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울음>
마른, 밥, 알을 입에 문 여자가, 204호에서, 죽은 쌀벌레처럼 웅크린 채, 발견, 되었다, 죽음의 내, 외부가 공개되었다, 쌀도, 가족도, 유서도, 없었다, 죽음의, 원, 인과 결, 과 만 남았다, 수사기록에는 그녀의 몸에서, 감춰두었던 울음이, 벌레처럼 기어 나왔다고 쓰여 있다, 형사와, 의료진과, 엠블런스와, 동사무소 직원이, 그녀를 죽음, 안쪽으로 밀 어 넣었다, 그녀가 이승에서, 단순하게, 떨어져 나갔다, 이승의 반대편으로 엠블런스가, 떠나고, 형사와, 동사무소, 직원이, 가정식, 백반을, 들며, 소주를 마신다, 골목의 소음 들을 한 모금에 꿀, 꺽, 삼킨다, 식당 주인이, 파, 닥, 파, 닥, 부채를, 부치고, 있다,
<즐거운 소녀들 1>
동물원에서 짐승들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되풀이로 보도되었다 저녁이 되자 보도블록 틈새에서 털 돋은 손가락과 피묻은 손톱들이 자라났다 어느 날은 비디오 방에서 순식 간에 사랑을 알아버리기도 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곤 했다
무작정 도시를 질주했다 아랫도리에 붉은 도벽의 꽃들이 피어났다 아버지가 뺨을 후려 칠 때 핏발 선 눈동자에 금이 갔다 나는 상냥한 아버지를 낳을 거야, 은밀한 낙서를 하며 자신을 부정하는 법을 배웠다
밤마다 젖가슴이 아팠다 주둥이를 벌리고 붉은 간을 토해냈다 무른 토마토처럼 울컥 아 버지 없는 아이를 낳았다 떠나고 싶었지만 도착할 곳이 없는 소녀들이 북적거렸다 도시가 갈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
첫댓글 곱고 아름다운 시를 마음에 엮어 봅니다.^^& 늘 아름다운 시를 소개해 주시는 이옥선시인님, 그 노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좋은시 음미하느라 사진 사이즈가 큽니다 ^^
서안나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니,
현실에서 맛 볼 수 없는 기묘하고 돌출적인 신비의 힘이 느껴지네요.
아마 상상에서 발전한 환상이란 게 이런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