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03시즌 NBA도 플레이오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뉴저지 네츠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4-0으로 완파하고 파이널에 선착한 가운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댈러스 매버릭스가 한 장 남은 파이널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올시즌 개막 전을 돌이켜 보면 서부 컨퍼런스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던 팀이 있었다. 화려한 포워드진과 장신 라인업을 갖춘데다 젊고 뛰어난 포인트가드 안드레 밀러를 영입한 LA 클리퍼스였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27승 55패의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은 고사하고 서부 컨퍼런스의 14팀 중 13위에 그쳤다. 분명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반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38승을 거두며 4할 5푼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실망스러웠던 클리퍼스의 시즌
클리퍼스의 라인업은 아주 탄탄해 보였다. 밀러를 영입하며 고졸 기대주 대리어스 마일스를 내보냈지만 엘튼 브랜드와 라마 오돔이 있고 코리 매게티, 퀸틴 리처드슨 등 젊고 에너지 넘치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8번 시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플레이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해 주리라 믿었던 밀러는 동료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오돔과 브랜드 등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제대로 뛰지 못했다. 기록상으로도 좋지 않았고(득실점 차이 –4.1점, 서부 13위) 드러난 기록 이상으로 조직력과 수비력 등에서 강인하고 끈끈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리 매게티의 발전이 위안거리였지만 지난시즌 식스맨 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리처드슨이 득점과 야투율에서 상당한 하락세를 보이는 바람에 매게티의 향상도 빛을 잃고 말았다. 리처드슨은 지난시즌 13.3득점에서 올시즌 9.4득점으로 하락했고 특히 3점슛 성공률은 .381에서 .308로 크게 떨어졌다.
골든스테이트, 어리너스라는 대박을 터뜨리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일견 클리퍼스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골밑의 파워가 상당하고 운동능력이 탁월하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앤트완 제이미슨-제이슨 리처드슨 콤비에 아도날 포일, 에릭 댐피어의 골밑도 상당했다. 또한 수비력이 큰 약점이며 팀을 이끌 포인트가드가 필요하다는 것도 비슷했다.
이런 골든스테이트 최고의 히트상품은 바로 길버트 어리너스였다. NCAA의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며 애리조나 대학 출신인 어리너스는 2001년 NCAA 토너먼트에서 애리조나의 돌풍을 이끈 주역 중 하나였다. 마이크 비비, 안드레 밀러 등을 배출해 새로이 떠오르는 포인트가드의 산실이다.
당시 애리조나는 8강에서 1번 시드 일리노이 대학을 격침시키는 파란을 연출한 바 있고 주인공은 21점을 몰아넣은 어리너스였다. 결승에서 셰인 배티에, 제이 윌리엄스(당시에는 제이슨 윌리엄스) 등이 버티는 최강 듀크 대학에 패했지만 어리너스는 2001년의 NCAA 토너먼트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191cm의 신장에 정통 포인트가드는 아니어서 어중간한 선수라는 평을 받았고 2001년 드래프트에서도 2라운드 31번까지 가서야 골든스테이트의 지명을 받을 만큼 큰 기대주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첫 시즌에도 신인들 중 최고 포인트가드는 토니 파커, 자말 틴즐리였지 어리너스는 아니었다.
2년차인 02-03시즌, 어리너스의 플레이는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화려하고 폭발적이었다. 직접 슛을 던지는 것을 더 좋아하고 너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잦은 턴오버를 범했지만 큰 신장을 살린 올라운드 플레이는 그가 골든스테이트의 최고 선수로 불리는 경기를 점점 자주 생기도록 만들어갔다. 3월 24일 워싱턴 위저즈전에서는 무려 41점을 폭발시키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의 01-02시즌 득점-실점 기록은 97.7-103.1이었다. 이번 02-03시즌의 경우에는 102.4-103.6이었다. 실점(즉, 수비)는 그리 나아진 게 없는데 득점력 면에서 상당히 강화된 것이다. 이런 스타일에는 어리너스라는 공격적인 포인트가드의 존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 선전의 공로자는 여럿 있다
골든스테이트에는 어리너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MIP 투표에서 3위에 오른 트로이 머피. 다혈질에 괴짜 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상대선수와 자주 다툼을 벌이고 심판에게도 종종 대들지만 팀의 '에너자이저(energizer)'라는 별칭답게 11.7득점에 리바운드를 10.2개나 잡아내며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드래프트 3번 지명자 마이크 던리비 주니어의 부진을 메운 이는 바로 머피였다.
초미니 선수 얼 보이킨스도 빼놓을 수 없다. 165cm에 불과하지만 날렵한 스피드와 클러치 슛 능력을 앞세워 어리너스와 함께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잘 지켰다. 기둥 선수인 앤트완 제이미슨 역시 어리너스에 가렸지만 기복 없는 득점력과 리바운드 능력으로 골든스테이트를 묵묵히 떠받든 인물이다.
에릭 댐피어와 아도날 포일은 약점도 많고 공격력이 약했지만 이 둘이 지키는 골밑은 리바운드와 블록슛에 관한한 정상급이었다. 댐피어와 포일 중 한 명을 내보내지 않고 둘 다 보유한 것은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덩크슛이 화려한 제이슨 리처드슨도 생각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으나 제몫은 했다.
신출내기 감독 에릭 무셀먼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머피와 던리비, 댐피어와 포일 등 포지션 중복 문제 때문에 자칫 선수들끼리 관계가 불편해지고 팀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제이미슨은 "무셀먼은 그저 2~3명의 선수들을 화합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렇게 했다. 그는 우리를 판에 박힌 틀에서 꺼내주었다" 라고 말하며 무셀먼의 지도력과 친화력을 칭찬했다.
클리퍼스와 골든스테이트, 상반된 미래?
이처럼 클리퍼스와 골든스테이트는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즌 후의 결과는 달랐다.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도무지 클리퍼스가 그렇게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성적은 상당한 차이가 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두 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클리퍼스는 밀러, 브랜드, 오돔, 올로워칸디까지 무려 4명의 주전 선수가 FA 시장에 풀린다. 이번에 승부를 걸어보고자 올로워칸디에게 퀄리티파잉 오퍼(제한적 FA에게 기존의 소속팀이 제시하는 연봉조건. 이 오퍼가 제시되면 이후에는 다른 팀에서 얼마를 제시해도 기존 소속팀이 그것과 같은 조건을 내놓으면 붙잡을 수 있다. 리키 데이비스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클리블랜드 캐버리어스에 남은 것도 이것 때문이다)까지 제시하며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제 올로워칸디는 비제한적 FA가 되었으며 아무 조건 없이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있다. 올로워칸디는 7푸터(7피트, 213cm 이상의 선수)라는 희소가치에 지난시즌에도 꽤 잘 했기 때문에(12.3득점 9.1리바운드 1.81블록슛) FA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것이다. 야투율이 .430 근처에 머무는 등 약점도 많지만 이만한 센터라도 없어서 난리법석인 게 요즘의 NBA이다. 브랜드나 오돔, 밀러 등도 실망감이 커서 클리퍼스에 남고 싶은 마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 뻔하다.
즉, 클리퍼스는 그동안 열심히 모았던 젊은 선수들을 모두 잃고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날 위험성도 있다는 의미다. 예전부터 팀에 애착도 없고 운영의 일관성도 결여되어 최악의 구단주 중 한 명으로 거론될 만큼 빈축을 사던 도널드 스털링의 행보가 주목되지만, 사실 암울하다. 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엘진 베일러 역시 화려했던 선수시절에 비하면 행정가로서는 실패를 거듭하는 중이다.
골든스테이트라고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최고의 라이징 스타 어리너스가 FA로 풀리는 것이다. 어리너스에게 군침을 흘리는 팀은 부지기수이며 이번 FA 시장 나오는 포인트가드 중 최고의 거물인 제이슨 키드, 개리 페이튼에 버금가는 수준으로까지 평가받는 선수가 바로 어리너스이다. 숨은 살림꾼 보이킨스 역시 FA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클리퍼스에 비하면 훨씬 사정이 나으며 골든스테이트는 팀분위기가 클리퍼스와는 틀리다. 제이미슨은 01-02시즌 전 골든스테이트와 7년 계약을 맺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주가도 꽤 높아 오라는 팀이 많았는데 남은 것이다. 제이미슨은 "이 팀이 좋다. 여기서 은퇴하고 싶다" 라면서 대단한 팀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가 발벗고 나서서 어리너스와 보이킨스를 붙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이번시즌의 성공에 고무된 골든스테이트의 수뇌부가 대형 FA 영입에 뛰어들 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제이슨 키드. 캘리포니아 대학을 나왔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태생인 그가 샌프란시스코 만 하나를 사이에 둔 지척에 있는 팀인 골든스테이트행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첫댓글 기사의 정확한 출처를 밝혀주셔야 합니다.
스포팅21......ㅡㅡㅋ
안드레 밀러는 유타대 출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