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즐거운 한 때
▶ 2012년 7월 23일(월), 맑음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
성(城)에 어지간히 집착한 루트비히 2세의 또 다른 성인 헤렌킴제 성(Schloss Herrenchiemsee)
을 보러갈까 잘츠부르크로 갈까 망설이다 잘츠부르크로 간다. 아내가 양보하였다. 헤렌킴제
성은 루트비히 2세가 헤렌킴제(Herrenchiemsee)라는 호수의 헤렌인젤(Herreninsel)이라는 섬
에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을 그대로 모방하여 지었다는 성이다.
잘츠부르크는 소금이라는 ‘Salz’와 성(城)인 'Burg'가 합하여 된 ‘소금성’이란 뜻이다. 따라서
잘츠부르크는 근방 소금 광산에서 채취한 소금을 잘자흐(Saiach) 강을 통해 배로 운반할 때
통행세를 받으면서 조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뮌헨에서 남동쪽으로 145㎞ 정도 떨어져있다.
이 정도 거리는 단숨에 달려간다.
독일 국경을 넘는 줄도 모르고 오스트리아로 왔다. 오스트리아는 스위스처럼 고속도로에 톨
게이트가 없는 대신 비넷(Vignette)을 사서 부착하는 것으로 통행료를 선납해야 한다는 데 운
좋게(?) 그만 놓치고 말았다. 만약 비넷을 부착하지 않아 교통경찰에 걸리기라도 하면 벌금으
로 300유로를 내야 한다. 뮌헨으로 돌아올 때에는 비넷 사는 것이 번거로워 오스트리아 국도
타고 독일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대해(大海)로 너른 헤렌킴제(Herrenchiemsee)를 지나자 알프스가 가깝다 듯 첨병(尖兵) 격의
첨봉이 나타나고 곧 잘츠부르크다. 미라벨 주차장에 차 댄다. 지하다. 안전제일이고 매사불여
튼튼이라고 했다. 무료 주차장 보다는 유료 주차장이, 노상 주차장보다는 지하 주차장이 안전
하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와 카라얀이 태어난 곳이고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이
기도 하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투어버스 정류장 앞길 건너면 미라벨(Mirabell) 정원이다. 입
구에는 ‘정의의 오솔길’이라며 나치 때 유대인을 구하려고 애쓴 의인 90인에 대해 개개인의
공적을 적은 플래카드를 줄지어 걸어놓았다. 오스트리아 말이라 알아볼 수 없다.
우리는 미라벨 정원을 만들었다는 어느 주교가 살로메 알트라는 평민의 딸을 드러내놓고 사
랑하여 신부임에도 자녀를 10명 넘게 생산하였으며 교리 마찰로 다른 주교들과는 물론 영주
와도 대립하다 끝내 죽임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도레미송을 부른 계단이 어디냐가 더 중요하다.
관광객들이 몰려있는 곳이 사운드 오브 뮤직의 현장이다. 좀체 사진 찍을 기회가 돌아오지 않
는다. 어제 린더호프성에서 정원의 정수를 보았던 터라 미라벨 정원은 눈에 차지 않는다. 잘
자흐 강 다리 건너 모차르트 생가로 간다. 잘자흐 강의 강폭은 우리나라 중랑천 크기다. 강물
은 황톳물이고 다리 또한 가교(假橋)로 의심하게 멋없다.
1. 가운데가 독일에서 가장 크다는 호프집인 브로이호프하우스
2. 잘츠부르크 가는 길에서
3. 미라벨 정원과 미라벨 왕궁(왼쪽), 멀리는 호엔잘츠부르크 요새
4.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른 계단
5. 호엔잘츠부르크 요새
6. 잘자흐 강과 호엔잘츠부르크 요새
7. 카라얀의 집
8.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
9. 모차르트 어릴 적 모습
10. 모차르트 어머니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 쇼핑거리다. 내걸린 간판이 차분하고 질서정연하다. 모차르
트 생가는 쇼핑거리 중간에 있다. 모차르트는 죽고 나서 천재가 아니었다. 두세 살 때부터 경
천동지할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의 탄생은 오스트리아를 넘어 온 인류에 대한 축복이었다. 그
런 모차르트의 말년은 우리가 영화 ‘아마데우스’나 여러 종의 평전에서 익히 보았듯이 쓸쓸
했다.
그의 죽음은 참으로 비참했다. 시체는 마대자루에 넣어 공동묘지 구덩이에 처박았다. 그렇게
대접해 놓고 이제 와서 모차르트 음악당이니 모차르트 광장이니 모차르트 거리이니 모차르
트 다리이니 모차르트 축제이니 법석 떠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하긴, 그러면 우리더러 어쩌
란 말이야 하는 반문이 돌아오겠지.
“우리 후대는 백년 내에 그와 같은 재능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는 하이든의 헌사(獻辭)가
공허하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1756.1.27. 저녁 8시에 태어나 1773년까지 17년간 살았다고 한다. 어릴
적 초상화, 그가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피아노, 육필 악보 몇 장,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모차르트가 집에서 연주했다는 피
아노가 꾀죄죄하다. 저런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기는 했을까 싶다. 시골학교에서 대를 물린 풍
금보다 못하다.
기념품 가게의 커다란 텔레비전에서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틀어놓고 있다. 살리에리의 표정
이 무아지경이다. 그의 넋두리가 폐부를 치른다. “… 완벽하여 음표 하나만 빼거나 더해도 곡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만 같다. 하나님이 야속하다. 모차르트를 내시고 그의 음악을 알
아볼 수 있는 나를 내시다니….”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가족이 도피하기 직전 공연한 대극장, 마리아가 한때 의탁하고
나중에는 폰 트랩 가족과 숨은 든 수녀원, 공동묘지. 그들의 자취를 더듬어 본다. 공동묘지조
차 낯익어 친근감을 느낀다. 눈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호엔잘츠부르크 요새(Festung
Hohensalzburg)는 후니쿨라 타고 간다.
누군가가 이 요새에 오르면 시내의 자동차 소음마저도 오케스트라 연주소리로 들린다고 했
다. 벌써 내 귀가 어두운 모양이다. 소음은 소음이다. 요새 안에는 중세 때 수성하기 위하여
사용한 각종 무기와 군인들의 복식을 진열하였을 뿐, 볼 만한 것은 한눈에 들어오는 잘츠부르
크 시내다.
잘자흐 강가에 하얀색의 카라얀의 집이 있다. 카라얀 동상이 마당에 서서 오케스트라를 지휘
하고 있다. 그의 연주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자리 비키고 잘츠부르크를 떠난다.
11. 모차르트
12. 모차르트가 집에서 치던 피아노
13.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 오른쪽 가운데 노란색 집이 모차르트의 생가다
14. 호엔잘츠부르크 요새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 시내
15. 잘츠부르크 성당
16. 카라얀 집 마당에 있는 카라얀 동상
17. 호엔잘츠부르크 요새, 잘츠부르크의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18.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에 있는 산
19. 헤렌킴제(Herrenchiemsee)와 물새
20. 헤렌킴제(Herrenchiemsee) 위를 나는 물새
첫댓글 영화속이나 동화에 나오는 그런 장소들이 수두룩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