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책, 이거 어때?]
정은환(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 조은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어느새 상식이 되어 자료를 찾을라치면 어렵지 않게 책, 기사, 영상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흔해진 이슈의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익숙한 느낌에 “또 그 얘기야” 식으로 쉽게 지루해하거나 무감해진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다양한 측면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일상의 작은 실천을 이야기하는 책들부터 정책과 제도, 자본주의와 문화 차원의 복잡한 담론을 상세히 다루는 책들까지 다양한 도서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소개해본다. (제목부터가 매우 흥미롭다)
생물학자인 저자 소어 핸슨은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에서 기후변화 생물학의 연구결과를 친근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학습” 즉,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결국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야기로 듣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복잡한 개념이라도 서사가 덧입혀지는 순간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 자신이 그랬듯 독자들도 “동물과 식물의 삶에서 실제로 벌어진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접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를 기대한다.
과연 책을 읽으니 그동안 몰랐던 생물들(데스카마스와 데스카마스벌, 울타리도마뱀, 해바라기불가사리, 훔볼트오징어, 목도리딱새 등등)의 삶과, 기후변화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우리네 삶인 양 생생하게 느껴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생태계 환경 속에서 각 종 또는 각 개체가 적응하거나 변화하거나 사라지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생물의 기본값은 진화라지만 적응으로 대응하기엔 기후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지속적이다. 같은 환경이라도 어떤 종은 변화에 유연하고 회복력이 큰 반면 어떤 종은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더구나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어 기후변화가 ‘a → b’ 식의 일방적, 단선적 영향만을 끼치는 게 아니라 생물군내에 예상 밖의 다층적이고 연쇄적이며 복잡한 변화를 야기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생식을 멈추거나, 몸 크기를 작게 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해나가는 생물이나,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을 앞두고 있는 생물들 이야기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생태계 지배종인 만큼 아직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고, 적응에 좀 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적응해나간다 해도 그게 어떤 식이 될지 알 수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 나오듯 돔을 씌운 도시 건설로 대처할까?) 확실한 건 “지구의 모든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존재이자 변화의 주체”로서 책임 있게 잘 처신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인간종의 의무이고 살 길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의 작은 실천 안내서를 한 권 더 소개해본다.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친환경물품을 쓴대도 해외여행 비행기를 몇 번 타면 그간의 수고가 무슨 소용인가 하는 모순 속에서도, 안하는 것보다 낫고, 책임에 무감한 것보다는 종종이라도 책임을 느끼는 게 두루 이롭다는 생각으로 나를 포함한 인간종에게 주기적으로 복습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기왕이면 간결하고, 쉽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심미감도 충족시키는 책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에두아르도 가르시아 글 / 사라 보카치니 메도스 그림 /
송근아 옮김 / 청어람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