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할려구
이불 뒤집어쓰구 종일 잠 속에 빠져들려고 했어
그런데 그럴 수가 없더라구
아홉시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까
집 주인인거야 두 시부터 공사한다구 물 안나온다냐
그래서 잠이 깼는데 빌어먹을, 좀처럼 다시 잠이 안드는거야
두어시간을 잠들기 위해 이불 뒤집어쓰고 낑낑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난 이불을 박차구 일어섰어
샤워를 하구 무작정 거리를 나선거야
갈 데가 없었는데도 말야
내 발걸음은 당연하다는듯 영화관을 향했어
요즘은 극장들이 거의 다 영화 서너개씩 하니까
아무 극장이나 들어가면 그 중 하나는 대개 볼만한거니까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까운 테크노마트의 강변 CGV로 갔쥐
적어도 한꺼번에 8개를 상영하니까
그 중 젤 괜찮은 걸 고르기루 한거야
거기서 고른 젤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 영화가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
카메라는 뻬이징에서 네시간 거리인 아주 시골을 비췄어
(이건 씨네21에서 미리 읽어서 알고 있었음)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아들은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갤로퍼 닮은 자동차로 바쁘게 시골로 향해 가고 있었어
마을은 눈이 덮힌 채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
집에 도착한 아들은 기다리고 있던 촌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어
아버지의 장례를 간략하게 치르려는 촌장과
전통적인 장례를 치르려는 어머니
처음 아들은 촌장으로 부터 어머니를 달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머니의 고집은 단단한 차돌같았어
그야 말로 이빨도 안들어가는거야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의를 만들어야겠다고
베를 짜기 위해 오랜된 베틀을 찾았구
아들은 할 수 없이 베틀을 수리했어
그렇게 어머니는 밤새도록 아버지의 수의를 위해
베를 짜고 있었어
어머니의 베짜는 소리를 들으며
아들은 온 마을을 떠돈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애담을 생각했어
화면은 갑자기 천연색으로 바뀌더니
마을은 젊은 선쟁의 부임으로 시끌벅적했어
장차 아들의 아버지가 될 젊은 선생을
당시 마을에서 젤루 이쁜 18세의 엄마가 한 눈에 반한거야
엄마의 짝사랑은 은밀히 시작됐지만
점점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만큼 강약이 더해가는 거야
당시는 중국의 어지러운 정세(아마도 문화혁명으로 추정됨)로 인해
아버지는 부임한지 몇달만에 도시로 불려가야 했어
아마도 정치적인 노선이 당시의 4인방측과 맞지않았나봐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때 간신히 서로의 맘을 확인한 상태였거든
아버지는 엄마의 선물로 이쁜 핀 하나를 주었고
엄마는 그 핀을 머리에 꽂았어
아버지가 좋아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서
엄마는 아버지를 기다렸구
약속한 일자가 지났는데 아버진 오지 않았어
그때부터 엄마는 마을 앞까지 가서 아버지를 기다렸어
결국 쓰러지구..
(그땐 이미 마을에 둘의 연애에 대해 소문이 다 난 상태임)
(줄거리 다 얘기해주면 재미없으니까 이만 히...)
영화가 끝나구 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어
감동의 여운이 몸 구석구석을 돌고 있었어
청소하는 아줌마가 어서 일어나길 기다리는 통에
할 수 없이 일어났지만
나는 강변길을 오랫동안 걸었어
몇시간을 걸었는지 발목이 아팠어
새로 산 구두가 살을 파고 들고 있었어
이 놈의 구두가 아직 발과 친하지 못했나봐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어
베를린 영화제를 눈물바다로 만들어놓았다는게 실감났어
장이모 감독의 장인적인 솜씨에
내가 그냥 마구 휘둘린 기분이었어
스토리는 우리나라 영화 <풍금이 있던 자리>와 거의 비슷했지만
감동의 차이는 컸어
무엇일까 양의 동서를 넘나드는 그 감동의 정체는...
휴머니즘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구
그냥 소박한 이야긴데
감동은 너무 벅찬거 있쥐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낸 스물살의 가슴을
이 영화를 통해 경험했었기 때문이었을까
모르겠어 감동을 분석해내는건
평론가들이나 하는 그런 거니까
굳이 그걸 말로서 표현해낼 필욘 없겠쥐
별루 의미있는 작업은 아닌듯하구 말야
오랜만에 참 좋은 영화를 본 거 같아서 기뻤어
이 여운을 좀 더 오래 간직하며 만지작거리고 싶어
오래오래 내 몸속에 남아서
이 상태 그대루 동상처럼
오늘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거 있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