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중심가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는 독립신문은 하루 하루 인터넷신문 제작에 여념이 없다. 2일 ´노무현 대통령 저격 패러디´로 인해 경찰로부터 ´협박미수 공모´로 불구속 입건된 신혜식 대표를 3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 ▲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
신혜식 대표는 “조사하고, 기소하고 다 좋은데, 일 못하게 사람 귀찮게 하고 계속 오라 가라 하며 압력 넣는 것은 분명한 언론탄압 아니냐”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내일 출두하라는 소환장이 오늘 또 날라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독립신문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 저격 패러디’를 게재하면서 논란이 돼왔다. 이 패러디는 한 저격수가 소총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미간을 정조준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패러디는 독자인 한 대학생이 지난달 15일 새벽에 만들어서 독립신문으로 보내와 다음날인 16일 독립신문이 게재했다. 이날 저녁에는 친노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 패러디 논란 기사를 썼고,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등장하면서 각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달 18일 오전 중앙정부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종의 사이버 저격행위”라며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경찰은 바로 다음날인 19일 독립신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신혜식 대표와 패러디를 만든 대학생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신 대표는 “경찰에서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해 뉴스를 만드는데 지장이 많았다”면서 "학생까지 조사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독립신문 패러디 사건과 관련, 그림을 그린 대학생에게는 ‘협박 미수’ 혐의를, 이를 게재한 독립신문 신 대표에게는 ‘공모’ 혐의를 적용했다.
- ▲ 소환장을 보여주고 있는 신혜식 대표
이에 신 대표는 “이것이 협박 미수면 나를 불태워 찢어 죽이겠다는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패러디는 ‘살인미수’고, 청와대 사이트에 게재됐던 옷 벗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모습을 그린 패러디는 ‘강간미수’, 시사투나잇이 방송한 전재희, 박세일 의원의 누드패러디는 ‘성추행미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지고 보면 ‘협박미수’가 가장 약한 것인데 독립신문을 처벌하면서 더 쎈 건 놔두는 게 언론의 자유냐고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이와 관련해 과거 화백들의 그림을 예로 들며 패러디의 근본취지를 설명했다. 신 대표는 “김홍도 화백의 그림만 살펴봐도 양반들을 풍자한 그림이 많은데 그것은 당시 풍자와 해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인터넷 패러디가 처벌감이면, 양반들의 권위가 상당했던 당시 시대에서 김 화백은 사형감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신 대표는 이어 “이런 풍자와 해학 문화가 지금의 인터넷 패러디 문화로 이어져 내오는 것”이라며 “패러디의 기본적인 발상은 힘없는 자가 힘 있는 자들을 향해 비판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패러디의 근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그러나 “거꾸로 청와대가 일부 힘없는 야당이나 개인을 패러디했다면 그것은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독립신문의 대통령 저격 패러디를 보고 깜짝 놀라는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정의감이 상실했다는 증거”라며 “사회 정의감이 살아있다면 이런 패러디를 보고 깜짝 놀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 신혜식대표는 과거 화백들의 해학과 풍자가 지금의 인터넷 문화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독립신문 사무실)
신 대표는 “결론적으로 독립신문의 패러디를 놓고 봤을 때, 300만 국민을 굶어죽게 만든 김정일을 두둔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쁘냐, 아니면 이런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독립신문과 패러디를 그린 대학생이 나쁘냐... 이 문제는 설사 노 대통령이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존경하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김정일을 두둔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독립신문은 현재 2년 째 약 800여개의 패러디를 게재하고 있는데, 이 패러디들은 신 대표가 직접 그리고 만들고 있다고 한다. 신 대표는 “포스터를 보기도 하고,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재미있는 답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저격 패러디도 대학생이 그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그렸을 것”이라며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도 전두환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고, 미국에서도 부시대통령 사진을 불태우기도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고작 패러디 하나 가지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굳건했던 한미동맹을 반미교육장으로 만들었고, 경제는 계속해서 악화되어 가는 등 ‘최악’”이라며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매체들은 비판은 하지 못할 망정 오히려 노 정권을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한나라당에서도 냉철히 꼬집었다. 신 대표는 “이번 4.30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국민은 차선을 선택한 것일 뿐 열린우리당과 실상 별로 차이가 없다”며 “지금의 야당은 열린우리당 2중대라는 말이 전혀 틀리게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들 반듯하게 자라 권위주의적”이라며 “그러다보니 투쟁의식이나 문제의식을 만들어 내는 데 약하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때문에 이른바 4대법안도 열린우리당이 하자는 대로 다 따라가게 됐다”며 “125명이라는 의석이 있지만 피라미에 불과해 월척인 대통령이 오면 다 잡아먹히고 만다”고 말했다.
한편 신 대표는 약 3년 간 독립신문을 운영해 오면서 “남은 건 상처뿐”이라고 전했다. 신 대표는 ‘반핵반김협의회’ 대변인 시절이던 작년 10월4일 시청 앞 광장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나이 많은 노인들이 전경들에게 구타당하는 것을 보고 깃발을 꽂았던 낚싯대를 휘둘렀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서울 구치소에 약 40일간 송치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이고, 평화는 돈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며 “DJ정권을 비롯해 지금 현 노무현 정부는 돈으로 잠시 동안 평화를 얻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힘들여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지금 정권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힘들지만 우리들의 노력을 후세에서는 알아 줄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치상태에서 이를 두둔하는 정부에 대항하고, 좌파로 물든 이 정권에 맞서 싸웠던 보수신문이 있었다는 것을 역사가 기억해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신 대표는 "이제야말로 ´행동하는 우파´가 나서야할 때"라면서 "아무리 권력이 언론탄압 등 갖은 고통을 줘도 굳건히 정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