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훈 시인의 「등목」이라는 작품은 어릴 적 기억과 감정이 어우러진, 섬세한 시조의 정수를 담고 있다. 초장에서 까르르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 통통 튄다는 장면은 단순한 일상의 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해맑고 경쾌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읽힌다. 이 웃음소리는 담을 넘으면서 공간적 제약을 초월하고, 자유롭고 활기찬 삶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담이라는 경계는 통상적인 억압이나 제한을 의미하지만, 이 웃음소리가 그것을 가볍게 넘는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하다.
중장에서는 ‘뼛속까지 시린 샘물’이라는 감각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때 샘물의 차가움은 단순히 물리적인 온도에 그치지 않고, 더위로 지친 육체와 정신에 갑작스러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화의 힘을 상징한다. ‘자지러지게 퍼부을 때’라는 구절은 차가움으로 인한 순간적 충격이 오히려 긴장과 더위를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적 경험으로 이어짐을 드러낸다. 이는 일종의 역설적 표현으로,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해방감을 강조한다.
종장의 그믐달과 별꽃 무늬 커튼은 의인화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서정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복더위 구경 나온 그믐달’은 인간의 감정을 지닌 자연의 요소로, 달이 세상의 더위를 구경하고 있다는 표현이 경쾌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별꽃 무늬 커튼은 하늘을 장식하는 별들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더위 속에서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서정을 놓치지 않는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시조는 ‘정서적 환기’를 통해 더위 속에서의 일상의 경험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환기시키며, 독자가 그 상황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은 그믐달과 별꽃 무늬 커튼이라는 상징들이 조금 느슨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두 이미지의 조화가 다소 추상적이라 독자에게는 구체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러한 해석적 여백이 오히려 시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