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베에리아는 영원한가
2021년 9월 11일 오전 10시 47분에 5호선 광나루역 1번출구에서 합류하여 아차산(287m)으로 향한다.
아차산을 간만에 엉까페 막사리 조단서 뻐드타 버쁘바 까토나 여섯명의 백년지기들이 헤매며 하루를 즐긴다.
오늘도 날씨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의 연속이다. 광진초 중고를 지나서 인어공주가 살고 있는 자그마한 인공 연못으로 내려선다.
물 위에는 화사한 연꽃이 인어공주를 에워싸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꽃과 커다란 연닢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인어공주는 용왕님이 살고 있는 용궁을 그리워 하는 모습이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변함없는 자태이다. 그윽한 사랑의 눈빛으로 저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육체가 그저 신비스럽기도 하다. 계속 폰을 눌러대는 객(客)들을 반갑게 맞이 하고 있는 그녀가 오늘 따라 더 그립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정상으로 오르는 둘레길로 들어선다.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거친 숨소리가 노객들의 현 주소가 아닌가. 굽이쳐 흐르는 한강 물줄기와 암사대교 강동대교 팔당대교가 바로 발 아래 잡히고 있다. 나무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자리에 둘러 앉는다. 막걸리 서너병과 토토리묵 총각무 줄기로 겉저리 무침 양은막걸리 술잔 여섯개 이것은 뻐드타 아내의 솜씨이다. 항상 고맙게도 장만해 주는 제수님이다. 엉까페가 아끼며 즐기는 약초로 담근 쏘주 한병이 오늘의 간식이다. "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잔을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건배 완샤 ~아 ~ 앗 ~~~" 주위의 산천초목도 노객들의 우렁찬 건주가에 흔들리며 힘찬 박수로 환영을 하고 있다.
광진구 강변역 근처 아파트에 거주할 때는 거의 매일 그것도 하루에 두번씩을 오르 내리던 산이다. 아침에 기상하면 으레껏 향하는 산이다. 약국에 근무약사가 출근을 하면 한번 더 오르곤 하던 곳이다. 강변역 근처 아파트를 출발하여 정상까지 쉬임없이 단숨에 다녀온다. 그래야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 산행길이며 체중관리를 하던 단련장이기도 하다. 약사회 회장을 하면서 매일 들이키고 마시던 Alcohol로 체중은 한때 75Kg 까지 과체중도 맛본다. 6개월을 아침 저녁 뛰다시피 오르 내리니 10Kg 감소되어 정상 체중을 찾기도 한 곳이다. 영양가 없는 앞차기 옆차기 뒷차기를 접는 게 최선의 건강 지킴이가 아닌가. 잡스러운 생각의 뇌속을 정리를 하기로 마음을 다진다. 2년간의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임상약학대학원를 가볍게 수료를 한다. 나즈막한 아차산이야말로 내 삶의 뼈저린 후회와 아픔을 말끔히 거두어 들인 생명수와 같은 곳이다. 등산로가 아닌 곳곳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여기 저기를 섭렵하던 산이다.
천호동 약국 카운터에는 산세베에리아 화분이 잇다. 2005년도 약국을 이전하여 개국할 당시에 고교동기인 한영서 친구가 선사한 축하 화분이다. 한 때는 푸르스름한 흰꽃이 한동안 만발하기도 한다. 그 때가 2015년인가로 기억하고 있다. 일과가 끝나면 언제나 쐬주를 즐겨 마시는 벗이다. 수년 동안 택시기사로 근무를 하노라 피로한 몸을 달래기 위함일테이다. " 영서야, 이 녀석아 그렇게 매일 술과 친구가 되면 간에 영향이 오는 거야, 간경화 더 심하면 간암도 생각해야지, 술은 3일 이상 절주를 해라 , 알았냐 " " 약사 네가 뭘 안다고 헛소리냐, 수시로 의원에서 혈액검사도 받곤 한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데 ~~~"
마이동풍이 따로 없는 고집불통의 고집을 부리곤 한다, " 그래도 대학병원에 한번 진료를 받아봐라 "
며칠 후에 약국에 들어서니 녀석의 얼굴에 뭔가 침통한 모습이다. " 왜 어디가 아프냐 어 ~ 대답해라 "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이다. " 뭐라고 ? 그게 사실이냐 "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한참 침묵이 흐르고 조용히 한 마디 뱉는다. "영서야, 실망 말고 다른 병원에 한번 더 진료를 받아 봐라 오진일 수도 있으니까 " 가까운 국립보훈병원으로 한번 더 진료하라고 조용히 타이른다. 순수히 대답이 돌아온다. 며칠뒤 친구의 얼굴은 한 마디로 사색이 역력하다. 며칠 뒤에 자식이 약국에 들어선다. 한마디로 간암으로 아버지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전갈이다. 무슨 말이 어떤 위안의 말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 잘 가거라 영서야 저 먼 곳에서나마 편히 쉬거라 " 영안실을 찾아 조문을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이다.
약국카운터에 홀로 버티고 있는 산세베에리아 화분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며칠 지나서 화분을 가슴에 안고 아차산으로 오른다. 친구의 집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장소에 화분을 두개로 나누어 심는다. 술 한잔을 따르고 큰 절을 올린다. 술이 없는 맑고 밝은 저 하늘나라에서 못 다한 여생을 보내기를 기원을 할 뿐이다.
오늘 아차산을 찾은 여석명의 동북고 동기생들과 그 곳을 찾을 생각이다. 좋아하던 소주 한잔을 따르리라고. 강남구로 4년 전에 이사를 하고 다시 찾은 노객의 생각이 헤매고 있지 않는가. 이곳인가 저쪽인가 노객의 두뇌에 갇혀 있는 장소가 헤매고 있을 뿐이다. 혼자 다시 찾아오리라 약속을 한다. 산세베에리아는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정상은 절대로 못간다는 엉까페와 몇 녀석 덕분에 고구려 대장간 셋트장이 있는 방향으로 하산이다. 중간에는 큰 바위 얼굴을 배경으로 지기들의 어설픈 폼이 연출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10여분을 가리키고 있다. 카카오 택시를 폰으로 호출이다. 승차하려는 순간 뒤에 산객들이 부탁을 한다. 자기들도 택시를 불러달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또 호출을 해준다. 우리들의 목적지는 강동구 성내동에 미리 예약한 일식집으로 향한다. " 아차 이게 뭐야 저 사람들 호출해준 택시비도 내 카카오택시에 올려놓은 카드에서 지불이 되는 건데 어쩌나 " 이미 기차는 떠나가고 몇천원은 불우 이웃이 아닌 엉뚱한 객들에게 제공한 꼴이다.
일식집은 그런대로 넓고 사람도 별로이다. 정식 6인분 소주 각 1병씩 맥주 소주 추가로 6병 메뉴가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 건주가는 필수사항이다. 부딫치는 술잔이 거듭될수록 목소리의 톤은 식당 전체를 흔들고 있다. 또 다시 2차의 생맥주집으로 들어선다. 뻐드타 버쁘바는 아내의 품으로 재촉이다. 네명의 친구만이 알콜 농도를 거듭 거듭 추가를 한다. 회식비는 2차 포함하여 36만원 정도이다. 먹을 때는 미련없이 마시고 떠들고 웃고 소리 지르고 마음에 없는 얘기도 끝이 없다. 다음 네번쩨 토요일도 여섯명의 백년지기들이 함께 하기를 다짐도 한다. 언젠가 우리들도 알지도 못하는 머나 먼 곳으로 예고도 없이 사라지리라. 그 순간을 잊어 버리고 오늘 같은 즐거움이 계속 되기를 기원도 한다.
2021년 9월 11일(토)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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