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걱정과 공상으로 거의 밤을 밝힌 다음 날 8시쯤
순천에 사시는 작은아버지가 오셨다.
어제저녁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오늘 아침 일찍 떠나서 오셨다며 현관에 들어오시면서 어찌 된 일이냐고 다시 물으신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정신이 없으셨던 어머니가 저녁 9시 이후 집에 오셔서 작은아버지께 전화하신 모양이다.
어머니가 어제저녁 전화로 말한 대로 형님의 밑에 있는 직원이 횡령을 해서 횡령과 배임죄를 지었다며 경찰이 데리고 가 구속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설명하신다.
“밑에 사람이 횡령했는데 형님이 왜 구속돼요?”
“횡령한 사람이 형님도 관련이 있다고 진술했나 봐요.”
“저런 나쁜 놈! 그래 형님은 무어라고 하셔요?”
“형님은 전연 모르는 일이라고 하시며 조사하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니 걱정말라고 하시지만.”
“그렇겠죠. 우리 형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어머니가 작은아버지와 이런 말을 나누고 계시는 동안 경숙은 직장에 전화해서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오늘 하루 결근을 하여야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남동생도 학교를 하루 쉬겠다고 하는 것을 하루가 아쉬운 고3생이 학교를 쉬면 되겠느냐? 아버지 일은 어른들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고 또 누나가 있으니 너는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서 학교를 보냈다.
9시쯤 고모부가 들어오신다.
대문을 열어드리는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들어오시는 고모부를 작은아버지가 맞는다.
“형님! 안녕하세요.”
“응! 자네도 일찍 왔군.”
“어제저녁 형수님 전화를 받고 곧장 달려 올려다 너무 늦어 차가 없어 오늘 아침에 일찍 왔습니다.”
“잘했네!”
작은아버지와 인사를 나누시고 경숙을 보신 고모부가
“경숙이도 아버지가 걱정돼서 직장을 쉬었구나. 걱정마라, 너희 아버지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무엇인가 착오가 있을 것이다. 오늘 경찰서에 가보면 알 것이야.” 하신다.
고모부는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이라 경험이 많으셔서인지 늘 이렇게 어려운 일을 침착하게 처리하신다.
그래서 집안의 대소사가 생기면 모두 고모부부터 찾게 된다.
10시쯤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를 면회했다.
아버지는 하룻저녁 보지 못했는데도 무척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고 그사이에 아버지는 무척 수척해지신 것 같다.
충격과 취조를 받으시느라 많이 시달리신 모양이다.
생전에 경찰서에 잡혀 오시라고 생각이나 하셨겠으며, 경찰들에게 당하는 죄인 취급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을까?
고모부랑 작은아버지와 인사를 끝내고 경숙이를 보신 아버지는 어색하게 웃으시며
“미안하구나, 직장은 어떻게 하고 왔니?”
딸에게 이런 꼴을 보이는 것이 미안하여 아버지는 안 물어도 될 뻔한 걸 물으신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인가보다.
자신의 처지보다는 딸아이의 결근이 걱정되는
경숙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흐른다.
어제저녁에는 아버지를 만나서 어떻게 된 것인지 모든 것을 여쭈어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아버지를 만나니 눈물만 흐른다.
“걱정하지 마라, 잘될 것이다. 너는 아버지를 믿지?”
눈물을 보이는 경숙이가 안쓰러워서, 자기의 잘못으로 식구들에게 걱정하게 만든 것이 안 되어 아버지는 경숙을 위로하신다.
경숙은 고개를 끄떡여 아버지의 물음에 답했다.
옆에 계시는 어머니도 아버지를 만나서부터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신다.
고모부가 경숙의 등을 두드리며
“경숙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있어라. 작은아버지와 내가 아버지와 이야기도 듣고 의논도 할 테니.”
고모부의 말씀에 경숙경숙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서 머뭇거리는 어머니를 달래 모시고 밖으로 나왔다.
늦가을 하늘답지 않게 오늘은 더욱 짙게 푸르다.
어제 아침만 해도 이렇게 청명하게 맑은 가을 하늘에 상쾌함을 느꼈었는데
이 아침에는 그 푸른색이 피부로 파고드는 것 같은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마음이 추운 것이다.
어머니와 같이 벤치에 앉았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며 추운 경숙의 마음을 휘젓는다.
어머니도 가늘게 몸을 떨고 계신다, 아니 어머니가 떠시는 것인지 자기의 떨림이 어머니에게로 전달되는 것인지 모른다.
모녀는 서로 어깨동무하듯 안는다.
어머니는 딸을 딸은 어머니의 추운 마음을 서로 조금이라도 위로하려는 듯
꽤 시간이 흐른 후 작은아버지가 찾아 나오셔서 면회가 끝났으니, 아버지에게 인사하러 들어가자고 하신다.
“이야기가 어떻게 됐어요?”
어머니가 물으신다.
“자세한 것은 집에 가서 하시죠. 광주 형님이 말해 주실 거예요.”
“문제가 어렵게 됐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변호사는 사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왜요? 애들 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데요?”
작은아버지에게서 말씀을 들으며 경숙은 혹 아버지가 아버지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연루되어 쉽게 풀려나시지는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뛰며 떨려오기 시작한다.
“자세한 것은 광주 형님이 아세요.”
작은아버지의 그런 행동에서 아버지의 형편이 생각보다 어려워진 것 같고 그렇게 된 형편을 자기가 말할 때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실까 봐 작은아버지는 걱정되시는 모양이다.
경숙은 긴장이 되며 여건이 얼마나 나빠진 것인지 걱정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면회실로 들어가니 고모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신다.
아마도 자신이 말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져 가족들 보기가 미안한 마음이 드신 것이다.
경숙은 그런 아버지가 더욱 안 돼 보여 다가가서 아버지의 손을 꼭 잡는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변함이 없다는 표시다.
그런 경숙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 잔 이슬이 맺힌다.
얼른 다가와 옷소매로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자네.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내가 조처하지, 마침 내가 잘 아는 좀 이름 있는 변호사가 있어, 그 사람과 협의하여 일이 잘되도록 해볼 것이야, 그러니 자네도 마음 굳게 먹고 건강을 잘 돌보게.”
하고 고모부가 말씀하신다.
“알겠습니다. 형님께 늘 폐만 끼치는군요.”
“이 사람 별 소릴 다 하네. 내가 남인가? 그런 소리 하면 오히려 섭 하네.”
“죄송합니다.”
“그러지 말래도 또 그러네.”
고모부의 말씀이 역정 비슷하게 된다.
두 분의 말씀이 끝나고 작별 인사를 한다.
경숙은 안녕히 계시고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눈물로 인사를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거기에 두고 참아, 발걸음이 안 떨어지시는가 보다.
아버지의 손을 놓지 못하고 계시다가 어서 집에 가서 문제를 의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작은아버지의 말씀에 겨우 돌아서시고도 경찰서 밖으로 나오기까지 몇 번을 뒤돌아보신다.
부모님 두 분의 애틋한 정에 경숙은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첫댓글 즐~~~~감!
즐감 합니다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혈님!
대보름49님!
간사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