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
파란 맑은 하늘을 보며 가을을 느끼게 하는 날씨에 자전거를 역에 묶어 두고 기차에 올랐다.
요즘은 얼마나 자전거가 편리한지 알기에 어딜가더라도 그걸 타고 가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돌아오는길, 일부러 택시타야 하고 버스타러 바빠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니까.
이중기회장님과 갸냘픈 프랑스인이 함께 앉아있는 자리를 찾았고 회장님의 능숙함으로 좌석을 바꾸고
그녀와 나는 한자리에 앉아 통성명부터....
이름은 "세인" 성은 남편성을 따라 "신"이라고 한다. 신.스트플래 세인!
작은 목소리에 오랫만에 안쓰던 에스페란토를 하려니 조금 땀이 났지만 나는 금방 천연의 무대포로
자연스러워졌다. 그녀와 처음 만났건만 같은 30대에 결혼한 아줌마라는 것, 그리고 에스페란토를 한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금세 친근해져서 서로의 가정이야기, 성격등을 이야기하며 지루하지 않은
한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익산에 가면서 선물로 떡을 사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바뀐 기차시간으로 떡집이 문을 안 열어
맛있었을 떡을 사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한국인으로써 조금 챙피해졌다.
원래 남의 집을 방문하면서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은 우리 고유의 풍습인데 서양인인 그녀가 그런것을
먼저 챙기려했다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다.
아무튼 익산에 가자마자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우리를 마중나오신 박영숙님이 차로 원광대학교까지
안내하셨다. 그곳에서 원광대학교 총장님과 면담이 있다고 했다.
물론 나는 원래의 초대된 손님이 아니였기에 밖에 나와 면담시간동안 에스페란토 사전책을 열씸히 봤다.
총장님과의 면담에서 세인에게 총장님이 개인적으로 남편과 다시 한번 익산을 찾는다면 시간을 내시겠다고
했다며 총장님의 호의에 굉장히 고마워했다. 세인은.
이중기회장님의 강의 첫머리에 세인이 자신의 소개를 에스페란토로 하고 여러가지 질문에 대답하며 실감나는
에스페란토 활용시간을 만들었지만 익산에서의 에스페란토 강의가 이번이 세번째라 아직 학생들의 수준이
에스페란토로 많은 질문을 할 수준은 아니여서 짧은 질문이 이어졌다.
나중에 이들이 더 배운다면 프랑스어를 모르는 우리들이 프랑스인과 이토록 자연스럽게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자랑스러워 할텐데.....
기초단어를 세인이 읽어주고 따라하는 초급강좌의 시작을 도운후 세인과 나는 멀리 합천에서부터 강의를
듣기위해 차를 끌고 오신 kristalo 님의 도움으로 원불교총부를 순례하였다.
사실 세인은 대단한 원불교 신자였는데 내가 처음부터 이상하게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느꼈던 것은 아마도 그녀가 원불교의 사상을 몸으로 늘 실천하고 있었기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져와서
였던것 같다. 사실 그녀가 파리에 있을때 이미 원불교를 접하고 어려운 한문이 많이 섞인 원불교경전을
이미 많이 알고 있었기에 이곳 총부는 그녀에게 성지와도 같았던것 같다.
나는 물론 원불교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생활실천사상이 마음에 들었고 교도들이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배여있음에 존경을 표한다.
이른 저녁은 이중기회장님이 다시 저녁강의를 하셔야했기 때문인데 특별히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주신
박영숙님께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세인도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며 미안해했고 한국음식중
나물류를 특히 좋아하는 세인에게 딱 좋은 저녁식사여서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는 밥 한공기를 거의
다 비웠으니 말이다.
저녁강의 시간에 쫒기어 다시 원광대로 향했고 저녁 수강생들은 일반에 학생들과 원불교 교무님들이 많이
참석하셨다. 낮수업에 세인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뒤에서 안들렸다고 한 나의 조언을 생각해서 더 큰소리로
말했다는 세인이 저녁수업시간에는 많은 질문에 당황해 하며 에스페란토로 프랑스의 불교인구증가,
원불교의 이념등을 이야기할때는 에스페란토로 저렇게도 술술 이야기할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생겼고
또한 원불교 이념을 잘 설명하는 그녀가 확실한 원불교도 구나 싶었다.
다시 되돌아오는길,
이중기회장님을 두고 그녀와 나는 기차에 올라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체질이 원래 약한 그녀가 오늘 경험한 많은 것들을 소화하느라 눈이 피곤할텐데도 나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성의있는 대화를 한 것은 나에게 참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물론 나도 피곤했으니까.
그녀와 겨우 몇시간 함께 했건만 나는 행복했고 에스페란토때문에 또다른 세계에 있던 새로운 친구를
맞아들이게 된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
그동안 게을리했던 공부를 이번 기회로 삼아 다시 열심히 해서 eterna komencanto 를 면해야겠다.
첫댓글 곳곳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에스페란토계의 보배가 아닐까요?어제 세인과 제대로 이야기도 못나눈채 왕복했던 시간들이 무척 아쉽습니다.다시 또 만날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충원님은 작년 대학원대학교에서 합숙할 적에 만나고 어제 두번째로 만났지요 그래도 무지 반가웠지요 잠시나마 함께 공부를 했다는 동지의식? 때문인듯 합니다 세인과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수인사만 나누어서 아쉬웠어요 다음에 아마도 틀림없이 찬찬히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