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파수병 - 맹문재
한국전쟁 때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행정 직원이 전하는 말에 나는 강잉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김수영 시인의 학적부와 성적 증명서를 보려고 마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선린인터넷고로 보낸 팩스가 전쟁의 폭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한국전쟁 때 탁가라는 형사에 잡혀 시체도 못 찾았지 김현경 여사님의 고발이다
시인의 전수과(專修科) 과정이며 학업 성적이며 시에 대한 반역 정신을 알 수 없어 허무하다고 봄 하늘도 웃는다
전쟁이 몰고 온 서러움이 억울하지 않으냐 함몰된 비참함이 억울하지 않으냐 폭백(暴白)이라도 해야지 구름을 부추기며 언덕에 섰는데
구름은 시간을 제압하지 못하고 뒷모습을 보인다
구름의 파수병을 자청한 시인이여
구름의 파수병을 자청하는 또 다른 시인이여
*강잉히 ; 내키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그대로
ㅡ 『시와 사상』 (2022, 여름호) ************************************************************************************** 얼마전에 저항 시인으로 유명한 김수영 시인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공이 9이고 과가 1이라며 추앙합니다 군사독재시절 자유를 그리는 저항시를 발표했고 많은 후배시인들이 그의 정신을 기렸으나 민주화를 이룬 다음부터 새로운 가치와 이상을 펼치는 바람에 변절했다고 헐뜯는 이들도 생겼는데 그러다가 세상을 떠나신 것이지요 인간의 내면은 언제고 바뀔 수도 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학은 있는 그대로 인정되고 비평되는 가운데 발전할 것입니다 이 땅의 시인들이 구름의 파수병을 자처하는 동안에도 사회는 꿈틀거릴 뿐이지요 모든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게 아니잖아요? ^*^ |
첫댓글 식민지시대 이래 한국문단을 갈라치기한 것이 순수냐 참여냐하는 사상논쟁이었다.6,70년대 사상논쟁이 격화되다 6.25를 겪으며 잠시 잊혀지다가 전두환 군부시절 다시 격화되었지만 구소련체제의 붕괴와 함께 흐지부지 사라졌다. 구름은 시간을 제압하지 못하고 (다만 시대의)뒷모습을 보인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지 시대를 혁명하지는 않는다. 시에 대한 반역정신이란 시대에 대한 시인의 굽힘없는 소신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한국문단의 고질적인 병패라면 문학 작품을 두고 문학사의 관점에서 비평하기 보다는 작가의 이념에 함몰된 순수냐 참여냐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문학 그 자체의 예술성이나 시대정신에 견주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어줍잖은 이념으로 작품이나 작가를 갈라지키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