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대강절 둘째주간 토요일
지금은 내 인생의 몇 막 몇 장일까요? (2)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얼음같이 차가운 손 따뜻하게 녹여줄게요. 나는 사랑의 노래를 쓰며 가난하지만 꿈의 나라에서 백만장자처럼 살지요. 그런데 오늘 나의 보물을 몽땅 도둑맞았어요. 그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게 말이오. 하지만 문제없어요. 다시 희망으로 가득 찰 테니까요. 당신은 누구인가요?"(<그대의 찬 손> 중에서) 참으로 애절하고 진심이 담긴 노래입니다. 이에 대한 답가인 <내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 역시 소프라노 최고의 명곡입니다.
잠시 후 오지 않는 로돌포를 데려가려고 친구들이 왔습니다.(제7장)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기 싫은 미미와 로돌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사랑의 이중창'(제8장)을 부를 때 서서히 커튼이 내려옵니다. 제1막이 끝났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무대 뒤가 매우 분주해질 차례입니다. 1막의 낡은 아파트에서 2막 성탄 전야를 보내는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 앞 광장으로 무대 배경을 바꾸어야 하니까요. 여기까지가 <라보엠> 전반부의 이야기입니다.
음악이 워낙 뛰어나서 그저 평범한 무대 연출로도 충분히 명작임이 증명되는 오페라입니다. 그런데도 1896년 초연이래 수많은 연출자가 각자의 고유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원작의 음악이야 바꿀 수는 없지만 나머지 다른 요소에 기발한 생각을 얹어 새로운 결과물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막과장'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여 극적인 변화를 꾀한다거나, 사고(思考)의 범위를 확대하여 예기치 않던 조화를 이루면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도 시간과 공간으로 구분되는 오페라의 '막장'이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삶에서 여러 차례 '막'이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또 셀 수 없는 '장'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믿음을 기반으로 한 '막장'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깨닫게 해주셨으니까요. 해서 욕심을 부려봅니다.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막장'에 스스로 믿음의 연출가가 되겠다는 욕심을요. 그래서 '막'이 바뀔 때마다 하늘나라의 거룩한 메시지가 항상 담겨있는 무대배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각 '장'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이 늘 등장하는 소망도 품어봅니다.
성탄을 앞둔 대강절 저녁입니다. 매년 오르는 대강절의 '막' 이지만 올해만큼은 하나님의 충직한 사도가 되어 믿음의 '막과 장'을 만드는 최고의 연출자이고 싶습니다.
유튜브에서 듣기
오페라 <라 보엠>중 <내 이름은 미미>
https://bit.ly/402i81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