 육박을하면 8200호대의 마력도 8500호대랑 비슷한가요??
8500호대가 8850마력 정도로, 약 9000마력에 달하지만, 8200호대는 6973마력 정도로, 약 7000마력에 달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결코 적은 출력은 아니나, 화물기관차 8500호대에 비하면 적은게 사실이죠.
쉽게말해서 8200호대가500호대보다는 마력차이가 있다는거네요~
글 정말 흥미롭게 잘 쓰십니다 잘봤어요!! ㅎㅎㅎ
네^^ 감사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 늘 사랑하고...안아주고싶고...아끼는....영동선기찻길.....!
나...죽을때 까지만이라도...변치말고(훼손 되지말고) 지금모습 그대로 있어주길.....부디...
아울러...당시 영주지방철도청 기관차사무소...객화차사무소...모든 영동선에 관계된 철도직원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70-80-90 년대...영주지방철도청 객화차사무소 기중기반에 근무 하셨던...저희 아버님과...기억나는...박조역 아저씨...
윤상 아저씨...박(?)이남 아저씨를 비롯한 모든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늘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석탄화차...늘 새벽에 사고소식듣고 맨먼저 달려 가셨던...
영주 객화차사무소 기중기반 직원분들과..철암..동해..강릉 직원들께..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분들이 계셨기에...이 아름다운 영동선을 지금도 보고 있는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