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모든 요일에 스케줄이 한 두 개씩 있었습니다. 그 중에 멀리 간 일정이 변산반도 대명리조트에 있었던 충청연회 임원정책 세미나입니다. 충청연회 23개 지방 임원들이 모여서 교육도 받고 회의도 하는 것으로 화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30분까지 있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임원을 했지만 잠까지 자고 온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제가 많은 사람들을 알지 못해서 늘 그런 모임들이 힘들고 굳이 그렇게 모여서 돈을 사용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잘 가지를 않았지 싶습니다. 다행히 저랑 동기 목사가 둘이 있어서 그나마 좀 덜 어려웠지 싶었습니다. 또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장정에 대해서 잠시나마 배울 수 있어서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태안지방은 목사 4명과 평신도 4명이 참석을 했습니다. 원래 갈 땐 끝나자마자 오기로 했는데 감리사님하고 같이 오기로 변경이 돼서 잠시 여유 시간이 생겼습니다. 10시30분부터 감리사회의와 점심이 있는데 끝날 때 까지 나머지 목사들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뭘 할까 하다가 제가 ‘내소사’에 가자고 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어느 목사는 장비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제가 제안을 한 것입니다. 목사들이 웬 절을 가나 하시겠지만 절이 목적이 아니라 절에 가는 길에 심겨진 전나무와 함께 걷는 길이 멋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 안에 있는 오래된 나무 그리고 대웅전 문을 장식하고 있는 나무 무늬를 보기 위해서 입니다.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사서 들 때 까진 좋았는데 표를 끊고 들어서는 순간 아쉬웠습니다.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입구부터 양쪽에 심겨진 전나무에 줄을 묶어서 등을 매달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몇 년 전에 갔을 때 시원하게 서있는 전나무를 양 옆에 두고 거니는 그 기쁨이 있었는데 저만 그럴지 모르지만 매달려 있는 붉은 등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절 안에서 들어가서 보니 마당엔 이름이 쓰인 등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굳이 이럴 꺼면 전나무 길은 그냥 두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주 오랜 만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아주 잠시 동안만 누렸습니다. 감리사님이 전화가 와서 회의가 빨리 끝났고 점심도 저희와 같이 먹는다고 하셔서 급히 다시 리조트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함께 간 어느 목사님이 이렇게 좋은 곳을 몰랐다고 하시며 나름 한탄을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변산에 아는 목사님이 있어서 몇 번 왔는데 한 번도 이곳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그 목사님이 절을 싫어하시나 보죠!’그러자 답하십니다. ‘하긴 그 목사님이 좀 보수적이긴 하지…….’
전 제가 보수적이라 생각했는데 졸지에 진보가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절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
첫댓글 대부분의 절들이 가장 명당자리 아름다운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주변이 아름답지요~~ 목사님은 졸지에 진보가 되신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진보였습니다. ㅎㅎ
전 보수에요. 법준수를 노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