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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이 위험하다고 하나, 집 안이라고 안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우울감 증가를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분노가 상승하는 '코로나 레드', 암담함이 급증하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답답하여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 오는 인구가 부쩍 늘었다. 청계천 변만 나와도 마스크 쓴 안쪽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씩씩하게 걸으며 위안을 받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청계천 변을 걷다보니 푸릇푸릇하기만 하던 나뭇잎도 노란빛이 살짝 물들었다. 벌써, 가을이다. 상쾌한 숲 냄새가 그리워진다. 웬지 새처럼 느껴지지 않는 비둘기 말고 새다운 새를 보고 싶다.
그리 멀지 않지만 빌딩 숲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가까이 있다. 서울역 기준으로 1시간 10분 거리인 구리역 인근 동구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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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검안산 자락에 위치한 동구릉은 궁궐 동쪽에 릉이 구(九)개라서 동구릉(東九陵)이다. 사적 제19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면적도 전체 능역이 약200만㎡(59만평)에 달하고 11월까지 개방하는 숲길 구간만 3,200m다. 규모도 큰데다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릉인 건원릉(健元陵)이 있어 '왕릉의 성지'로 불린다.
건원릉은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봉분이 억새로 덮여 있다. 이는 태조의 유언에 따라 고향 함흥의 억새와 흙을 옮겨와 봉분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건원릉 앞에 서면 두 개의 길이 보인다. 오른쪽은 왕이 다니는 길이고 왼쪽은 혼이 다니는 길이다.
가을날 건원릉을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정자각(丁字閣)에서 봉분으로 오르는 길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낙엽이 가득하고, 나무는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려 공민왕의 능인 현정릉을 참고로 해서 만들어진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과 세종 때 완성된 <국조오례의>의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현릉(顯陵), 선조가 묻혀 있는 목릉(穆陵)에 이르기까지 조선 왕릉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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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은 어디라 할 것 없이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오랜 세월이 빚은 명품 숲에 둘러싸여 있다.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불쑥 솟은 붉은 홍살문과 길게 뻗은 신도길, 정자각(丁字閣)이나 재실(齋室) 같은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편의 사극 같은 가을 풍경을 연출한다. 동구릉의 진정한 단풍 명소는 헌종·효현왕후·효정왕후가 잠든 경릉(景陵)과 양묘장을 잇는 구간이다. 나뭇잎이 온통 노랗고 빨갛다. 팥배나무에는 자그마한 붉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입구부터 9개 릉과 숲길, 양묘장, 연지를 둘러보면 2시간 가량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왕릉 숲길의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도심에서 가깝다. 왕이 오래 동안 궁을 비워선 안된다는 조선왕실의 원칙 덕분에 궁에서 10리 밖 100리 안에 마련했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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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은 2009년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교의 이념하에 조상숭배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조선왕조의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며, 한 왕조의 왕과 왕비의 능이 훼손되지 않고 제자리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점과 지금도 500년 전 같이 제례를 올리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 보편적인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현존하는 조선 왕릉은 모두 42기이다. 태조 이성계의 원비 한씨 신의왕후의 능인 제릉과 정종과 정인왕후의 능인 후릉 2기가 북한에 있을 뿐 나머지 40기는 모두 남한 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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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구리 '동구릉 숲길'을 지난 10월6일 부터 다음 달 11월29일까지 개방했다.
이번에 개방하는 능과 능 사이를 오가는 숲속 길은 원래 일반인들에게 막혀있었다. 왕릉관리 차원에서 낸 길이었다. 개방 결정후 흙을 깔아서 정비한 폭신폭신한 길을 걸으면 발걸음이 한층 경쾌해진다. 살짝 오르막이 있는데, 짚을 깔아서 크게 미끄럽지는 않다. 동구릉 산책의 묘미는 굳이 능을 마주보고 서는 게 전부는 아니다. 능과 능을 연결하는 흙길이 묘미다. 이미 세계문화유산 사이를 걷는다는 대단한 가치가 그 속에 배어 있다. 오랜 세월 왕릉을 지켜냈을 고목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산책길에 도열해 있다. 소나무, 잣나무, 오리나무 등이 울창하다. 하늘과 숲, 새, 그리고 왕의 기운이 스며든다.
능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고즈넉함은 차분하게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울긋불긋 나뭇잎들과 성성한 나뭇가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은 마치 과거 500년 전 조선 왕실로 들어가는 길목처럼 신비하면서도 조금은 스산하다.
9기의 왕릉들은 일순 똑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능 주인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인가 계절마다 찾고 싶은 능이 다르다.
너른 잔디가 빛나는 봄과 여름, 고즈넉한 지금의 가을, 하얀 눈으로 덮인 왕릉의 겨울까지, 4계절 내내 옷을 갈아입는 왕릉은 멋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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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의 단풍은 오는 11월 중순까지 시차에 따라 느티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복자기나무, 오리나무, 붉나무, 참나무가 화려한 5색이 5감을 나눈다.
‘동구릉 숲길’은 휘릉~경릉~양묘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총 길이 3.2㎞. 휘릉~경릉 구간은 때죽나무와 서어나무숲이 있다. 경릉~양묘장 구간은 상층에 참나무림과 하층에 쪽동백나무 등이 분포해있다. 궁궐과 조선왕릉에 필요한 전통수목을 키우고 있는 양묘장은 자연 학습장으로 활용된다. 동구릉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낙엽을 밟는 행사를 매년 이어오고 있으며, 11월 중순까지 낙엽길을 조성 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이용객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안내하고 있다. ‘이용객 간 2m 이상 거리 두기’, ‘숲길 내 일방통행하기’, ‘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마스크 꼭 쓰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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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 Tip
- 조선왕릉문화제 두 번째 주말인 10/24~10/ 25일에는 동구릉에서 동구릉 스탬프 투어, 건원릉 억새풀 체험, 동구릉 소리길 산책, 예술 공간 ‘왕릉 포레스트’ 등이 진행된다.
- 주소: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로 197 (T. 031-563-2909)
- 대중교통: 경의중앙선 구리역에서 버스로 환승 '우리나라최대왕릉군인동구릉' 정류소에서 하차
- 동구릉 숲길 코스
휘릉~경릉~양묘장
- 동구릉 관람 코스
매표소~관리사무소~수릉~현릉~건원릉~목릉~휘릉~원릉~경릉~혜릉~숭릉~매표소
□ 주변 맛집
- 두메골(한정식):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335 (T. 031-573-5558)
- 왕릉순두부보쌈: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191 (T. 031-554-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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