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영남루(嶺南樓)‘ 한시(漢詩)편 8.> 총8편 中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에 있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누각건축인데, 신라 법흥왕 때 세워진 영남사(嶺南寺)의 작은 누각 자리에 1365년(공민왕 14) 김주(金湊)가 창건한 것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이 거듭되었는데 밀양도호부의 객사 소속으로 된 것은 1611년 객사를 영남루 북쪽에 새로 지으면서부터이다. 지금의 건물은 1844년에 부사 이인재(李寅在)에 의해 마지막으로 재건된 것이다.
영남루의 동쪽에는 능파각(凌波閣), 서쪽에는 침류각(枕流閣)이라는 2채의 부속건물이 있는데 그 중 낮게 위치한 침류각은 3단계로 낮아지는 계단 건물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외관에 변화와 조화를 추구한 점이 주목된다. 또한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고 편액된 누각답게 밀양강을 끼고 절벽 위에서 굽어보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불린다.
45) 밀양 영남루[密陽嶺南樓] / 김홍욱(金弘郁 1602∼1654)
十丈蒼屛俯碧灣 열 길의 푸른 병풍이 푸른 물굽이에 드러누웠는데
高樓飛出水雲間 높은 누각이 날아갈 듯 물과 구름 사이에 있고나.
要衝官路城池壯 벼슬길의 요충지로 웅장한 성지이니
防禦營門日月閒 방어하는 병영의 문에는 일월도 한가하구려.
地產燕秦千樹栗 지역의 산물이 연나라 진나라 천 그루 밤나무를 자랑하듯 하고
天連吳楚萬重山 하늘에 잇닿은 오나라 초나라의 만첩청산(萬疊靑山)이로세.
窮秋遠客登臨處 쓸쓸한 가을날 먼 길 나그네가 이곳에 올라와서
把酒何妨一破顏 술잔 잡고 한번 웃는 들 어떠하랴.
46) 영남루 밀양에 있는 누각[嶺南樓 樓在密陽] / 윤기(尹愭 1741∼1826)
華構高臨粉堞開 높은 곳에 임한 화려한 누각에는 흰 성가퀴가 둘러있고
坐如天上石爲臺 돌로 대를 쌓아놓아 천상에 앉아 있는 듯하네.
栗林遠野眼前濶 먼 들판 밤나무 숲이 눈앞에서 트이는데
巴字澄江軒下回 굽이진 맑은 강물이 난간 아래서 돌아 흐른다.
斜陽漁艇孤煙杳 석양 속 고깃배에 외로운 연기 묘연하고
淸磬招提萬壑哀 맑은 경쇠소리를 이끈 수많은 골짝마다 애절하다.
三復退陶題壁句 여러 번 반복해 적은 퇴도(이황) 선생의 현판 글귀 속에
欲追餘韻愧非才 남겨준 운(韻)을 따르고자 해도 재주 없음이 부끄럽네.
47) 밀양 영남루 차운[次密陽嶺南樓韻] / 송순(宋純 1493∼1582)
雲散風輕欲暮天 가벼운 바람에 구름은 흩어지고 날은 저무는데
詩情酒意晩樓前 취기에 시적인 정취 일어나니 누각에 해는 지려네.
秋聲細入灘橫處 가을바람 소리가 여울을 가로질러 미미하게 들려오더니
黛色偏多雨霽邊 비 갠 물가에 검푸른 빛이 한층 진해지누나.
孤棹何人驚玉笛 외로이 노를 저어며 옥피리 부는 이 누구더냐
雙飛沙鳥破林煙 물가의 새가 쌍쌍이 날아가니 숲의 안개를 갈라놓네.
閑吟剩占湖山味 넉넉한 호산(湖山)의 풍미를 조용히 읊조려보니
歌鼓無勞設綺筵 노랫소리 북소리 성대한 주연도 필요치 않도다.
48) 영남루[嶺南樓] / 신석균(申奭均) 1878년 경 밀양부사.
西風人倚嶺南樓 가을바람 부는 영남루에 기대어 서니
水國靑山散不收 수국의 청산은 흩어져 있어 못 거두네
萬戶笙歌明月夜 밝은 달밤 고을마다 노랫소리 들려오고
一江漁笛白雲秋 온 강의 어적 소리 흰 구름 뜬 가을이라
老僧院裏疎鐘晩 노승의 절집에선 저물녘의 종소리
烈女祠前落葉流 열녀의 사당 앞엔 흩날리는 나뭇잎
滿岸蘆花三十里 강기슭에 가득한 갈대꽃 삼십 리나 펼쳐있고
雁鴻無數下長洲 기러기는 무수히 물가 섬에 내려앉네.
49) 밀양 영남루에 올라[登密陽嶺南樓] / 임상원(任相元 1638∼1697)
海天南豁大荒頭 바다 위의 하늘 아래 남녘 골짜기 큰 바다 근처
嶺表今登第一樓 영남에 지금 올라본 제일 누각,
塵裏碧紗爭歲月 홍진 속에 벽사룡(碧紗籠)이 세월을 다투듯 한데
檻前蒼籜自春秋 난간 앞의 푸른 대나무에는 저절로 봄가을이 오고가는 것을.
雲開蜃氣靑相閃 구름 걷히니 아지랑이가 조용히 서로 번쩍이고
雨霽龍鱗翠欲流 비 개이니 담쟁이덩굴에 푸른빛이 흐르는 것 같구려
盡日倚欄慵上馬 진종일 난간에 기대보니 말도 느릿느릿 가고 있구나.
不論非土可淹留 오랫동안 머물고자하니 좋은 땅이 아니라고 따지지 마시게.
[주] 벽사룡(碧紗籠) : 《무언(撫言)》에 “왕파(王播)가 젊어서 반고(盤孤)하여 양주(揚州) 목란원(木蘭院)에 붙여 있으면서 중과 함께 재식(齋食)하니 중이 싫어했다. 뒤에 왕파가 이 땅을 진수(鎭守)하게 되어 옛날에 노닐던 곳을 찾아가 보니, 지난날 읊은 시(詩)들이 모두 벽사(碧紗)로 감싸져 있으므로 왕파는 다시 시를 짓기를 ‘삼십 년이 지나도록 먼지가 가득터니, 이제야 비로소 벽사로 감쌌구려.[三十年來塵撲面 而今始得碧紗籠]’ 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50) 밀양 영남루 차운[次密陽嶺南樓韻] / 홍성민(洪聖民 1536∼1594)
練江螺岫碧羅天 연강(練江)과 소라 같은 산봉우리에 푸른 비단 하늘,
三面當樓忽在前 삼면의 누각 건물이 문득 앞에 서 있네.
垂釣人歸孤鶩外 외로운 오리 너머 낚싯대 드리우다 돌아가는 사람들,
采菱舟向斷橋邊 마름 풀 뜯는 배가 끊어진 다릿가로 향해가누나.
桃花氣暖輕含雨 따뜻한 날씨 속에 봉숭아꽃이 살짝 비에 젖어있고
杜若香薰細吐煙 향기로운 두약꽃은 향수를 미세하게 토해낸다.
寶瑟調來宜到夜 진귀한 거문고를 타매 한밤중이 되었고나
風傳珠箔月侵筵 바람이 주렴을 흔드니 달은 술자리를 비추네.
[주] 연강(練江) :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단련한다는 뜻.
51) 영남루에서 차운하다[嶺南樓次韻] / 김종직(金宗直 1431~1492)
登臨正値浴沂天 올라간 것이 마침 늦은 봄을 만났는데
灑面風生倚柱前 낯 스치는 바람이 기둥 기댄 앞에서 나오네.
南服山川輸海上 남방의 산천들은 모두 바다에서 다하고
八窓絲竹鬧雲邊 팔창의 관현악 소리는 구름 가에 들리어라.
野牛浮鼻橫官渡 들소는 코만 내민 채 관선 나루를 횡단하고
巢鷺將雛割暝煙 백로는 새끼 데리고 저녁연기를 가르누나.
方信吾行不牢落 이제야 믿노니 내 행차 적막하지 않음은
每因省母忝賓筵 늘 모친 뵙는 틈에 빈연에 참여한 때문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