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물 사랑
손 원
어떤 지역을 떠올리면 그 지역의 특산물도 함께 떠오른다. 특산물은 지역의 대표성을 갖는 강력한 매개체인 것이다. 익숙한 지역 몇 곳을 떠 올리면 거의가 특산물 한 두 개쯤은 있는 듯 하다. 특산물은 지역의 브랜드임과 동시에 이미지다. 그 곳을 여행하거나 지나치게 되면 특산물을 마주하고 싶어진다. 기회가 되면 구입하기도 한다.
요즘은 지역특산물을 어디서든지 쉽게 구입할 수가 있다. 집과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기도하고 생산자와 직거래도 하는 등 구매가 편리해졌다. 하지만 가급적 현지서 직접 구입하고 싶어 한다. 가성비 뿐만아니라 산지에서 직구입하는 것은 또다른 매력이 있기때문이다.
경주에 갈 때면 황남빵을, 문경에 갈 때면 오미자청을, 통영에 갈 때면 꿀빵을, 제주도에 갈 때면 오메기떡을 사오기도 했다. 돌아와서 선물로 내 놓으면 모두가 좋아해서 반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른봄의 미나리는 입맛을 돋군다. 봄이되면 청도미나리를 먹으러 그 곳까지 간적도 몇 번 있었다. 겨울 먹거리로 포항과매기도 빼 놓을 수 없다. 물류가 원활한 요즘 청도 미나리나 포항 과매기는 동네마트에서도 쉽게 구입 할 수가 있다. 오래 전에는 현지에 가야 구입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서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된 것이다. 하지만 구매의욕은 오히려 저하 된듯 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몇 해 전 버스로 녹용, 인삼, 젓갈구매 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사슴농장, 인삼시장, 젓갈시장을 들렀다. 여행일정에 농장이나 매장을 가 보는 공짜 여행이었다. 구매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 다소 부담은 되었지만 유명한 특산물 산지의 방문이었기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좋은 물건 사고 여행도 즐겼으니 나름대로는 괜찮았다.
지역 특산물 쇼핑일정은 모든 여행의 공통점인 것 같다.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은 밀감농장이 필수코스로 거기서 밀감 몇 박스를 사면 택배로 원하는 곳에 보내 주기에 구매했던 적이 있었다. 해외 여행중에도 특산품 구입은 예외 없이 이루어 진다. 한 번은 단체로 로마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올리브유 직매장에 갔었다. 물론 가이드나 현지 상인의 상술이었겠지만 그들의 상품홍보에 현혹되어 국내에서도 흔한 올리브유 한 박스를 현지서 구입하여 운반에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었다. 뉴질랜드 여행시에는 양모이불을, 동남아 여행시에는 라텍스침대 등 부피 큰 고가물건을 사오는 이도 있었다. 견물생심으로 쉽게 물건을 사는 것도 경계해야 되겠다. 현지서 구입할 시 득실을 따져 구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격과 품질이 국내 매장과 비교할 시 크게 유리 하지도 않은 것을 구태여 현지서 구입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갖고 구매한다면 만족한 쇼핑이 됨은 물론이다. 쇼핑에 관심이 적은 나로서는 해외여행에서 빈손으로 오기도 그렇고 해서 기내쇼핑을 하곤했다. 선물선택에 고민을 덜고 비교적 무난하다는 생각으로 양주를 주로 구입했다. 쇼핑의 즐거움이 덜한 기내쇼핑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가 없는것 같다. 구입한 양주는 장식장에 몇 병 넣어두고는 있지만 거의가 선물용으로 쓰였다. 한 번은 파리에 갔었는데 일행 중 몇 분이 일과 후 별도로 루비똥 직매장을 간다고 했다. 같이 가자고 했으나 나는 흥미가 없었다. 여행서 돌아와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기회를 놓친 얼간이로 보았다. 명품가방 사러 일부러 파리를 간다고도 했다. 가방 하나에 유럽편 편도 항공료가 남을 만큼 현지 구입이 저렴하다고 했다. 그런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빚을 내서라도 구입하여 아내에게 선물 했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선물에도 가장 유용하고 인기 있는 것이 지역특산품이 아닐까 싶다. 비록 내가 취급하지 않는 특산품일지라도 제철에 구입하여 지인에게 보낸다면 그 효과도 클것이다. 거주지역이나 주변의 특산품이면 더욱 좋다. 대구인근의 성주참외, 개진감자, 성산멜론, 포항 과메기 한 상자는 소박하고 인정이 넘치는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누구나 같은 물건이라도 명성이 있는 지역의 특산품을 선호하게 된다. 전국에 걸쳐 참외가 고루 생산되고 있지만 성주참외의 선호도가 높다. 생산자의 입을 빌리자면 낙동강의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당도가 높고 아삭하다고 한다. 그런 평가를 듣고 먹게되면 맛도 더 좋다. 청도 미나리가 인기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친환경적인 재배로 소비자의 신뢰를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경주 황남빵은 오랜세월 대를이어 한 우물을 파 왔기에 유명특산품이 되고있다. 안동 간고등어만 해도 그렇다. 생물고등어에 그저 소금을 뿌렸을 뿐인데 그 방법에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고 해서 명품이 된 것이다. 포항 과메기도 생물 정어리를 추운 겨울 해풍으로 건조했을 뿐인데 누구도 흉내 낼 수가 없는 지역의 유명특산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의 명품은 지역민의 아이디어와 관심의 성과물이다. 요즘 다수지역에서 브랜드화 하고 있는 쌀이 있다. 언뜻보기에는 다 같은 쌀이지만 명품쌀이 되기 까지 생산자는 물론이고 지역민이 한마음으로 일구어 낸 결실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기왕이면 명품화 되어 명예와 긍지를 갖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다. 모든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명품이 되도록 해 보자.(2022.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