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벌어진 ‘채용비리 및 고용세습’ 사태를 보면, 노조가 할 수 있는 온갖 ‘갑질’이 망라된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31일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협상이 열린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회의실. 한 노조 간부가 삿대질에 이어 고성을 지르며 책상에서 뛰어내리더니 사측 교섭위원인 경영진의 멱살을 잡고 목을 졸랐다. 공개된 동영상에는 사측 위원을 책상에 눕혀 목을 조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 노조가 공개된 장소에서 주먹을 휘둘러도 경영진은 10개월 가까이 하소연도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군림하는 노조의 위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조의 황당한 갑질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노조는 2017년 7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직무역량평가에 응시한 전원의 합격을 보장하라며 물리력을 동원해 시험을 방해했다. 노조 거부로 응시율이 37%에 불과했던 그 시험의 합격률이 93.6%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내년으로 예정된 시험을 앞당기라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황당하게도 시(市)가 이를 수용해 올해 안에 재시험이 치러진다. 이 정도면 노조가 아니라 경영진이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노조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밝힌 교통공사의 채용 비리는 조직적이고 대규모다. 지난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 가운데 108명이 재직자의 자녀(31명) 형제(22명) 배우자(12명) 등 친인척이었다. 이들은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 혜택을 입었다. 노조가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오면 곧 정규직이 된다’며 직원 가족들의 입사를 독려했다는 내부 증언이 있다.
이 수치도 1만5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답한 1680명(11.2%)의 응답에서 얻은 결과일 뿐, 전 직원을 조사한다면 그 수가 훨씬 불어날 게 분명하다. 한국당은 11.2%만 응답한 이유가 노조의 방해공작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이 대거 채용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 3월 실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전 조합원들에게 ‘전언통신문’을 보내 “조사를 전면 거부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
정규직 전환 규모에도 노조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노사합의를 통해 당초 서울시 방침과는 달리 안전 업무직 뿐 아니라 식당, 매점, 이발소 직원 등 일반 업무직까지 포함해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야당은 이 과정에 노조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규직 전환 직원 가운데 일부는 민노총이 노조를 강화하려고 기획 입사시킨 사람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2016년 9월과 12월,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임 모 씨와 정 모 씨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지부장인 임 씨와 노조 대의원인 정 씨는 한국청년연대,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임 씨와 정 씨 모두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통합진보당 후보로 구의원에 출마한 적도 있다.
이들은 2016년 9월과 12월 무기계약직으로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후인 그해 6월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업무는 더 이상 외주를 주지 않고 무기계약직 직원을 선발해 맡기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입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스크린도어 개보수 담당으로 들어갔지만 관련 경력은 없었다. 입사를 위해 이들은 ‘서류-면접-신체검사’로 이뤄진 3단계 전형만 거쳤다. 별도 필기시험 등은 없었다.
한국당은 임 씨 등이 입사한 직후 민주노총 산하 지부 설립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 두 사람이 주도해 PSD(스크린도어 담당 부서) 지부를 만들어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갔다”며 “특히 임 씨가 주도해 2017년 11월 서울시청 앞에서 불법 집회를 하다가 철거에 나선 청원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이와 함께 당시 폭력행위 장면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노조 지부 설립을 주도한 임 씨와 정 씨도 지난 3월 7급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금도 무리한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 ‘임단협 요구안 9대 핵심 과제’를 노조원들에게 공개했다. 여기엔 근무제도 개선과 노동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7.1% 임금인상·임금피크제 폐지·사내복지기금 1000억 원 추가 출연·징계자 사면복권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상위 기관인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개선분을 감안해 ‘7.1%’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보수체계를 개선하겠다며 기술조정수당과 통상근무자 조정수당 신설 등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또 조합원 전세자금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내복지기금 1000억 원 출연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임금피크제 폐지와 퇴직 직원 재취업제도 마련, 직원 전용 휴양소 건립 등 조건도 포함돼 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 손실 등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위 노조의 조건이 모두 받아들여진다면 서울교통공사는 과연 ‘신의 직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듯하다. 현재도 인기 직장이다. 서울교통공사의 평균 연봉은 6791만원,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555명 모집에 3만340명이 몰려 55: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또 서울지역 근무라는 장점에, 정규직은 60세 정년을 보장받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노조가 벌이고 있는 온갖 종류의 ‘갑질’은 결국 국민을 상대로 한 ‘갑질’이다. 기업인들의 ‘갑질’에는 온갖 사정기관을 다 동원해 압박했던 정부가 노조의 ‘갑질’에는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첫댓글 촛불 단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게 촛불이다! 젊은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