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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15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15장)
백 년이나 된 나무를 쪼개서 제사용 술동이[희준犧樽]를 만들고 푸른색과 누런색으로 칠해서 장식하는데 깎여진 나무 찌꺼기는 더러운 도랑 속에 버려진다.
희준犧樽을 도랑 속에 버려진 나무 찌꺼기와 비교한다면 미추美醜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도척盜跖과 증삼曾參·사추史鰌 사이에는 올바른 행동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같다.
또한 본성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오색五色이 사람의 눈을 어지럽혀서 눈을 밝게 보지 못하게 한다.
둘째, 오성五聲은 사람의 귀를 어지럽혀서 귀를 밝게 듣지 못하게 한다.
셋째, 오취五臭는 사람의 코를 그을려서 코 막히고 머리 아픔이 이마를 아프게 한다.
넷째, 오미五味는 사람의 입맛을 흐리게 하여 입을 병들고 어긋나게 한다.
다섯째, 취사선택取捨選擇의 판단判斷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서 본성을 터무니 없는 데로 폭주暴走하게 한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본성을 해치는 것들이다.
그런데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이 마침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스스로 진리를 얻었다고 자부하니 내가 이른바 ‘진리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딴에는〉 진리를 얻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실제로는 막힌다면 그것을 두고 진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비둘기와 올빼미가 새장에 갇혀 있는 것도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취사선택의 판단과 음악音樂과 채색彩色의 유혹으로 내면內面의 자연스러움을 가로막고 피변皮弁(가죽관)과 휼관鷸冠(비취새의 깃털로 만든 관), 그리고 옥홀玉笏을 꽂고 큰 띠를 두르고 긴 치마를 입어 밖을 속박하며,
안으로는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로 꽉 막히고, 밖으로는 〈질서秩序와 예의禮儀라는〉 새끼줄이나 끈으로 겹겹이 묶여서 둘둘 묶인 채 새끼줄이나 노끈 속에 갇혀 있는데도, 스스로 진리[도道]를 얻었다고 하니,
이것은 죄인罪人이 팔을 교차시켜 묶이고 손가락을 꺾이며, 범이나 표범이 함정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유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원문과 해설]
百年之木 破爲犧尊 靑黃而文之 其斷在溝中
比犧尊於溝中之斷 則美惡有間矣 其於失性一也
跖與曾史 行義有間矣 然其失性均也
(백년지목을 파위희준코 청황이문지하니 기단은 재구중하도다
비희준어구중지단인댄 즉미악이 유간의나 기어실성에는 일야니라
척여증사 행의유간의나 연이나 기실성은 균야니라)
백 년이나 된 나무를 쪼개서 제사용 술동이[희준犧樽]를 만들고 푸른색과 누런색으로 칠해서 장식하는데 깎여진 나무 찌꺼기는 더러운 도랑 속에 버려진다.
희준犧樽을 도랑 속에 버려진 나무 찌꺼기와 비교한다면 미추美醜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도척盜跖과 증삼曾參·사추史鰌 사이에는 올바른 행동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같다.
- 백년지목百年之木 파위희준破爲犧尊 : 백 년이나 된 나무를 쪼개서 제사용 술동이[희준犧尊]를 만듦. 尊(술그릇 준)은 樽(술통 준)과 통용하는 글자. 희준犧樽은 희생소를 장식으로 그린 술통. 〈마제馬蹄〉편의 “자연 그대로의 통나무를 해치지 않고서 누가 희준犧樽 같은 제기를 만들 수 있겠는가.”에서 이미 나왔다.
- 청황이문지靑黃而文之 : 술동이 위에 청색과 황색의 꽃무늬를 장식함. 문文은 칠해서 꾸민다는 뜻[도식塗飾].
- 기단재구중其斷在溝中 : 깎여진 나무 찌꺼기는 더러운 도랑 속에 버려짐. 단斷은 깎여진 나무 찌꺼기.
- 미악유간의美惡有間矣 : 미추美醜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 악惡은 추악醜惡. 희준은 아름답고 버려진 나무찌꺼기는 추악하여 그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뜻.
- 기어실성일야其於失性一也 :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임. 희준犧尊도 나무의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깎여진 찌꺼기와 다를 바 없다는 말. 실성失性은 나무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뜻.
- 척여증사跖與曾史 행의유간의行義有間矣 연기실성균야然其失性均也 : 도척盜跖과 증삼曾參‧사추史鰌 사이에는 올바른 행동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지만 본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음. 올바른 행동[의義]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도척은 악을 저질렀고, 증삼과 사추는 선을 실천한 것으로 차이가 있지만, 모두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하는 내용.
且夫失性有五 一曰 五色亂目 使目不明
二曰 五聲亂耳 使耳不聰
三曰 五臭薰鼻 困惾中顙
四曰 五味濁口 使口厲爽
五曰 趣舍滑心 使性飛揚 此五者 皆生之害也
(차부실성이유오하니 일왈 오색이 난목하야 사목으로 불명하고
이왈 오성이난이하야 사이로 불총하고
삼왈 오취훈비하야 곤수중상이오
사왈 오미탁구하야 사구려상이오
오왈 취사 골심하야 사성으로 비양이니 차오자 개생지해야라)
또한 본성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오색五色이 사람의 눈을 어지럽혀서 눈을 밝게 보지 못하게 한다.
둘째, 오성五聲은 사람의 귀를 어지럽혀서 귀를 밝게 듣지 못하게 한다.
셋째, 오취五臭는 사람의 코를 그을려서 코 막히고 머리 아픔이 이마를 아프게 한다.
넷째, 오미五味는 사람의 입맛을 흐리게 하여 입을 병들고 어긋나게 한다.
다섯째, 취사선택取捨選擇의 판단判斷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서 본성을 터무니 없는 데로 폭주暴走하게 한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본성을 해치는 것들이다.
- 실성유오失性有五 : 본성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음. 이 이하의 다섯 조목은 ≪노자老子≫ 제12장에서 “오색五色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五音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오미五味는 사람의 입을 버리게 하고, 말달리며 사냥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올바른 행실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배를 채우고 눈의 욕망을 채우지 않으며 저것은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거피취차去彼取此].”라고 한 내용과 유사하다.
- 오색난목五色亂目 사목불명使目不明 : 오색五色이 사람의 눈을 어지럽혀서 눈을 밝게 보지 못하게 함. 오색五色은 청靑‧황黃‧적赤‧백白‧흑黑의 다섯 가지 색깔.
- 오성난이五聲亂耳 사이불총使耳不聰 : 오성五聲은 사람의 귀를 어지럽혀서 귀를 밝게 듣지 못하게 함. 오성五聲은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로 오음五音과 같다.
- 오취훈비五臭薰鼻 곤수중상困惾中顙 : 오취五臭는 사람의 코를 그을려서 코 막히고 머리 아픔이 이마를 아프게 함. 오취五臭는 전羶(누린내 전)‧훈薰(향초 훈)‧향香(향기향)‧성腥(비릴 성)‧부腐(석을 부)의 다섯 가지 냄새. 곤수困惾는 코 막히고 머리 아픔. 수惾(막힐 수)는 색塞(막힐 색)의 뜻으로 막힘이다. 중상中顙은 이마를 때린다는 뜻으로 두통을 뜻한다.
- 오미탁구五味濁口 사구려상使口厲爽 : 오미五味는 사람의 입맛을 흐리게 하여 입을 병들고 어긋나게 함. 오미五味는 감甘(달 감)‧함鹹(짤 함)‧산酸(실 산)‧신辛(매울 신)‧고苦(쓸 고)의 다섯 가지 맛.
- 취사골심趣舍滑心 사성비양使性飛揚 : 취사선택取捨選擇의 판단判斷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서 본성을 터무니 없는 데로 폭주暴走하게 함. 취사趣舍는 취사선택取捨選擇의 판단判斷으로 취趣는 취取와 통하는 글자로 이익을 보게 되면 취取한다는 뜻이고, 사舍는 해를 당하면 버린다는 뜻. 골滑은 어지럽힌다. 사성비양使性飛揚은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하여금 욕망을 쫓아 끊임없이 달리게 한다는 뜻.
- 차오자此五者 개생지해야皆生之害也 : 이 다섯 가지는 모두 본성을 해치는 것들임. 생生은 성性과 통한다.
而楊墨乃始離跂 自以爲得 非吾所謂得也
夫得者困 可以爲得乎 則鳩鴞之在於籠也 亦可以爲得矣
(이양묵이 내시리기하야 지이위득하나니 비오소위득야니라
부득자 곤이오 가이위득호인댄 즉구효지재어롱야도 역가이위득의어니따녀)
그런데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이 마침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스스로 진리를 얻었다고 자부하니 내가 이른바 ‘진리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딴에는〉 진리를 얻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실제로는 막힌다면 그것을 두고 진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비둘기와 올빼미가 새장에 갇혀 있는 것도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양묵내시리기楊墨乃始離跂 :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이 마침내 뛰어다니면서 서두름. 리기離跂는 뛰어다니는 모양. 서두는 모양. 리기離跂는 본성을 잃게 하는 데 열중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 비오소위득야非吾所謂得也 : 내가 이른바 ‘진리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 저들이 말하는 진리와 내가 말하는 진리가 다르다는 뜻. 이어지는 문장의 맥락으로 살펴보면 저들이 진리라고 하는 것은 본성을 구속하는 것이므로, 내가 말하는 본성대로 살면서 자유를 누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 부득자夫得者 곤困 : 〈자기 딴에는〉 진리를 얻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실제로는 막힘. 곤困은 막힌다는 뜻.
- 가이위득호可以爲得乎 : “그것을 두고 진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의 뜻. 여기서의 진리는 곤困의 반대인 자유로운 삶을 뜻한다.
- 구효지재어롱야鳩鴞之在於籠也 역가이위득의亦可以爲得矣 : 그렇다면 비둘기와 올빼미가 새장에 갇혀 있는 것도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음. 본성을 버리고 구속된 상태를 자유로운 상태라 할 수 없다는 뜻. 鳩는 작은 새의 통칭이다.
且夫趣舍聲色 以柴其內 皮弁鷸冠 搢笏紳脩 以約其外
內支盈於柴柵 外重纆繳 睆睆然在纆繳之中 而自以爲得
則是罪人交臂歷指 而虎豹在於囊檻 亦可以爲得矣
(차부취사성색으로 이자기내하고 피변휼관과 장홀신수로 이약기외하야
내론 지영어채책하고 외론 중묵격하야 환환연재묵작지중이어늘 이자이위득하나니
즉시는 죄인이 교비역지하며 이호표재어낭함 역가이위득의어니따녀)
또한 취사선택의 판단과 음악音樂과 채색彩色의 유혹으로 내면內面의 자연스러움을 가로막고 피변皮弁(가죽관)과 휼관鷸冠(비취새의 깃털로 만든 관), 그리고 옥홀玉笏을 꽂고 큰 띠를 두르고 긴 치마를 입어 밖을 속박하며,
안으로는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로 꽉 막히고, 밖으로는 〈질서秩序와 예의禮儀라는〉 새끼줄이나 끈으로 겹겹이 묶여서 둘둘 묶인 채 새끼줄이나 노끈 속에 갇혀 있는데도, 스스로 진리[도道]를 얻었다고 하니,
이것은 죄인罪人이 팔을 교차시켜 묶이고 손가락을 꺾이며, 범이나 표범이 함정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유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 취사성색趣舍聲色 이시기내以柴其內 : 취사선택의 판단과 음악音樂과 채색彩色의 유혹으로 내면內面의 자연스러움을 가로막음. 시柴는 이어지는 ‘지영어채책支盈於柴柵’과 같이 ‘나무로 가로막는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막는다’는 뜻만 있다.
- 피변휼관皮弁鷸冠 : 피변은 가죽관. 휼관은 비취새의 깃털로 만든 관.
- 장홀신수搢笏紳脩 이약기외以約其外 : 옥홀玉笏을 꽂고 큰 띠를 두르고 긴 치마를 입고 밖을 속박함. 조복朝服을 갖추어 입고 몸뚱아리를 구속한다는 뜻. 搢은 꽂음, 笏은 옥으로 만든 규珪(홀 규). 신紳은 큰 허리띠. 수脩는 긴 치마.
- 내지영어채책內支盈於柴柵 외중묵작外重纆繳 : 안으로는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로 꽉 막히고 밖으로는 새끼줄이나 끈으로 겹겹이 묶임.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처럼 타고난 본성을 가로막고 질서秩序와 예의禮儀라는 인위적인 구속으로 몸동작을 얽어맨다는 뜻. 지支는 가로막는다[색塞]는 뜻이고, 영盈은 가득 차다[만滿]는 뜻. 채책柴柵은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인데 시柴(섶 시)는 울타리란 뜻일 때에는 음音이 채이다.
- 환환연재묵작지중睆睆然在纆繳之中 : 둘둘 묶인 채 새끼줄이나 노끈 속에 갇혀 있음. 환환睆睆은 본래 곤경을 당해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모양이지만 여기서는 한 곳에 얽매인다는 뜻으로 쓰였고, 얽매인 도구가 뒤의 새끼줄이나 노끈 따위이므로 둘둘 묶인 모양으로 풀이하는 것이 적절하다. 묵纆은 새끼줄. 작繳은 노끈.
- 죄인교비역지罪人交臂歷指 : 죄인罪人이 팔을 교차시켜 묶이고 손가락을 꺾임. ‘교비交臂’는 손을 등 뒤로 돌려 묶는다는 뜻. 역지歷指는 손가락을 꺾어 버리다는 뜻으로 역歷은 려攦(꺽을 려)와 같다.
- 이호표재어낭함而虎豹在於囊檻 역가이위득의亦可以爲得矣 : 범이나 표범이 우리나 함정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유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음. 이而는 유猶로 ‘…와 같다’는 뜻. 함檻(난간 함)은 롱櫳(난간 롱)으로 창살이 있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