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 조동화
돌보다 더 단단한 깊음*을 곧장 뚫고 한 차례 굴절도 없이
먼 우주 가로질러 사람들 가슴 가슴에 와 닿는 빛이 있다
눈썹 밑 두 눈으론 감지할 수 없는 빛, 바위나 흙벽으로도
가로막지 못하는 빛, 마음눈 밝은 자들이 무릎 꿇고 받는 빛
백에 아흔아홉이 감지조차 못 해도 햇빛과 달빛이 아닌,
별빛은 더욱 아닌, 잘 부신 질그릇마다 찰랑찰랑 담기는 빛
자그마치 3조 광년 천억 은하 건너와서 굳이 잠긴 빗장을 따
마음 문 열어 젖히고 미망의 어둔 골짝들 비추는 빛이 있다
* 우주의 끝 가장자리에 절대온도(-273.15)로 얼어 있다는
거대한 물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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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 시구는 한용운 대선사의 <알 수 없어요>라는 시의
결구입니다.
나는 이 시를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여기에서 ‘밤’은 일제가 국권침탈을 자행한 시기를 지칭한
것이며, ‘나의 가슴’이 그 암울한 밤을 밝히는 약한 등불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시기에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쉽게 강자를 편들어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부류가
절대다수이지만 이렇듯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잘 알면서도
약자의 편이 되어 한 생을 송두리째 드리는 지절(志節)의
삶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경이로워 이 한 소절을 두고두고
읊조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관류해 온 나의 시조 사랑 역시 약자이며
소수인 것에 대한 나의 일방적 경도(傾倒)였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것은 저절로 마음에 우러나서 되는 것이지 의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나는 우리 고유의 가락이 무작정 좋아 한없이 끌렸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오늘 이토록 큰 상을 받다니 다만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설악무산 큰스님과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여러분, 그리고
《유심》관계자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두루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