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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cifixus - 프롤로그
http://cafe.daum.net/Europa/1AT/7223
*Crucifixus - 1 [아멜리아]
http://cafe.daum.net/Europa/1AT/7243
*Crucifixus - 2 [아멜리아2]
http://cafe.daum.net/Europa/1AT/7281
*Crucifixus - 3 [아멜리아3]
http://cafe.daum.net/Europa/1AT/7328
*Crucifixus - 4 [나르니]
http://cafe.daum.net/Europa/1AT/7367
*BGM
Ich Sachs Ein Mals - 예리고의 장미 中 6번트랙
Puer Natus in Bthleem - 예리고의 장미 中 7번트랙
이번에는 추가적인 배경역사설명 대신 당시 로마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자료를 찾으며 발견한 옛로마의 사진들을 보여드립니다.
로마를 가로지르는 티베강과 산탄젤로성이 보입니다.
로마의 역사지구가 자리한 곳이라고 합니다.
당시 로마의 지도입니다.
미드 [보르지아]에서 구현된 르네상스시대의 로마전경을 캡쳐해보았습니다.
이외에도 여러장의 이미지가 있으나 밑에서 엄선된 몇장이 더 나올것이므로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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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로마여, 그 무구한역사와 영광을 간직한 도시여, 천년이 넘도록 대지위에 지탱되면서, 수많은 이민족과 이교도들의 약탈과 파괴를 받았으나, 아직도 건재해 그 모습을 뽐내는 천년의 도시여.
이토록 번성하고, 아름다우며 행복을 머금은 도시는 단한번도 본적이 없구나..
굳건히 세워진 성벽과 성문은 어떠한 공격에도 끄덕없을듯 그 튼튼함을 자랑하고 있고, 건물들의 모양새는 고대로마제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듯 그들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실로 세계의 중심이란 말이 무색하지않을정도로 모든 도시자체가 웅장하기 그지 없구나.
도시의 활기찬 분위기는 마음속에 훈훈한 불을 지펴왔고, 괜시리 설레는 가슴을 좀처럼 감출수가 없다.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판촉을 하는 상인들의 외침들, 아이들의 때묻지않은 환한 미소와 그 웃음소리,
거리를 지나가는 귀부인의 가마까지.
그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어색함없이 이 도시에 녹아있다.
저 멀리보이는 웅장한 '성 베드로 성당'의 모습과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고대로마의 콜로세움, 모든 것이 생소했으나
그 아름다움에 , 이 도시의 웅장함에 넋을 잃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지가 앉은 책들 속에서 읽었던 그 로마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져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그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호기심가득 어린 눈과 함께 탐닉해나갔다.
"놀라셨습니까? 처음 로마에 온 사람들은 모두 이 도시의 아름다움과 깊이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죠."
마티유는 얼굴로 비춰져오는 햇살이 눈부신듯 한손을 이마에 들어올려 그늘을 만들었다.
"자,자, 도련님. 언제까지고 구경만 하실 순 없다구요. 저희는 해야할 일이 있잖습니까?"
"아, 그렇지."
그는 아직도 얼이 빠져있는 나를 독촉하며 길을 이끌었다. 그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도시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시장, 광장 , 주거지구까지 어디를 가도 그 활기찬모습을 잃지않았다.
"저기.. 세례에 관해서 말입니다만, 어느 곳에서 받아야 합니까?"
"두말할필요없이 교회에서이지.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야."
그에게 현실을 말해주어야만 했다.
"기분이 상하겠지만, 개인적인 세례식은 받기 힘들다네. 교회는 개개인에게 따로 세례를 베푸는 일이 드무니까."
마티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의 마음이 아무리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로 결심했다곤 하나, 그는 천출이었다. 그가 최소한 작위를 가진 자였다면 모르거니와, 세례식을 집도하는 주교나 최소한 수도원장들이 일반 천출을 위해 개인적으로 세례를 내려줄리 만무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들은 오직 유력귀족의 자제나 영지를 가진 귀족들에 한해서만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세례식을 해주었으며, 천출을 비롯한 일반 평민들은 정해진날짜를 통해 단체로 세례식을 행하곤했다.
"다시한번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것은 아니라고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그것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하네."
"그럼 어떻게 한답니까? 이대로 제 마음을 접어야합니까?"
"그것은 아닐거야. 분명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 다만 현재로선 그다지 뾰족한 수가 나지않는군. 세례식이 언제인지도 모르거니와 그 일정을 맞출수있을까도 의문스러워. "
마티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포도주부대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부대는 비어있었고,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다시 짐속에 쑤셔박았다.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 태어난 자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곤욕과 치욕들, 사람이면 마땅히 누려야할만한 것들을 누리지 못한채로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나 역시도 귀족이 아니었다면 그와 다를바없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것들에 비교도 못할만큼 비루한 인생을 살아왔을것을.
"시원한 포도주를 마시고싶군요. 어떻습니까?"
"한낮에 술이라니, 버릇이 잘못 들었구먼."
"부탁입니다,도련님. 술이라도 한잔 마시지않고서는 이 기분을 달랠길이 지금 없습니다."
그의 눈빛은 애타게 술을 찾고있었다.
그래, 그가 내 생명을 구한적이 있지 않던가. 그런 그를 위해 내가 원하지않는다고해서, 그가 종자라고해서 그러한 부탁마저 들어줄수 없다면 나 역시 여느 거드름 피우는 귀족과 다를 바가 없겠지.
마티유는 좁은 골목길을 통해 자신이 마지막으로 로마를 거쳤을때 갔다던 술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곳도 이 거리만큼이나 활기찬가?"
"만약 도련님이 거리의 활기참을 좋아하셨다면 그곳이 마음에 쏙 드실겁니다."
세상에나 , 그 곳은 거의 윤락업소나 다름없었다.여기저기의 구석에선 성교를 하는 소리가 술집을 가득 메웠고, 홀은 대마초연기와 고래고래 악을 질러대는 사람들로 넘쳐 흘렀다. 세명으로 구성된 악단이 흥겹게 가락을 연주하고있었고, 술집의 분위기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식을줄 모르고 들끓었다.
"하! 이게 바로 제가 원하는 모든것이지요."
마티유는 물만난 고기마냥 신나서 가락을 흥얼거리며 구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풍만한 몸매의 술을 나르는 여자가 테이블로 오자 그는 여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찰싹 치며 말했다.
"여기 먹고 얼어뒤질만큼 차가운 포도주 한병 갖다줘, 아가씨."
여자는 아무렇지않다는듯 베시시웃고는 곧 술을 가져왔다. 마티유가 말한만큼 ' 얼어뒤질'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디에다 두었었는지 술은 굉장히 시원했다. 생전에 이런곳은 찾아본적도 없었으니 , 이런 광경은 내게 너무나도 생소했다.
"조금은.. 천박하군."
"도련님, 천박하다니요? 주변을 둘러보십쇼. 일반 평민들이나 천출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
과연 주변을 훑어보니 드문드문 귀족의 자제나 귀족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그속에 보였다.
그들은 저희끼리 한 테이블에 모여 상의를 풀어헤치고 잔뜩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지고서 서로 웃고떠들고있었다.
"이런 곳에도 익숙해지셔야 할겁니다. 사람들은 술없인 살아가지 못하죠. 그리고 겪다보면 나쁘기는커녕 천국이 따로없다생각이 들거라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마티유는 껄껄웃으며 포도주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이 술집의 쾌활하다 못해 정신없는 분위기에 녹아있다보니 내 마음역시 점점 들뜨기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티유는 애써 그 불공평한 현실을 잊으려는듯, 교회와 세례에 관해선 단한마디도 꺼내지않았고, 그저 늘상하던 얘기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했냐구요? 돈을 더 내놓으라는 그년에게 '닥치고 내 x이나 먹어라'하고 말하고는 그대로 쑤셔박아버렸죠. 그러니까 글쎄 아까전까지만해도 날 잡아죽일듯 날카롭던 년이 울면서 더해달라고 애원하는겁니다!"
"뭐?! 참 여자란 것들은 알다가도 모를족속이구먼!"
마티유의 '창녀시리즈'가 그날따라 말도안되게 웃기게 들렸다. 확실히 술에 반쯤 취해있다는 증거다.
"그건 그렇고, 도련님 .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
"벌써 취했나 ,마티유?"
"설마요! 이정도가지고 취할 제가 아닙니다. 단지 도련님이 걱정이.. 걱정이.."
맙소사, 마티유는 말도 채 끝내지못한채 테이블에 머리를 그대로 들이박고 쓰러지고말았다.
이제 이일을 어쩐다? .. 그는 벌써부터 드르렁대기 시작했다. 이럴줄 알았다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것을.
하는수없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그의 한쪽팔을 목에 걸치고 부축해 옮기기 시작했다.
마티유에 비해 왜소한 내가 그를 질질끌다시피하는 것을 본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 나는 술집을 빠져나왔다.
"돌아버리겠구먼. 마티유 , 정신좀 차리지 못하겠나?"
그는 자꾸 중얼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그 순간 , 반대편에서 검은색 로브를 둘러쓴 중년여성이 황급히 달려오는게 보였다. 그녀는 무슨일인지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를 늦추지않고 달려왔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을 거의 막다시피한 마티유와 나로 인해 마티유의 바깥쪽 어깨가 그녀와 부딪히고 말았고, 마티유가 힘없이 나자빠지는 바람에 나역시 빌어먹을 흙탕에 주저앉고 말았다.
지독한냄새가 코를 찌르며 오감을 자극했고, 나는 황급히 일어나서 옷을 탈탈 털어보았지만 묻은 흙은 잘 털어지지도 않았다. 그녀는 우리를 번갈아가며 무섭게 노려보고는 다시 가던방향을 향해 서둘러 발을 옮겨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말았다.
"저런 경우없는!!..."
그녀는 내가 그말을 입밖에도 꺼내기전에 도망이라도 가듯 사라졌고, 나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만을 꿍하게 바라볼뿐이었다.
"세상에,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수가 없군!"
마티유는 뒤로 넘어진 충격에 정신이 조금이나마 들었는지 허리를 부여잡으며 끙끙거리고있었고,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넋을 놓고있었다. 하지만 얼마안있어 정신이 맑다못해 청명한상태로 돌아왔는데, 그 이유는 그 중년여성이 부딪히는 바람에 떨어뜨린 편지에 있었다.
'소피 아가씨께
만약 이편지가 제 시간에 도착한다면 아가씨께서 모든 것을 제쳐두고 바로 떠나기 위한 조금의 시간은 남아있을겁니다.
편지는 길게 쓰지않겠습니다. 저희 계획이 탄로났습니다. 사생아는 아가씨의 섭정자격을 박탈했고, 저희계획을 폭로하여
봉신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현재의 모든것은 그 창녀의 뜻대로 되어가고있습니다.
저희측에 가담하기로한 여러 제후들도 이번계획의 신중치못함을 탓하며 비겁하게도 발을 빼려합니다.
현재 저희가 가진 군사력으로 창녀와 그 사생아를 몰아내기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믿을만한 정보통이
위험한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그들이 싹을 없애기위하여 아가씨를 향하여 암살시도를 계획중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만약에 그들이 아가씨를 암살하려한다면 바로현재, 타지인 로마에 계실때가 적기일것입니다.
지금이 잠시 몸을 숨기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만약 이편지를 받으시거든 바로 로마를 떠나 시라쿠사의 제 사촌에게
가십시오. 그의 이름은 '아드리앙'이고, 시라쿠사에서 재무관을 지내고있습니다. 미리 전언을 보내두었으니, 그가
아가씨를 최대한 편안하게 모실겁니다. 소식은 그를 통해 전해드릴 것이며, 그곳에서 쉬시는 동안 저는 이곳에서의
지지세력을 최대한 만들어보겠습니다. 바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언제 그들이 암살자들을 보낼지 모르기때문입니다.
-충성을 담아 코농 드 베튄- '
그것은 거대한 정치음모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내 머리속은 아비규환이 되었고, 나는 그제서야 뒤늦게 중년여성을 뒤쫓았지만 이미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필시 그녀는 이 편지를 소피라는 여인에게 전하는중이었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에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편지내용으로 보아 그 소피라는 여인은 귀족처럼 보였고, 섭정이니, 제후들이니, 여러가지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귀족중에서도 그냥 귀족이 아닌 일정작위가 있는 있는 귀족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마티유를 발로 툭툭차 일으켜 벽에 기대놓고는 술집으로 다시 들어가 술집주인에게 은화를 한닢 던졌다.
"주인장, 혹시 소피라는 이름의 귀족여인을 아시오? 여기출신이 아니고, 이곳엔 아마 여행을 온듯합니다만. "
푸근한 인상의 술집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소피라면 , 길거리에 널린게 소피들이지. 하지만 높으신족속을 내가 어찌 알겠소? "
괜한 돈만 낭비했군!
"관련된 소문이라던가, 누가 길거리에서 봤다는 사람도 없었소? 필시 프랑스여성일겁니다."
"나 원참, 이 인간은 귀족을 왜 여기서 찾구 난리람! 그런건 저기 나자빠져 술마시고있는 같은 귀족나으리들한테 물어보지 그러오?!"
주인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앉아 창녀들을 하나씩 끼고 술을 들이붇고있는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아랑곳하지않고 창녀들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몸을 만지며, 저희들끼리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쉴새없이 떠들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서는 한걸음조차 떼기 꺼려졌으나, 일단 이 편지를 주인에게 전달해줘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불편한 마음을 지울방법이 없었고, 만약 내가 이편지를 나몰라라하는 바람에 멀쩡한 한 여성이 죽어버린다면, 하늘에서의 그 탓은 누구에게로 돌아갈것이며, 내 생이 모두 끝나 올라가 주를 뵜을때, 내가 무슨 낯으로 감히 고개를 들수있단 말인가.
"나으리들, 혹시 소피라는 귀족여성을 아십니까? 이름으로 보건데 필시 프랑스여자일겁니다. "
"이상한 놈이구먼 그래. 프랑스년이니 당연히 여기 사람이 아니겠지. 여기는 로마 아닌가?"
그들은 저희들끼리 다시 와하하 웃고선, '로마를 위해' 하고 크게 외치며 거칠게 잔을 서로 부딪혔다.
"급한 용무입니다. 혹시 들으신 소문이라도 없으십니까?"
나는 꿋꿋히 그들의 천대를 인내하며 다시한번 물었다. 그때 그들중 거나하게 취한 한명이 내게 다가와 어깨에 팔을 걸쳤다.
"귀찮게 구는구먼. 여보게, 내가 이놈에게 예의가 뭔지 알려줘야겠어!"
앉아있던 다른귀족들은 껄껄거리며 듣는둥 마는둥 다시 술을 들이부었다.
내 어깨에 팔을 걸친 귀족은 길게 트림을 한번하고는 손에 들고있던 잔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서 나를 이끌고 술집안을 천천히 빙 한바퀴 돌기시작했다.
"소피라는 프랑스년들이야 넘쳐 흐르지만, 최근에 로마에 온 소피라면 알고있지. 소피 드 사부아. 무슨일로 그녀를 찾고있나?"
일순간 그의 얼굴은 놀라우리만큼 침착해졌고, 말투는 아까완 정반대로 낮고 조용했다.
"용무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단지 그분께서 어디에서 현재 머물고계시는지만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는 매서운 눈매를 가진 남자로써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있었고, 그의 풀어헤친 상의속에 이따금 보이는 근육들이 그가 방에 틀어박혀 음주가무나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려주고있었다.
"그래? 그럼 나도 네게 위치를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
그는 어깨에 걸쳤던 손을 풀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섰다.
방법이 없었다. 또 다시 거짓말장이가 되어야할 시간인 것이다.
"저는 상인입니다. 그 아가씨께서 제게 장신구를 주문하셨기에 가져다드려야하는데, 위치를 깜빡했지 뭡니까?"
그 귀족은 내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상인이라..' 하고 대꾸했다.
그의 표정은 의심할바 없이 내 거짓말이 훌륭하게 먹혀들어갔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고, 그는 다시 손을 내 어깨에 걸쳤다.
"그래, 그녀는 보석박힌 장신구들을 좋아하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네게 알려줘야만 하겠구먼?"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거칠게 내머리를 움켜쥐고 테이블에 내리 찍었다. 눈앞에 번쩍하고 불이 튀었고, 갑작스런 공격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못한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다. 이마에서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고,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일이 일상이 된듯 아무렇지않게 이것을 방관하고있었다.
"꼬마야, 한손으로 네 머리를 박살내버리기 전에 알량한 거짓말은 내게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이렇게 치욕스러울 수가.
그는 내 머리를 그대로 테이블에 밀어붙인채로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그는 이미 알고있었기라도 한듯, 내 품속에서 자연스럽게 편지를 꺼내 자신의 품속에 감추었다.
주변에서 와 하고 환호성이 터지자, 그는 아무렇지않게 껄껄웃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이윽고 그는 내 멱살을 잡고서 선술집의 구석에 자리한 방으로 나를 끌고갔다.
방 안에는 한참 서로 뒤엉켜 성교를 하고있는 남녀가 한쌍있었는데, 그는 방안의 의자를 발로 밀어 차버리며 그들을 내쫓고서, 나를 그 침대에 밀어던졌다.
"자, 그럼 네가 무슨 소식을 가져왔나 한번 봐볼까?"
그가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려는 순간 나는 있는 힘껏 그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그는 능숙하게 내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하고서 테이블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숨이 턱막혀오며 숨을 제대로 쉴수가 없었고, 아침에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금방이라도 넘어올듯한것을 애써 참으며 나는 침대에 벌렁 나자빠져버리고 말았다.
아아.. 나는 어찌 이리도 무기력한가.. 내 스스로의 무능함에 참을수없는 분노가 속에서 치밀어올랐다.
곧이어 편지를 읽어내린 그의 얼굴은 석고상처럼 굳어졌고, 그는 편지를 난로속에 집어던져 태워버렸다.
그는 한동안을 안절부절 못하고 머리를 쥐어싼채로 방안을 뱅뱅 돌았다.
그런 그를 보며 틈을 노리는 찰나에, 그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어 다시금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말해봐! 이 내용이 확실하냐, 꼬마야?! "
세게 잡혀진 멱살로 인하여, 켁켁거리는 소리만이 가늘게 새어나왔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이윽고 내 멱살을 놓고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에게 이 위험을 알려야겠구나. "
그는 황급히 문을 발로 밀어젖히고 나섰고, 나 역시 그와 함께 술집을 따라나섰다. 아직도 이마가 욱신거렸고, 피는 멎은듯 했으나 핏자국을 지울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 치욕스런 일을 되갚기에 앞서 그는 소피라는 여성의 측근인듯 했고, 그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고분고분 얻어맞은것이 내 본래 신분을 감춰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내게는 두가지 선택이있었다. 어떻게든 이 모욕을 만회할것인가 , 편지를 측근에게 전달했으니 이제 발을 빼 가던길을 갈것인가. 하지만 생각해볼수록 전자는 우스꽝스러웠다.
신분을 숨기고 평민을 연기하며 귀족의 명예를 생각하다니.
그래선 안되겠지. 저 자를 죽이지 않는 한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수는 없다. 저 자는 내가 일개평민인줄 알고있으니까.
오히려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더욱더 나는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래, 참자.
"나으리께서 전달해주실테니 그럼 이만 저는 돌아가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빠른걸음으로 술집을 나서며 손짓으로 그것을 허락했다.
문을 나서자 여전히 벽에 기대어 끙끙거리고 있는 마티유가 보였고, 나는 그 귀족이 모퉁이를 돌자마자 마티유를 정신없이 흔들어깨워 일으켜세웠다.
"마티유 ,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텐가?! "
마티유는 내 머리의 핏자국을 보자, 깜짝 놀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련님, 이마에서 피가!!.. 무슨일입니까?!"
"괜찮아. 술을 너무 먹었는지 기둥에 부딪힌 모양이네."
날은 어느새 저물대로 저물어 곧 저녁이 될 터였고, 하는 수 없이 로마에서 하루를 묶어야만 했다.
그리고 마티유를 이끌고 묶어놓았던 말에 올라타려는 순간, 그 귀족이 사라졌던 모퉁이에서 아까전의 중년여성이 황급히 돌아와 절박한 눈빛으로 주변을 훑고있는 것을 보았다.
마티유가 취기를 못이겨 두어번 실패를 거듭하고서 말에 올라탔을때까지 그녀는 흙탕을 아랑곳하지않고 애타게 그 편지를 찾고있었다. 그녀에게 말해주는 것이 나으리라.
"아까 우리와 부딪혔을때, 편지를 떨어뜨렸었지요. "
중년여성은 화색이 되어 내게 빠른걸음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지금 가지고 있나요?!"
"아니요. 그 편지가 누구에게 가야할 편지인지 알아야 돌려줄수있으므로 읽었음을 용서하시오. 그 편지는 소피아가씨의 측근으로 보이는 귀족이 읽고서 태워버렸소. 아마 편지를 보낸사람을 보호하기위해 그런것일테지. 걱정마시오,부인. 그 귀족이 지금 소피아가씨께 직접 위험을 경고하고 피신하라고 전하러 갔소."
"귀족이라구요? 이름이 뭐라던가요?!"
"이름은 모르겠소만, 체격이 상당히 건장했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었소. 나이는 30대 중반정도로 보였었고.."
그녀의 표정은 내가 그를 묘사하는데 필요한 단어를 하나하나 내뱉을때마다 흙빛으로 굳어갔다.
"이럴수가.. 안되, 이 로마에서 아가씨를 해칠계획을 가지고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 그게 바로 당신이 말한 그 귀족이에요. 도대체 무슨일을 저지른 거에요?!! "
뭐라고?!...
"저 모퉁이를 돌아 광장을 가로질러 그대로 직진하다보면 흰색 회벽집을 볼수있을거예요. 두명의 경비병이 입구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을테니 지금 당장 아가씨에게 가주세요!! 계획이 탄로난걸 안이상 그는 가만있지 않을거예요, 아가씨가 위험하다구요!!"
이럴수가, 내가 너무나도 경솔했구나!..
도시의 경비병들을 부를틈도 없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있었고, 그 귀족이 술집을 떠나 모퉁이에서 사라진지는 이미 적지않은 시간이 흐른뒤였다. 나는 전속력으로 말을 채찍해 광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마티유는 영문도 모른채 어안이 벙벙하여 나를 뒤쫓으려 애쓰고있었지만, 취기로 인해 말에 올라있는것조차 위태위태해보였다.
그는 현재상황에서 도움이 되지않는다.
그래, 하지만 입구에 경비병들이 있지. 이미 늦지않았다면 그들과 함께 그 귀족을 제압할수 있다.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일각을 다투는 중요한 순간이기에 속도를 줄일틈도 없었다. 사람들의 욕지거리를 뒤로하고서 얼마나 말을 달렸을까. 곧이어 어느집 입구에서 서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경비병 두명이 보였다. 그들은 아무일이 없다는 듯 태평하게 웃으며 낄낄거리고 있었고,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아가씨가 위험하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들어갑시다!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가씨는 멀쩡히 계시는데. 그리고 넌 대체 누구냐?!"
문으로 달려들어가려던 나를 경비병들이 거칠게 막아섰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않소. 얼마전에 이곳을 들어갔던 귀족이 아가씨를 해칠 것이란 말이오!!"
"이 놈이 머리가 어떻게 된거아니야?! 여긴 오늘 아무도 들어간적이 없다구!"
그들은 다시한번 나를 거칠게 밀어젖히고서 입구를 가로막았다.
그들의 힘에 떠밀려 나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고, 그 순간 나는 그들의 다리사이로 놓쳐선 안될 것을 보았다.
입구의 안쪽에서 흘러나와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시뻘건 액체를.
그리고 입구의 안쪽에 살짝 튀어나와있는 사람의 손가락을.
"당신들!.."
그들의 칼집에서 칼이 비명을 지르며 뽑아졌다.
그때 힘겹게 말을 몰아오는 마티유가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Mathieu, Le tuer !!!! " (그를 죽여, 마티유!!)
마티유는 그 외침을 듣자마자 아까전의 취기가 어디갔냐는 듯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이쪽으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 옆으로 몸을 던졌고, 마티유의 말은 그대로 돌진하여 순식간에 경비병들을 박차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회벽에 거칠게 부딪힌 경비병한명의 머리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한명은 땅바닥을 뒹굴었다.
마티유는 황급히 말에서 내려 땅바닥의 칼을 집어 땅에서 뒹구는 경비병의 목을 망설임없이 쑤셔박고서 , 나를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도련님, 이게 다 무슨일입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어, 빨리 나를 따라와!"
한시가 급했다. 안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수가없었다.
입구를 들어서자 역시나 피칠갑을 한채 이미 숨이 멎어있는 두명의 경비병이 보였고, 그들을 뒤로하고서 나는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저택은 고대로마양식을 본떠 지은 것인지, 아니면 건물자체가 옛날의 건물인지 고풍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양식 특유의 아름다운 흰색 회벽은 드문드문 경비병들의 피로 물들어 있었고, 중앙홀을 지나 2층으로 올라왔을 무렵, 나는 경비병이 2명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입구의 2명을 제외하고도 안쪽에 2명이 더있었다. 그들은 여지없이 갑작스럽게 공격받아 눈조차 감지못한채로 복도에 고꾸라져있었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인가.
그리고 침실의 문을 열었을무렵,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서 젊은여성의 목을 조르고있는 그 귀족이 보였다.
그는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서도 마치 어서 그 일을 끝내버려야 한다는 듯 우리를 아랑곳하지않고 더욱더 힘을 주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 그녀는 그를 떼어놓기위해 온힘을 다해 발버둥쳤으나 아무소용도 없었다.
"이 개자식!!"
나는 미친듯이 달려들어 그귀족의 목을 팔로 감싸고서 뒤로 함께 넘어졌다. 하지만 그는 예의 지오반니와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었다. 뒤에서 목을 조르는 내 옆구리를 그는 팔꿈치로 있는 힘껏 가격했고, 그것이 두어번정도 반복되자 나는 그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그의 주먹이 다시 내 얼굴을 강타했다. 코가 얼얼해지며 끈적한액체가 입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내게로 달려드려고 하는 찰나에,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어 정신없이 앞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그 단검은 그 귀족의 가슴팍을 살짝 스쳐지나갔을 뿐이었고, 곧이어 그곳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의 상의를 적시기 시작했다.
"이 쥐새끼같은 놈이!!.."
나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단검을 들이밀었다. 그의 시선은 내 오른쪽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칼에 머물렀고, 다시금 팽팽한 긴장이 시작되었다. 소피라는 여성은 침대에 엎드려 목을 부여잡고 거친숨을 헐떡거리고 있었고, 마티유는 내 뒤에서 그 귀족을 차분히 견제하고있었다.
그리고 그가 몸을 날리듯이 자신의 칼을 향하여 미끄러지는 순간, 거리적으로 더 가까웠던 마티유가 단숨에 달려가 그 칼을 발로 멀찌감치 차버렸다. 이제 그는 더이상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그는 바닥에 드러누운채였고, 마티유의 칼이 정확히 그의 목을 향하고있었다.
"그래, 졌군. 내가 졌어."
그는 바닥에 드러누운채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뒤이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일행이 있는줄은 몰랐구나,꼬마야. 이 자는 군인출신인가? 몸놀림이 능숙하군. 나도 전장에는 몇번 나가보았지."
"그 입 닥치는게 좋을거요,나으리. 허튼수작은 내게 통하지 않으니까."
그 귀족은 '하!' 하고 웃음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놈들에게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으니 , 걱정말거라. 다만 잘생각해라, 꼬마야. 천출주제에 내 목에 칼을 향하고있는 이 녀석이야 그렇다손 치지만, 네 녀석처럼 책꽤나 읽어보게 생긴 놈은 머리가 돌아가겠지. 너는 이게 무슨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게 너희들이 그저 정의의 사도놀이를 할만큼 가벼운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건 한나라의 어엿한 공작가에 관련된 일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지금 내린 선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수틀리고 변질될지 생각해보는게 좋을거다."
"이 자 말을 듣지 마십쇼. 그저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것일 뿐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내가 네게 딱 세가지를 알려주지. 첫째, 그 공작가는 여느 힘없는 소국의 가문이 아닌 신성로마제국의 가신이다. 둘째, 나를 죽이면 내 사촌인 스폴레토공작이 죽을때까지 너를 쫓을거다. 셋째, 너는 정확히 이 게임에서 적법한계승에 반대되는 편에 서있다, 이 멍청한 얼뜨기같은 자식아! "
그 귀족은 매서운눈으로 나를 꿰뚫듯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현재의 상황이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는듯 분노로 한껏 일그러지고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그 자를 죽여!!!"
순간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소피라는 이 귀족여자는 아직도 눈에 실핏줄이 가시지않은채로 휘청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가녀린 몸을 지탱하지못하고 다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놈들이 달려오기전에 네년의 목을 확실히 더 세게 조르지못한게 안타깝구먼."
"이 능구렁이같은 자식이!.."
그녀는 바닥에 나동그러져있는 그 귀족을 향해 퉤 하고 침을 뱉고서, 나를 향해 말했다.
"네가 얼마를 달라고 하던간에, 보상은 충분히 하겠어. 다만 내눈앞에서 저놈을 고통스럽게 죽여줘."
"보상을 받고자 이러고있는게 아닙니다, 아가씨."
"그럼 무엇때문에 여기를 온거야?!"
"물론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긴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분노에 가득찬 눈을 하고서 내게 다가왔다. 얼핏 그녀의 머리칼으로부터 향기로운 향이 코를 맴돌았고, 그녀의 입술은 제철에 익은 과일처럼 새빨갛고 예뻤으나, 그런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 내게 말했다.
"그럼 도대체 뭘 망설이는거야? 나를 구하러 왔다며? 당장 저놈을 죽여. "
"꼬마야, 선택은 네몫이다. 나를 죽이고 정면으로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던지, 아니면 내 모든것을 용서할터이니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네 옆에있는 독사같은 년을 죽여없애 평화를 만들던지. 나를 그냥 보낼생각은 말거라. 저년을 죽이지않고선 이방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않을것이니."
머리는 다시 혼돈속으로 빠져들었다. 저 귀족의 말을 믿자면 모든것은 본래 일어나야만 했던일이었고, 평화를 위해 한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는 논리에 있어 명분이 있었다. 허나,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수는 없었다. 내가 현재 이런상황에 처하게 된 것에는 그의 거짓연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으므로.
한편 소피라는 이 여자는 아무설명도, 아무말도 없었다. 감정적으로 그저 자신을 거의 죽일뻔한 저 귀족을 죽이고싶은 마음 뿐인것 같다. 아니야.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지? 이 상황에 이런생각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아아..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말씀만 하십쇼. 당장 이놈 숨통을 끊어버리겠습니다."
"꼬마야, 네가 하는 이 행동이 어떤파멸을 가지고올지 잘 생각하거라."
"망설이지 말고 당장 저놈을 죽여!"
"내가 죽는다고 이 모든게 끝날것 같은가? 네년도 언젠가 비참한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 내 장담컨데, 네년은 죽을때까지 천한놈들에게 옷이 찢기고 강간당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죽게될거다. "
"이 벌레같은 놈!"
"도련님, 어떻할까요? 말씀을 해주십쇼!"
"죽이라고 몇번을 말했어?! 돈은 원하는만큼 주겠다!"
"돈이라면 나도 주지. 얼마를 원하지?!"
"도련님!!"
"그만!!!!!!.."
터질듯한 기분을 참지못하고 분출해버렸다. 내가 내지른 고함으로 인해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소피라 불리운 여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가씨. 나는 재물을 원하여 이런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오. 나는 순수히 편지를 잘못전달한 도덕적 책무를 느껴 여기로 온것일 뿐이고, 아가씨가 이미 죽임을 당했었다면 이 일에 더이상 관여하지 않고 뒤돌아섰을 것이오. 하지만 여기서 내 마음의 부담을 덜수 있게되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오. 결국에 편지를 잘못전달한 내 책임이 있기때문에 아가씨가 다른사람의 손에 죽게되는 것은 내 상관할바 아니나, 저 자의 손에 죽는다면 심하게 마음의 고통을 받게될터였지. 난 저 자를 죽이겠소. 다만, 그를 고통스럽게 죽이란 말은 무시하겠소. 그는 귀족답게 명예롭게 죽임을 당할것이며, 따라서 아가씨는 이 방에서 잠시 나가주시길 바라오."
"뭐?.. 네가 감히.. 네가 무엇이라고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마티유, 부탁하네."
나는 그녀의 가늘은 손목을 거칠게 휘어잡고 문밖을 향하여 끌었다. 그녀는 발버둥치며 나를 밀쳤지만 , 여자인 이상 남자인 나보다 힘이 셀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 없다는듯 껄껄웃어재끼는 그 귀족을 뒤로하고서 나는 방문을 닫고 그녀를 세게 벽에 밀어붙였다.
"아가씨. 더이상의.. 더이상의 반항은 용서치 않겠습니다. 이 빌어먹을 일들이 도대체 무엇과 연관되있어서 평화로운 내 여행길을 방해하고 있는지 내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줘야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신다면 저역시 무슨내용이 편지에 있었는지 말씀드리지 않을겁니다."
그녀는 사뭇 겁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빳빳히 세워 귀족특유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굳게 닫힌 조그마한 입술은 곧이어 조그마한 한숨과 함께 열렸다.
"네놈이 누구에게 지금 이런 협박을 하는건지 알아둬야겠지. 나는 소피 드 사부아다.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인 사부아공작령을 섭정하고있지. 아버지께서는 살아생전에 첫번째아내인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두번째로 다른가문의 창녀를 아내로 들여왔고, 아버지의 유언장에 명확히 내가 공작위를 물려받는다는 것이 명시 되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후에 그 창녀를 통해 아들이 태어나자 가문에는 피바람이 불기시작했어. 전쟁이 일어나려는 찰나에 나는 섭정을 제안하는 이복동생의 협상을 받아들였고, 그게 현재의 내 위치이지.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적법한 계승자는 나야. 창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가 아닌 내가 사부아의 여공작이 되어야 맞는거라구!"
"그 영지의 섭정이란 분이 도대체 왜 로마에 있는거요?"
"그것까지 네게 말해야할 필요가 있는가? 천한놈주제에 방자하기 짝이없구나."
이 성냥개비와 같이 가녀린 여귀족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나머지는 듣지않아도 뻔했다. 필시 이 여자는 자신이 소유하여야 마땅하다 생각하는 작위를 위해 어린동생을 암살할 계획이었을테고, 편지의 내용으로 보건데 그 계획은 탄로난것이었다. 그야말로 책에서나 보았을법한 전형적인 에피소드였다. 이 도덕성이 결여된 여자에게 그로인해 불어올 피비린내나는 전쟁과 죽어갈 생명들은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내가 이런 여자를 구하고자 그토록 몸을 던졌단 말인가.
"편지내용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소. 아가씨의 계획이 탄로났고,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가씨께서 시라쿠사의 재무관인 아드리앙을 찾아가 잠시동안 몸을 숨기기를 바라오."
"뭐?! 하지만 난 아직 공식적인 섭정.."
"박탈되었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그녀는 충격에 휩싸인듯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침실문을 벌컥열고서 마티유가 나왔다. 그의 칼에선 아직 온기도 식지않은 피가 묻어 뚝뚝 흐르고있었다. 그는 칼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리고 정신을 차리려는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다 끝났습니다."
"정작 로마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건만 벌써부터 여기가 질려오는군. 성을 떠나 근교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묶도록 하자꾸나. "
"도대체 무슨일이랍니까?"
마티유는 놀랍도록 침착한모습을 보였던 아까와는 달리 다시 본래의 그로 돌아와있었다.
더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자. 나와는 피차 아무런 상관조차없는 일일뿐더러, 관여할수록 그 어두운 구렁텅이가 보이는 사악한일일 뿐이다. 어찌도 주께서는 나를 위한 계획을 이토록 험난하게 세우셨는가.
모든 도시와 가는길마다 끊임없이 고난과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있구나. 이제는 다른곳으로 옮겨가기조차 무서워진다.
아아.. 어쩌다가 내가 이지경에까지 이르게 됬는가.
주여, 도대체 당신께서는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나이까.
"잠깐! "
터벅터벅 주택을 벗어나 말에 오르려는 찰나, 소피 드 사부아가 허겁지겁 달려나와 나를 멈춰세웠다.
"아가씨, 더이상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소. 우리는 떠날겁니다."
"이 일에 관여해 달라는 뜻이 아냐. 단지.. 나는 지금 이곳에 아무런 연고도 없을뿐더러 믿을수있는 사람또한 있지않다.
나를 시라쿠사까지 데려다주면 안되겠는가? 보상은 섭섭치않게 하겠네."
"돈에는 관심없습니다."
말머리를 돌리려하자, 그녀는 난데없이 말앞을 가로막았다.
"그럼 도대체 무얼원하지? 달라는데로 다 줄테니 , 나를 시라쿠사까지만 보호해줘! 만약 네가 이대로 가버린다면 나는 보기좋게 다른공모자놈들의 목표가 될거야. 이렇게 버려둔채 감으로써 내가 결국엔 죽임을 당하게되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녀는 절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먹일 입만 하나 더 늘어날뿐입니다. 그리고 저 여자를 데려가는만큼 저희역시 같은 타겟이 되기가 쉽습니다."
마티유가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어떻게 한다?... 마티유의 말이 옳았다. 그녀를 동반한다면 그녀를 노리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나역시 공격받을 위험이 컸다.
"미안하지만 안되겠습니다. 길을 비켜주시겠습니까?"
그녀는 길을 막아선채 꿈쩍도 않은채 말했다.
"이 겁쟁이! 만약 이대로 길을 나선다면 나는 당장 경비대를 불러 네놈들이 이 모든 살인극의 범인이라고 말할꺼야. 그리고 이자리에서 악을 질러 모든 사람들이 네놈들 얼굴을 기억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리고서 그녀는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단말마의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급히 말에서 내려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고, 그녀는 다시 발버둥을 치며 내손을 이빨로 꽉 깨물었다.
그리고 내가 그 손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자 이번에는 날쌘 손바닥이 뺨을 향하여 날아왔다.
주민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빼꼼히 빼고서 이 광경을 쳐다보았지만, 다행히 마티유가 침실로 들어오기전에 시체를 치워둔덕에 그들은 이 광경을 그저 여느거리에서나 볼수있을법한 흔한싸움으로 보는듯했다.
"어디서 그 더러운 손을 감히!.."
"정말 미칠노릇이군! "
"얼마든지 악은 질러주지. "
그녀는 진심인 듯 했다. 그때 마티유가 말에서 내려 말했다.
"아가씨를 시라쿠사까지 모셔다드리죠. 저희 물품들도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충분히 보상을 해주실겁니다. 그렇지요?"
"여기 그나마 말이 통하는 녀석이 있네. 겉과 속은 다르다더니 이 경우를 두면 딱 좋겠어."
나는 온갖 비난과 힐난이 섞인 표정으로 마티유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그런 나를 보고 씨익 웃는 것이었다.
도대체 뭐지?..
마티유의 생각은 이러했다. 일단 이곳에 그녀를 남겨두어보았자 골칫거리만 될뿐이고 고집으로 보아 그냥 보내줄것도 같지않으니, 로마를 벗어나 근교까지만 동행을 하고서 잠든 틈을 타서 남겨두고 떠나자는 것이었다.
썩 내키지않은 방법이긴 했지만서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도 말정도는 내 스스로 탈수있어."
그녀는 내미는 손을 차갑게 무시하고서 말에 올랐다.
해는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고, 칠흑같은 어둠이 로마에 내려앉아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탄젤로성과 성베드로 대성당의 윤곽만이 살며시 보일뿐, 도시는 쥐죽은듯 잠잠했다. 황갈색 로브를 걸친 소피 드 사부아는 휘날리는 풍성한 흑발을 끈으로 묶은 다음 후드를 덮어썼다. 내 조언에 따라 귀족임을 노출시키는 화려한 장식들은 모두 짐속에 쑤셔박아버리고, 화장마저도 지워버린 수수한 모습의 그녀는 오히려 그녀가 각종 치장으로 자신을 뽐냈을때보다 더욱더 우아해보였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그녀는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없었고, 말투역시 항상 마티유와 나를 천대하며 이래라저래라했다.
한마디로 콧대높은 여귀족의 표본이었다. 그녀는 이동하는 내내 말의 안장이 불편하다느니, 냄새가 이상하다느니, 날씨가 춥다느니 ,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았고 마티유와 나는 두손두발 다들었다는냥 그것을 무시하며 말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녀의 끊임없는 불평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두운저녁에 계속해서 말을 달릴순 없었다.
로마를 떠난지 얼마안되어 곧 허름한 농가를 볼수있었다. 마티유는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지만 반대로 소피 드 사부아의 표정은 죽을상으로 변했다.
"오늘은 덜덜떨며 자지않아도 되겠군요."
"저런곳에서 어떻게 잔다는 거지? 침대가 있긴 한가?"
"그럼요, 아가씨. 짚단은 침대만큼이나 푹신하실겁니다."
마티유는 희죽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시 다물고는 마티유를 노려보았다.
"불편하겠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이게 마음에 들지않는다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수밖에요."
농가는 다쓰러져가 폐허인지 실제로 사람이 살고있는 집인지도 헷갈릴만큼 낡아있었다. 돌벽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닳고 닳아 이제는 제 모습을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오직 돼지 한마리와 새끼 두어마리만이 우리에서 빈자리를 차지하고있었다.
"얼마면 되오? 날이 이미 어두워져 이곳에서 하룻밤 묶고싶소만.."
"로마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그저 세상돌아가는 얘기나 한두마디 해주시구려. 돈은 괜찮소."
노부부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일행을 맞이했다. 아내가 수프를 끓이는 동안, 마티유는 말을 묶고 먹이러 잠시 밖으로 나갔고, 소피 드 사부아는 한켠의 의자에 앉아 꿍하게 나와 노인을 바라보고있었다.
"요즘은 좀 살만합니까?"
"항상 똑같지요. 세금은 오를대로 오르고, 음식값도 날이갈수록 비싸지니 확실히 살기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아내와 조용히 둘이 사는것에 만족한다오. 우리는 올해로 결혼한지 32년이 되었소."
노인은 주름진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곧 따뜻하게 덥혀진 수프가 테이블에 나왔다. 희멀건 수프는 거의 맹물이라고 봐도 될정도로 재료가 부실했고, 꺼내온 빵은 푸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꿍하게 앉아있는 소피 드 사부아를 제외하고 모두가 테이블에 둘러앉았을때, 나는 평소에는 느낄수없었던 아늑함을 느꼈다.
조용히 타오르며 따스하고 밝게 주변을 비추어주는 난롯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와 낡아빠진 테이블이지만 빙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 촛불들은 은은하게 주변으로 빛을 흩뿌려 구석구석을 밝혀주고있었고, 그곳에는 모두가 갈망하는 행복과는 다른 종류의 행복이 자리하고있었다.
그것은 바로 포근함이 아닐까. 춥고 쌀쌀한 바람을 막아줄 조그마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영원히 사는것.
함께 늙어가며 함께 웃고, 울며 동거동락하는 것. 서로를 바라볼때마다 청년시절로 돌아간듯 수줍게 웃는 노부부를 바라볼때마다 주변은 훈훈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가족이자 반려자, 그리고 오랜친구.
그것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그들을 보고있노라니 고향에 두고온 가족이 다시금 떠올라 마음을 적셔왔다.
어머니는.. 형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그리고 베아트리체는?... 그녀는.. 그녀는 하늘에서 이런 나와 함께하고 있을까..
네가 그곳에서 행복할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만.. 너를 떠올릴때마다 내마음은 천번만번 무너지고 마는구나..
아직도 나는 너를 내 마음속에서 보내주기에는 너무나도 가슴이 무너져내리는구나..
"잘 먹었소! 맛이 굉장히 좋군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티유는 그릇째로 수프를 들이마시고서 입을 쓰윽 닦았다.
"저기 아가씨는 안드려도 됩니까?"
마티유는 그녀를 힐끗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버려두시오, 입맛이 없나보오."
애초에 침대는 침대라기보다 짚단에 가까웠으므로 진짜 짚단에서 잔다고 한들 크게 다른점이 없었다.
집이 조그만해 한켠에서 몰아자야만 했는데 마티유와 내가 오른편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소피 드 사부아는 홀로 왼편구석에서 산더미처럼 짚단을 쌓아놓고 몸을 뉘었다.
"도련님, 내일 바로 그녀를 두고 출발하시겠습니까?"
마티유는 등뒤에서 낮은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야, 일단은 멀리 벗어난 뒤에."
"그럴줄 알았습니다. 도련님은 마음이 너무 여려서 탈이란 말이죠."
곧이어 이제는 사그라들고있는 희미한 난롯불을 제외하고는 주변이 어둠에 잠식되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누워 소피 드 사부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로브는 그녀의 날렵한 굴곡을 감출수없었다. 천천히 시선을 그녀의 가녀린 어깨, 얇은 허리, 풍만한 엉덩이로 옮겼다.
그녀의 성격은 앞서 말한것처럼 오만하기 짝이없었으나, 신은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해주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마티유의 얼굴을 눈앞에 두고서 자는것보다야 이게 낫겠지.
그리고 서서히 눈을 감으려는 순간, 그녀가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더욱이 놀랍게 그녀는 잠들어있지않았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맞닿았고, 나는 황급히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살짝 실눈을 떴을때 나는 그녀가 여전히 나를 보며 비웃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이상한 미소를 흘리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끝으로 다시 그녀는 몸을 돌려뉘었
다. 그리고 그 미소가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없이 나는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하루였다.
아침이 밝아왔을무렵, 나는 깜짝 놀란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꿈에있었다.
꿈은 짧지만 강렬했다. 한 여인의 몸을 끊임없이 탐했고, 그녀와 나는 하나가 되어 온몸이 홍건히 땀으로 적셔질만큼 격렬한 관계를 맺었다. 그녀의 몸은 나를 향하여 수줍게 펼쳐졌고, 그 속으로 나는 하염없이 빨려들어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절정에 이를때까지 쉼없이 그녀를 탐했다. 그리고 베일에 쌓인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을때, 나는 그녀가 소피 드 사부아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 무슨 부정한 꿈이란 말인가. 말도안되는 꿈이었다. 어떻게서든 일어날수가 없는 꿈인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를 보는 것조차 내게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볼때마다 꿈이 생생히 되살아났고, 그녀의 모습에 꿈이 겹쳐져 자꾸만 부정한 욕망을 꿈틀거리게했다.
그런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또다시 천대하며 물을 가져다 달라 말에 오르는 것을 도와달라, 곧있으면 음식을 먹여달라고까지 할 기세로 부리기시작했다.
"그러기에 제가 오늘 버려두고 가자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마티유가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몰고 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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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 앞으로 소설이름에 부제형식으로 각편마다 주 무대가 되는 지명을 붙여놓을 생각입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지명과 공,백작령등은 동일년도의 크킹지도를 참고하였으며, 이번편에 나오는 소피 드 사부아는 크킹에서도 1191년에 실제로 신롬 사부아공작령의 섭정을 맡고있는 여인으로 당시에 23살인 프랑크인 여성귀족입니다. 안타깝게도 초상화는 지못미 ㅠ____ㅠ지만, 재밌는 사실이 실제로 소피 드 사부아의 아버지인 욍베르 3세는 아내가 일찍죽어 재혼을 하게됩니다 . 그리고 원래는 소피 드 사부아가 공작위를 계승하게 되어있었지만 두번째 아내에게서 자그만치소피드 사부아 본인보다 12살이나 어린 이복남자동생이 태어나면서 후계구도 2순위로 밀려나버리고 말았더군요. 그리고 크킹내에서도 제 기억으로 소피 드 사부아는 '현란한 모사꾼' 트레잇에 '오만'을 가진 귀족여자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큰 플룻만을 이용하여 있음직한 사건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이 장편이 될것같은 기미가 보이기시작합니다. 그만큼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한다는 마음과 소설을 쓰며 평소 관심이 깊던 중세의 역사공부를 겸하여 열심히 분발하는 중이니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굽신):) 그리고 총 작업시간량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간혹 계시는데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5편의 70%를 쓰고 나머지 30%를 쓰는데 저녁 9시부터 현 새벽6시까지 걸렸습니다. 유난히 이번편에 시간이 더 걸린것 같습니다.:(
추가로 밑은 제가 머릿속에 그린 소피 드 사부아와 가장 닮은 이미지입니다.
네, 앞으로 그녀가 등장할때마다 이 이미지를 떠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절대로 크킹의 초상화는 보지마세요.
속편: Crucifixus- 6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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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피드백과 소설속에 구현됬으면 하는 사건 등등을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다음편에 반영을 하겠습니다. 언제든지 메일이나 쪽지등으로 말씀주세요~~
출근길에 보는데 재밌게 잘쓰쎴네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화이링
으 .. 다음..다음화를 달라!
실제 인물인가여 소피가?
만약 크킹에서 모든 지명과 인물들을 역사그대로 고증해놓았다면, 네. 소피는 실존인물일것입니다.
이런건 없나요? 꿈 속까지 등장하는 소피를 그냥 버리시지는 말고... 예루살렘 성전 승리해서... 쥔공 영지 분봉 받고... 힘 길러서 사부아공작령 퇄환해서... 마누라 여공작 만들어 주고... 나중에 아들 대에 다시 본가 털러가서 장악하고... 다시 프랑스 왕위 먹고... 이런 야망의 시나리오,,, 말입니다... 물론 본인은 예루살렘의 한 지방 백작으로 일생을 마치고... 아들 및 손자대에 승천해서... 성전 덕분에 본가보다 잘되어 돌아가는 이런 크킹적인 해피엔딩 말입니다... 그냥 다음편을 기대하면서 주절주절해 보았습니다... ㅎㅎㅎ 항상 잘 읽고 있어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참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qlcsakdl 다시 생각해 보니 크루치픽수스는 십자가에 못박인다는 뜻이니... 예수의 수난?!... 설마 쥔공이 비극으로 끝날 것은 아니지요? 이왕 반전적으로 처리해 주심이...
역사적으로 십자군에 나아간 귀족들은 대부분 가문 내 차남 이하의 떨거지와 같은 존재들... 결국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이역만리 떠나서... 성공한 자는 왕이 되었고 못되어도 영지 하나씩 차지해서 그나마 가문의 명맥을 이어 주었죠... 어떻게 보면 부르봉가의 앙리4세도 그런 케이스군요. 선조였던 로베르(맞나?)는 삼남 이하의 왕자님이라 영지 하나 못받아서... 결국 남부지방 부르봉백작의 외동딸과 결혼해서 영지 받아 수 세대를 지나 성공한 왕가가 되었죠..
@shyisna 소설이름을 해석하시고 점치시다니 , 예리하신데요? ㅋㅋㅋㅋ 소설은 이제 초반부를 슬슬 넘어가고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저역시도 장담치 못합니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소설이름이 Crucifixus 인 것에는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정당하다 혹은 종교적신념으로 뭉쳐 이교를 격파하는 신의군대로 알고있는 십자군의 이면을 보여드리기위함이었으며, 또한 모두가 아시는 영주들의 영지욕심을 제외한 서민들과 일반귀족들의 시대상을 서술해보고자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