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는 시험시간이나 잠깐 비는 시간이 있으면 좌석에 언제까지 시간이 빈다는 것을 포스
트잇에 붙여 두는 것이 도서관 자리가 부족한 학교의 학생들 스스로의 배려이며, 불문율인 듯 그
렇게 하고 있었다. 물론 성훈도 그렇게 따라 하고 있었다. 그녀도 그런 자리를 찾고 있다 자리에
서 앉은 것 같았다. 창문으로 들어 온 햇빛으로 그녀의 머릿결과 하얀 피부는 더욱 빛나고 그녀
는 또 천사가 되어 있었다. 성훈은 내심 반가웠다. 차마 다가가서 본인 자리라고 말하지 못하고
성훈도 포스트잇에 붙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오후 시험 과목 책을 두고 왔지만 성훈은 그녀
의 공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정리 노트만 뒤적이는 것으로 공부를 했다. 오늘 그녀를 볼 수 있
었다는 것 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는 자신을 성훈은 발견했다.
포스트잇에 붙여 놓은 마지막 시간이 지나고 즉, 성훈이 돌아 온 뒤 1시간이 더 흐른 뒤 그녀는
시험을 보러 가는지 책을 챙겨 나갔다.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동안 지켜 보기만 할
뿐 선뜩 용기를 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시험이 끝나고 성훈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수업과 도서관을 오가는 것이 반복 되었다.
잠깐이지만 도서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도서관에서 머무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다고 직접 다가가 말을 걸거나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것과 숫기가 부족하여 쉽게 그녀에
게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냥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성훈은 위안을 삼고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같은 예비역인 동갑내기 친구
창호가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한다. 반 예비역이 6명이 다 모이는 자리라고 같이 가자고 하였다.
예비역들과 밥을 먹거나 막걸리 한잔 하는 시간들이 가끔 있었지만 예비역 전체가 모이는 자리
는 없었다. 물론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훈으로는 관심이 없어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비역들끼리 가끔 술자리를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성훈에게 주어진 처지가 그들과는 달라서
모두 같이 하지는 못했다.
오늘은 목요일 그녀가 도서관에 오는 날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오는 시간 전에 도서관
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에 창호를 따라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게 그녀가 도서관 오는 패턴을 성훈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에 3번 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이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이 그녀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예비역끼리의 모임은 뻔하다 아직 1학년이라 미래 이야기는 일부분이고 군대 이야기, 여자 이야
기와 그리고 공부 이야기는 조금 거들 뿐이었다.
그 날은 다른 주제가 추가 되었다. 과 축제 이야기였다. 예비역은 무조건 여자친구 데러 오는 것
이었다.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지 못한 성훈은 쓸데 없는 제안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해병대 출신 종혁이가 여자친구 없는 사람은 미팅 시켜준다고 큰소리로 공표를 한다.
“ 야 여기 여자친구 없는 사람 손 들어봐! “ 종혁의 소리에
“ 야 성훈이! 너 여자친구 없지.. 맨날 공부만 한다고..” 공수 출신 호준이가 성훈을 보면서 묻는
다. 순간 성훈은 그녀가 나의 여자친구였으면 당당하게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냥 짝사랑일 뿐인 것을 확인 시켜 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하하 “ 이렇게 받아 쳤다
옆에 있던 석규는 “나!” 라고 손을 번쩍 든다.
“그러고 보니 여자친구 없는 사람 성훈이와 석규네~” 7사단 출신 민호가 상황 파악한다
“ 그럼 내가 두 사람 미팅 시켜준다” 종혁이가 자신만만하게 제안한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자기들끼리 날짜를 잡고 상대는 모대학 무슨과 라고 벌써 약속을 잡는다.
그러다 축제 파트너에 데리고 오면 대박일거라는 여자가 있다고 호준이가 떠벌린다.
우리 학교 간호학과에 다니는 학생 중에서 정말 퀸카가 있다고 귀티 나고 정말 예쁜 학생이 있
다고 했다. 피부가 하얗고 키는 160센티 조금 넘고 연두색 옷을 좋아하는 애라고 말을 한다.
순간 성훈은 그녀를 떠 올렸다. 성훈은 호준이를 쳐다 보았다. 호준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전자과는 물론이고 기계과 지찬 선배도 그녀에게 접근했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추가 부연 설
명을 한다. 그래도 좀 나간다는 사람들이 시도를 했는데 방어벽이 대단하다고.
지찬 선배는 고등학교 1년 선배로 성훈도 조금 아는 인물이다 키 크고 잘 생긴 외모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력도 있는 그런 선배였다.
호준이가 말하는 그 학생이 그녀가 맞는다면 지찬 선배도 퇴짜를 맞는데 자기는 범접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성훈의 가슴 한구석에서 절망감 오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 모인 친구들이 대부분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몇 명은 보지 못했지만
소문은 다들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다.
“ 우리 중에 누가 그녀를 우리 모임에 데려 온다면 소원 들어 주기 “
종혁이가 약간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외친다.
성훈은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다. 자기가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이런 술자리에서 가십거리가 되
는 것이 몹시 언짢았다.
“ 무슨 소리하는 거야 걔가 무슨 놀잇감이야 “ 라고 성훈은 일갈했다.
평소답지 않는 성훈의 행동에 모두가 쳐다 보았다.
“ 야 ! 걔가 너 애인인냐? “ 종혁이가 물어온다
“ 그런 건 아니지만 같은 학교 학생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성훈은 오버했다는
생각에 말꼬리를 감추었다
“ 난 뭐라고 너 여자 친군줄 알았네” 규찬이가 말하면서 성훈의 등을 두드린다.
자기들끼리 미팅 날짜를 정하고 연락을 줄 테니 꼭 페스티벌 때 데려오라고 다그친다.
학교 앞 전자과 단골 가게에서 이어진 2시간 남짓 술자리를 파하고 가게 앞으로 나와 술을 마시
지 않은 성훈은 그녀가 있는 도서관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호준이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모두들에게 이야기한다.
“ 저기 봐! 저기! “
호준이가 가르키는 곳은 약간 오르막인 학교 후문으로 막 들어가는 여자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 곳에 그녀가 있었다 여전히 연두색 재킷을 걸치고 카키색 가방과 두꺼운 책을 들고 올라가고
있었다.
“ 재야! 내가 말한 간호과 퀸카 ! “
모두들 그 쪽을 바라 보았다. 알고 있는 애들은 맞네라고 이야기하고 처음 본 녀석은
“ 와! 정말 예쁘네! “ 라고 감탄사를 내 뱉는다. 바로 그녀다. 성훈이가 짝사랑을 하면서 행복을 찾
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가 사라질 동안 한참을 지켜본 친구들은 시내로 간다고 가고 성훈은 도서
관으로 그녀가 올라 간 길로 그녀가 있는 도서관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