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진 권사님들
예배 마치면 세 분 권사님을 승용차로 모신다.
다 약한 분들이나 변함없이 예배 자리를 지켜 감사할 일이다.
그날따라 임 권사님 마음의 저울이 무거워 보였다.
걱정이 큰지 먼저 입을 여셨다.
‘목사님! 한 겨울이라 이렇게 춥잖아요.
근데 두 손녀 식구 여덟이 서울서 왔어요.
내가 키워 정이 들어 좋은데 방학이라고 며칠간 머물다 간데요.
아들이 사업하는 바람에 학부형 노릇을 제가 했거든요.
그 친구들이 우리 애들 부모 없는 줄 알았데요.
둘 다 공부 잘해 서울대 나와 임용고시 합격했어요.
지금도 할머니뿐이 몰라요.
화장품과 옷도 애들이 다 사줘요.
용돈도 주고요.
요즘 눈이 더 침침하고, 귀도 잘 안 들려요.
심장도 안 좋아 만사가 귀찮네요.
지들이 택배로 주문해 다 해 먹어도 뒤치다꺼리하기 힘들어요.
오늘은 노인정 가려고요.
거기 내려주세요.’
평소보다 힘을 많이 써 살아내기 어려워 택한 걸음이라 무거워 보였다.
수고한 마음 도닥거리고 오는 길에 한 다짐이다.
‘매일 식단과 건강 관리하여 자녀 손에게 짐으로 남지 말자.
귀한 돈 병원에 붓지 말고 선한 일에 흘러 보내자.
부지런히 움직여 탄력 생기게 잔 근육 단련시키자.
홈트로 가슴을 키우자.
운동에는 기적이 없는 법, 뜀질로 땀 흘리자.
꾸준함과 끈기, 성실과 근면이 몸 짱 만드는 비결!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자.’
낮달이 뜬 시간에 점심 먹고 쉴 때였지만 목회는 5분 대기조였다.
‘부은아! 죽기 전에 한번 와 봐라!’
엄마! 전화네요.
‘또 고향 생각이 나는가 봐요.
빨리 가서 기도해 주세요.
배 아프다고 계속 찾네요.’
엎드리면 코 닿을 곳! 급한 시동을 걸었다.
주일 새벽 기도 마치면 아내가 찾아간다.
목욕시키고 교회 오시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는다.
정한 시간에 안수 집사님이 휠체어로 승합차에 모신다.
98세! 청력과 시력이 약하지만 예배를 기다린다.
그날은 몸 상태가 안 좋은지 못 일어나셨다.
안수 집사님이 기도만 해 드리고 오셨다.
독거노인이라 현관문을 열어 놓았다.
휠체어에 두꺼운 옷이 보였다.
누우신 장모님 배를 아내가 쓸어내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기저귀도 괜찮고..’ 금방 살아났다.
딸 얼굴이 비상약이었다.
차려 놓은 밥상에 때마다 앉으시고 겨우 화장실 출입만 하신다.
그도 실수가 잦아 요양 보호사가 기저귀를 채운다.
핸드폰을 열어 봤다.
자식들에게 신호는 갔지만 받는 이가 없었다.
양손 잡고 기도했더니 힘이 들어갔다.
아멘! 소리가 컸다.
‘우리 아버지가 왜? 이리 안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가실 상태가 아니었다.
긴 통을 귀에 대고 물었다.
‘어머니! 내가 누구요? 우리 목사님!
큰아들 이름은? 재열이! 막둥이는? 귀열이!
큰 며느리는? 추영숙! 작은며느리는? 몰라? 이저부써!
누가 더 좋아요? 둘 다 조체!
딸들은요?’ 평생 기도한 분이라
재은이, 춘은이, 순은이, 부은이, 성은이 거침없이 뱉었다.
‘올해 연세는요?’ ‘103살!’ 꼭 백 살 넘었다고 우기신다.
난 일어섰다.
냉장고 열어 ‘목사님! 입 다실 것 챙겨 드려라’는 손짓이다.
자식 사랑과 대접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아내가 처제를 불렀다.
두 딸이 젤을 발라 초음파 치료기로 풀어 드린다.
치매로 인지 능력 약해 딸들이 다녀 간 줄 모르고 또 밤중에 찾는다.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딸을 부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틀 뒤, 요양병원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박복례 할머니 각 티슈, 물티슈가 없다는 통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달 병원비 결제 위해 갈 계획이었다.
예레미 페이퍼 직영점에 들렀다.
물품 구입 후 은행 통장 재발급 위해 농협으로 갔다.
대기자가 많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기존 통장과 도장만으로 대리 발급이 가능했다.
다움 요양병원 박 권사님 심방까지 할 참이었다.
일이 더뎌 야채 죽이 식을까 걱정이었다.
서둘러 늘푸른 요양병원 물품 전달과 병원비 결제를 마쳤다.
득달같이 박 권사님을 찾아갔다.
입원실 통제에 언제나 올라가지 못하고 전화만 드린다.
‘아따, 밥 잘 묵는디 뭔 죽을 사 오시오.
돈도 없을 것인디..’
그래도 젤 나이 드신 양반과 나눠 따따허니 잘 드셨단다.
권사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찌였다.
외롭지 않을까? 소외감은 없을까? 불면증은 괜찮을까?
염려에 매주 한 번씩 들린다.
조대병원 수술 결과 확인차 간 날도 모셨다.
걸음이 불편하여 휠체어를 권했지만 천천히 움직였다.
채혈, 엑스레이 촬영, 의사 면담 자리 곁에 섰다.
서류 발급과 약 처방을 도왔다.
변비로 고생한 분이라 도중에 키위를 챙겨 드렸다.
어머니가 준 봉투도 전하고 명절 선물로 병원으로 배달하였다.
전화하면 걱정이 많으셨다.
‘목사님! 2층 세입자가 집을 너무 함부로 썼어요.
한 번씩 올라가면 더러 와서 못 봐라.
결국 물이 새서 1층 부엌으로 떨어진다요.
아들, 딸이 서둘러 그 사람들 보내고 전체 수리 들어갔어라.
1층도 설 명절 지나면 고칠 요량에 맘이 심란하네요.
큰방 파서 보일러 깔라면 짐을 이삿짐센터에 매껴야 한다요.
묵은 살림은 거반 버릴라고요.
그 때나 집에 가볼라고요.
재개발 헌다해도 언제 할 줄 몰라라.
지금 못 고치면 못해라.
맘 묵은 짐에 할라고요.
돈은 솔찬히 들거씁디다.’
당뇨, 불면증, 혈압에 허리 수술 후 회복 중이다.
혼자 생활이 어려워 요양병원 재활 치료 위해 집을 비웠다.
주인 없는 사이 탈이 났지만 요즘은 잠을 5시간 이상 주무신단다.
키위 드시고 화장실 출입이 편하다는 말씀에 또 두 팩을 사서 넣었다.
2024. 1. 27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