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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 미술시장을 묻는다 - 아라리오갤러리 주연화 디렉터와의 대담 21세기 들어 미술시장의 양적팽창이 가시화되면서 그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갤러리스트들의 존재도 부상하였다. 천문학적 가격의 작품이 거래될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도 이슈화되며 갤러리스트는 작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시장권력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물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예술품의 가치는 투자의 가치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미술시장은 예술의 장(場)에서 그 역할과 비중이 크게 신장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관념 속에는 미술은 자본과의 거리두기로 그 순수성을 담보하며 미술시장은 그 순수한 예술을 천속한 것으로 감염시키는 숙주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럼에도 그 천속한 기운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미술계 종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미술시장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며 미술품의 수요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넘어 독자적으로 가치를 생성하고 조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미술시장에서 예술적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과 시장에 대한 균형 감각이 동시에 요구되는 갤러리스트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술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와 갤러리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국미술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인 주연화 아라리오 갤러리 디렉터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20대부터 디렉터의 위치에서 녹록치 않은 미술시장의 풍랑을 헤쳐 온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시장에 대해 막연한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예술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래보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주연화 디렉터는 갤러리스트란 명칭도 낯선 시기인 2003년, 아라리오 천안 갤러리에서의 근무를 시작으로 미술시장에 입문한다. 그렇게 시작한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신디 셔먼 등을 비롯한 저명한 예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며 갤러리스트가 갖추어야할 경험과 감각을 익혀나간다. 그러나 아직 여물지 않은 젊은이에게 주어진 디렉터란 자리는 신념과 포부만으로 버티기에 어려웠으며 시장이라는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그녀는 현장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경영감각과 조직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아라리오 갤러리를 그만두고 성균관대 국제경영대학원 MBA과정에 입학한다. MBA 과정을 졸업 후에는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박사과정에 진학하며 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비즈니스적 소양을 두루 갖춘 미술전문 인력으로 거듭난다. 2007년부터는 이년 여 동안 독립된 예술 공간을 운영하였으나 경제적 한파로 인한 자금운용의 문제로 사업을 접어야하는 시기도 있었다. 이후 갤러리현대에서 전시기획 실장을 거쳐 2012년도부터 현재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의 디렉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프로모터로서의 갤러리스트
Q. 먼저 미술계의 다양한 직업 중 갤러리스트로 입문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이화여자대학교과 동대학원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처음부터 어떤 특정 기관을 염두에 두고 미술계에 발을 딛은 것은 아닙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유학을 고민하던 중 교수님의 추천으로 아라리오 갤러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술이론을 전공했음에도 미술계에서 굳이 직업을 찾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선배들의 조언과 대화를 통해 미술계에 종사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그 전망조차 암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아라리오 갤러리의 오너인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을 본 후, 한국미술의 전망에 대한 저의 시각은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컬렉션을 빌드 업하고 그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기획을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업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Q. 일반적으로 작품의 전시공간은 미술관과 갤러리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의 역할과 상업 갤러리의 역할은 명확히 다릅니다. 상업 갤러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우선, 미술계는 상업과 비상업 분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상업분야의 대표적인 곳은 갤러리가 될 것이고 비상업분야에서는 미술관이 되겠지요. 저는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전시콘텐츠 생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예술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되겠지요. 저와 같이 상업분야에 종사하는 갤러리스트가 수행해야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미술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을 프로모션하는 것입니다.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작품판매를 위한 것이며 작품판매는 작가들이 다음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렇듯 미술시장에서 자본의 순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상업갤러리가 담당하는 영역이며 역할입니다. 우리네 삶에서도 꿈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이 존재하듯이 저희는 미술의 현실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갤러리스트는 작가의 매니저가 돼서 그들이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나아가 그 생산품이 미술관을 비롯한 외부공간에서도 전시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중간자 역할도 수행합니다. 요약하자면, 갤러리스트는 작품의 유통과 홍보를 담당하며 작품의 생산자인 작가의 예술적 동반자이자 조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갤러리스트의 주요한 역할이 작품의 유통과 홍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미술의 콘텐츠 형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요? A. 제가 앞서 말씀드린 갤러리스트의 역할은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갤러리의 전시에도 기획이 수반되며 그 기획의 성패는 갤러리스트의 역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상업갤러리에서 미술의 담론에 기여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갤러리스트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시각에서는 미술관과 갤러리 모두 감상의 공간입니다. 전시를 감상한다는 목적은 같다고 생각해요. 갤러리가 작품의 유통과 홍보를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전시를 위한 공간임을 고려한다면 미술담론을 위한 전시를 기획하는 것도 능력있는 갤러리스트가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봅니다.
영리와 비영리의 플랫폼 아라리오
Q. 아라리오 갤러리를 떠올릴 때 중국시장으로 진출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아라리오 갤러리가 중국시장에 진출한지도 벌써 약 1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2014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활동무대를 옮겼습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옮긴 배경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것인지요. A. 근래에 와서 모든 분야의 판도가 빨리 전환하고 있듯이 세계미술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갤러리를 옮긴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시장의 흐름과 갤러리 운영을 위한 환경 등 다각적인 검토와 조사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베이징 지우창 지역에 있던 ‘아라리오 베이징’이 문을 닫을 당시에는 베이징의 또 다른 갤러리 구역인 798예술구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주를 준비하는 동안 상하이와 홍콩이 아시아 시장의 새로운 허브로 떠올랐으며 베이징의 798예술구가 예술중심 지역에서 상업중심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주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일 년 여 동안 여러 방면으로 리서치를 다시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로 상하이 쉬후이구 쉬자후이 헝산팡으로 갤러리를 이전하여 ‘아라리오 상하이’를 오픈했습니다. 상하이가 중국의 타 지역보다 외국기업에게 개방적이며 갤러리 운영을 위한 환경이 낫다고 판단했어요. 아시다시피 중국은 국가특성상 그곳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들과의 소통과 인맥이 중요합니다. 베이징에서 7년을 운영하면서 노하우도 생겼지만 정보와 소통에 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하며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가 좀 더 용이합니다. 결국, 미술계의 흐름과 현지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상하이로 활동무대를 옮겼습니다.
Q. 미술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아라리오 갤러리가 미술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국내시장의 여건이 좋지 않으니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반경을 넓혀가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시장에서는 이미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아트 스테이지(Art Stage)’에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지시장을 파악하여 그곳의 ‘니즈’에 부합하는 작품을 판매하는데 주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불황일 때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즉각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사업만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어려울수록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활황일 때는 갤러리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펼칠 수 있지만 불황일 때는 시장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불황을 버티는 최선의 방법이며 나아가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아라리오는 갤러리 사업 뿐 아니라 미술관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소속이지만 초반에 미술관 건립에도 관여하신 걸로 압니다. 갤러리와 미술관을 함께 운영하는 기관은 국내에서 거의 없습니다. 갤러리와 미술관의 연계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미술관 건립은 아라리오 내의 모든 부서가 협력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미술관이 조직을 구성한 이후에는 갤러리를 비롯한 다른 부서들은 미술관 사업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습니다. 현재 미술관과 갤러리 조직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간혹 상업과 비상업 공간을 같이 운영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것은 갤러리와 미술관이 불온한 결탁을 맺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아라리오 미술관은 비영리 기관으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저희 갤러리는 여타 미술관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듯 아라리오 미술관과 사업파트너로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아라리오 갤러리의 비전과 전속 작가 시스템
Q. 최근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중심으로 미술시장의 대안이 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젊은 예술인들은 미술시장으로 진입이 쉽지는 않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급변하는 미술시장에 대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A. 저는 미술대학에서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교육과 더불어 비즈니스교육을 같이 병행한다면 젊은 작가들이 시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작가도 전문적인 직업 중 하나로서 계약서 작성법과 같은 구체적인 시장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술계는 자본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터부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 종사자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돈만을 추구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예술가의 삶의 질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아라리오 갤러리의 홈페이지에 “전속 작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한국의 동시대 미술 작가들과 작품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전속 작가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요. A. 아라리오 갤러리는 김창일 회장님이 사업 초반에 세계시장을 다니면서 선진 갤러리의 작가관리 시스템을 접하였습니다. 그들이 작가들과 단기적 관계가 아닌 장기적 관계를 통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라리오의 전속작가 시스템은 작가들과 특히 젊은 작가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입니다. 재능이 넘치는 젊은 작가는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라리오 갤러리와 전속관계를 맺고 계신 작가님들 중 설치와 조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전속작가 시스템 도입 초창기에는 설치와 조각 전문 작가 비율이 70-80%에 이르렀어요, 아시다시피 이런 유형의 작업은 자본이 필수적이지만 시장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장기적인 계획아래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예술투자라는 것이 전시 한번 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투자를 통해 작가가 성장하여 명성을 얻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투자의 가치는 발현됩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후원자는 아니기에 안정적인 전속작가 시스템의 운영을 위해 작가와의 계약서는 필수적입니다. 반면에 이미 안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계시는 원로작가님들은 작업 외의 다른 일들에 시간을 뺏기기 싫어하고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하고 싶으시기에 전속작가 시스템보다는 지속적인 전시를 위한 홍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홍보가 필요한 작가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맞춤지원을 그리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작가들에게는 현실적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미술계 종사자들은 작품들을 소위 ‘갤러리 작품’, ‘미술관 작품’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말이 회자되는 이유는 상업갤러리가 선호하는 작가와 작품의 성향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라리오 갤러리도 선호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는지요? 그리고 아라리오 갤러리가 선호하는 작품의 유형은 있으신지요? A. 제 의견은 미술관 작품, 갤러리 작품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단지 선후 문제일 뿐입니다. 미술관은 갤러리가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 중 하나입니다. 좋은 갤러리는 홍보와 판매를 위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야하며 컬렉터의 니즈(needs)에 맞는 작품을 파악해야합니다. 미술관과 같은 기관은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선호하고 개인 컬렉터는 그들 취향에 맞는 작품을 원하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갤러리는 각각의 고객이 원하는 작품을 확보하여 컬렉터의 니즈에 부응해야만 합니다.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작품을 분류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라리오 갤러리는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기에 그곳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합니다. 여타 유명 갤러리들이 서구 시장을 타겟으로 작품을 컬렉팅하는 반면 아라리오 갤러리는 아시아 최고의 갤러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최고의 갤러리가 된다면 서구 시장으로 진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Q.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여 미술시장에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몇몇 상업갤러리들이 검증된 작가들만을 선호하는 컬렉터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갤러리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갤러리는 공공성이 수반되는 기관과는 다르게 개인 자본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운영자에 의해 사업목표가 설정됩니다. 대부분 상업갤러리의 오너들은 미술의 미래를 고민하고 실험적이며 좋은 작품을 컬렉팅하려는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에 의해서 그들의 꿈이 흔들리고 수정되는 것입니다. 한정적인 컬렉터들의 입맛을 따르다보면 처음에 품었던 포부와 비전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희 공간은 오너가 컬렉터이자 화가이기에 갤러리가 추구하는 작품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미술계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 살아가기
Q. 아라리오 갤러리의 총괄 디렉터로서의 향후 어떤 계획을 지니고 있는지요. A. 저의 계획은 아라리오 갤러리에 소속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2점, 리움 미술관에 4점,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에도 몇 점을 소장하게 하였습니다. 제가 프로모션한 작품들이 전 세계 미술관에서 중요한 작품으로서 전시 보관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저만의 언어로 ‘미술사의 창조’라는 단어로 사용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갤러리스트는 자신이 프로모션한 작품들이 미술관에 남아서 그 시대의 미술사로서 기록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저는 이런 부분에서 갤러리스트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갤러리스트도 충분히 미술사의 흐름에 기여하는 능동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사가가 현재를 기록하고 이론화한다면 저희는 현장에서 미술의 비전을 써내려가는 사람들 인거죠. 이 직업을 떠날 때쯤, 제가 전시기획하고 발굴하여 프로모션한 작품이 세계 곳곳에 소장되어 그 숫자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Q. 주연화 디렉터가 생각하는 디렉터 쉽이란 무엇인지요? A. 저는 제가 디렉터로서 모든 것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하는 부분은 ‘전략적 사고’입니다. 디렉터라는 위치가 좋은 전시만을 고심하고 있으면 이 수많은 작가들의 프로모션을 어떻게 진행하겠습니까. 작가를 위한 홍보전략, 네트워킹구축전략 등 끊임없이 사고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모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디렉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미술시장의 생태계가 지금보다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대안에 관하여 개인적인 소견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A. 컬렉터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져야합니다. 현재 한국의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한 실정입니다. 시장의 활성화는 수요창출이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 시장의 주요한 수요자들이 사회공헌적인 컬렉션을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 수반되어야 하며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지원과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예술계 지망생들에게 갤러리스트의 비전과 덕목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A. 갤러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첫 번째는 이타심입니다. 저희는 작가의 생산품을 포장하고 홍보하는 프로모터입니다. 자신을 작가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면 갤러리스트와는 맞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아닌 작가를 통해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는 직원들을 볼 때면 감사한 마음과 진한 동료애를 느낍니다. 두 번째로는 넓은 시야입니다. 한국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아직도 멋진 세상이 존재합니다. 그 세상에 진입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일단 부딪쳐봤으면 해요. 제가 요새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기회도 많은 곳입니다. 기회가 있는 곳에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가지고 그 곳을 선점할 수 있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갤러리스트는 매우 아티스틱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전시기획 뿐 아니라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이러한 직업적인 행위자체가 ‘아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철학과 미술사를 비롯한 이론적 소양부터 현장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야하는 감각까지 갖추어야 하는 힘든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직원채용공고를 내면 예상보다 유능한 지원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많은 예술계 지망생들이 안정적인 기관에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상업과 비상업이라는 하이라키식 사고가 미술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술계에 기여하는 일에 상업, 비상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술시장의 전문 인력이 많아질수록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미술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라리오 갤러리 주연화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갤러리스트가 미술과 시장에 대한 전문적이고 유연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미술계의 전문 인력임을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었다. 한국미술시장의 불황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술시장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의 활성화는 미술계의 다양한 기제들이 서로 맞물려 작동할 때 가능하며 이것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미술시장인력의 양성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며 나아가 그들이 미술의 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그들의 예술적 소임을 다하도록 하는 터전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이루어져야한다. 주연화 디렉터가 말하듯 한국시장의 불황은 장기화될 것이며 이것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은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여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요자를 창출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연화 디렉터는 전문 갤러리리스트이다. 우리는 종종 갤러리스트를 작품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주연화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시장의 뒤편에서 작가와 작품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는 프로모터이며 시대적인 미술의 흐름에도 기여하는 현장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젊은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는 더욱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이들이 미술시장에 진입하여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려면 미술시장 시스템의 전문화와 체계화는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젊은 예술인들에게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와 소견을 들려주신 주연화 아라리오 갤러리 디렉터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