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요 인간의 세계는 당연하겠지만 그렇다면 인간 외에 어떠한 세계가 있습니까 불교에서는 십법계를 얘기합니다 십법계란 십법계에 소속된 세계가 다 부처님의 법이 미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01. 지옥 지옥은 몇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첫째는 공간개념이지요 하늘과 마찬가지로 크든 작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지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지옥은 어디에 존재하느냐?"고요
지옥은 어디에 있을까요 대이름씨代名詞로 보아 땅을 떠나서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옥의 형태와 지옥의 크기를 가늠해봐야겠지요 나는 지옥하면 떠오로는 현상이 싱크홀Sinkhole입니다 우리말로는 '땅꺼짐 현상'이지요
탄자니아Tanzania 있을 때입니다 코르그웨korogwe 현縣 크와쏭가kwasonga 마을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 그린힐Greenhill에 묶고 있는데 현지인이 불러내었습니다 내가 이유를 물었더니 "돌리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나는 그들 손에 이끌려 그린힐에서 5~6km는 족히 되는 길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머리속에서는 '돌리네'가 뭘까 그 생각 뿐이었지요 이웃 마을 한가운데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는데 거기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꺼짐 현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람만 걸어다닐 수 있는 마을 안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냥 신기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와! 싱크홀이다!" 그러면서 '돌리네'라고 한 그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독일어로 '돌리네Doline'가 영어로 싱크홀이었거든요
마을 한 가운데가 새벽 녘에 푹 꺼져버린 것입니다 얼핏 보아 싱크홀 크기가 2층짜리 집 한 채는 들어가고도 남을 듯 싶었습니다 나는 지옥이 생각났습니다 그 싱크홀에 빠졌다면 사람이야 당연히 생각이 있고 도구를 이용할 줄 아니까 나올 수 있겠지만 동물들은 꼼짝없이 갇힐 수밖에요
만일 이 싱크홀에 사람이 느닷없이 빠진다고 했을 때 그 피해는 상상외로 클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싱크홀이 어떻게 해서 생기느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과학을 엿볼 필요가 있지요
예를 들면 사람의 몸은 70%이상이 물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90%라 하더군요 물이라 해서 생수처럼 마실 수 있는 그런 물은 아니지요 그런 우리 몸에서 피를 비롯하여 수분을 상당량 빼버린다면 어떻게 될 듯싶습니까 당연히 몸이 짜브러들지 않겠는지요
지구도 그와 같습니다 지각을 지탱하는 것은 지하수입니다 그런데 지하수를 계속 뽑아쓰면 지반이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그게 결국 땅꺼짐 현상 곧 싱크홀을 가져올 수 밖에요
나는 지옥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땅 속 어딘가에 기성 지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뽑아 써 싱크홀 현상이 생기듯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지옥을 만들고 공동의 지옥을 하나씩 둘씩 계속해서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개념은 존재개념입니다 지옥은 지옥이란 공간도 있겠지만 지옥 같은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달려 있으므로 지옥을 하나의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존재 개념이라기보다 심리 개념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요
지옥 같은 공간도 지옥 같은 시간도 지옥 같은 인생도 이미 예전부터 거기 있는 게 아니라 각자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성육범四聖六凡의 법계가 반드시 기성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삶을 살면서 제 마음 제 삶에서 고통스런 지옥을 만들어내고 아귀다툼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무지한 축생이 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광란의 아수라가 되고 하늘을 만들어 신이 되기도 합니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여 위대한 수행자 성문이 되고 연기를 깨달아 연각이 되고 중생을 사랑하는 중생인 보살이 되고 사성육범을 모두 담는 우주 내에서 가장 거룩한 성자 부처님이 되는 것입니다
곰곰히 따지고 보면 부처님도 보살마하살도 연각도 성문도 하늘의 신들도 아수라도 인간 축생 아귀 지옥도 기성이 아닌 하나의 맞춤형입니다
세째는 지옥의 느낌입니다 지옥은 고통일까요 아님 지옥은 즐거움일까요 으레 두려움과 고통일 것입니다 지옥의 지地가 소재를 나타냄이라면 지옥의 옥獄은 느낌을 나타냄입니다 옥옥獄자는 두려움의 표출입니다 큰 개犭와 작은 개犬는 지옥을 지키는 옥졸이며 지옥의 검사와 지옥의 변호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검사와 변호사의 의무는 피고인이자 의뢰인을 사이에 두고 말싸움을 벌이는 일이지요 저승에서도 큰 개와 작은 개가 말言을 사이에 놓고 서로 다툽니다 지옥의 검사는 누군가 짐작하겠는데 지옥의 변호사는 과연 누구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거룩한 지장보살이십니다
피고인이 되고 의뢰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겠는지요 그러나 어찌 하겠습니까 옥獄이라는 의미에 이미 입씨름을 사이에 두고 큰 개와 작은 개가 다투는데요
저승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이자 의뢰인은 형사소송법 적용자이지 민사소송법 적용자는 아닙니다 우리네 인간 세상에서는 죄가 없으면 법정에 갈 일이 없습니다 실은 저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옥의 느낌은 고통이지요 죽을 맛입니다 저승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이는 아직은 미결수인 까닭에 실제로 죄인이 될 수 없습니다 죄가 확정되면 하늘나라에 갈 것인지 지옥에 떨어질 것인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아수라나 아귀나 축생이 될 것인지 판결에 따라 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늘나라에 태어나거나 극락세계에 왕생한다거나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고 연각이 되고 성문이 되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이들은 저승의 판결을 거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의 신을 비롯하여 극락세계에 바로 가서 왕생할 이들과 성문 연각 보살 부처 등 사성의 세계는 지은 복이 워낙 많기에 저승의 판결을 거치지 않고도 왕생하고 환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요? 지은 복이 없으면 인간의 몸을 받을 수는 없지요 인간은 복 많이 지은 자들입니다 따라서 인간으로 태어난 데 대해 우리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세상에 인간보다 위대한 자는 없지요 나는 하늘의 신이 부럽지 않습니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게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멀리 지나간 과거도 아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아닙니다 바로 이 시대 이 순간 나와 함께 같은 대기권 내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지구인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숱한 생명들을 사랑합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나는 부처님 만난 것도 행복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몸을 받아 사람으로 살아감보다 우선하는 행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지옥은 죽을 맛이 맞습니다 전기 사다리인 엘리베이터에 잠시만 갇혀 있어도 엄청난 공포가 밀려오는데 싱크홀에 빠졌거나 지옥에 떨어졌다면 어떻겠는지요
02. 아귀 아귀는 주릴아餓에 귀신귀鬼로 배곯는 중생입니다 음식 절제의 계율을 어겨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들입니다
03. 축생 축생이란 쌓을축畜에 삶생生으로 남에게 베풀지 않고 끊임없이 쌓기만한 삶으로 받은 몸이 축생입니다 축생의 축畜은 '쌓을축' 외에 '짐승축' '기를휵'으로 새깁니다
따라서 기르다 양육하다 먹이다 치다 아끼다 사랑하다 효도하다 부지런히 힘쓰는 모양을 얘기할 때는 '휵'이라 발음하고 '기르다' 로 풀이합니다 따라서 중국어 발음이 아닌 우리의 한문 발음으로 낸다면 축생은 휵생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은 다수의 뜻을 따르기에 휵생이 아닌 축생으로 읽습니다 마치 '먹거리'라는 말이 국어문법으로는 전혀 맞지 않지만 언론인들이 마구 써대면서 대중화되다 보니까 이제는 국어사전 한 항목에 버젓이 올라가 있듯이 말입니다
남움직씨로 보면 기르는 것이니 휵생이 맞지만 축생 스스로 쌓고 모으기를 좋아하는 그들의 심리세계에서 보면 축생이란 말도 맞습니다 축생의 축은 '짐승축'이라 새기듯이 축생과 짐승은 같은 말입니다
옛말에는 짐승을 즘생이라 발음하였고 즘생은 중생과 같은 소리에 같은 의미로 쓰이고는 했습니다 중생 즘생 짐생 짐승으로 언어가 변천해오면서 의미까지도 다르게 전해졌습니다
04.아수라 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신 시비 걸기 좋아하고 남 잘못되길 좋아하는 신입니다 아수라는 하늘에서부터 저 아래 지옥세계에 이르기까지 힘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무소불위의 대단한 신입니다
어쩌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카오스 시대 크로노스 시대 제우스와 헤라의 시대 로마의 신들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염라대왕이 누구입니까 아수라입니다 심술궂기로 유명한 저 아수라지요 우린 언젠가는 죽음을 맞을 것입니다 싫으나 고우나 저승세계는 거쳐야 할텐데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09/22/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 오늘 아침 '기포의 새벽 편지-983' '반야심경084' 해설 3연 9줄 한자 노출 부분 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