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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 외전 ─ 오를란느의 마지막 밤
BY. 아나렌(http://cafe.daum.net/Anarenstory)
D- Grayman의 애니하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기대되네요~
* * *
"뭐야, 또 안 먹었어? 쬐끄만에 고지식한데 다가 끈질기잖아. 정말 굶어 죽고 싶은가? 좀 먹어라. 헛 짓 하는 내가 가엾지도 않은 거냐~."
그 후 보리스는 칙칙한 회색과 검은 색이 뒤섞인 돌로 이루어진 지하 방 ─아마도 감옥─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런 데에 오게 된다면 절대로 함부로 사람이 주는 음식에 입을 대면 안 된다는, 독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말씀 ─차남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송구스럽게 여기라는 듯한 모습이 보리스를 슬프게 했던─ 이 생각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하나 밖에 없는 머리만 간신히 들어갈 만한 창에서 흘러내려 오는 빗물만 받아 마실 뿐 아무 것도 손대지 못했다. 장마철에 접어들었는지 비교적 자주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구해줄게'하던 샤를로트는 얼굴 한 번 내비친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나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보리스는 배부른 고민했지만 그것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가량 지난 지금이 되자 뱃속에 든 것이 없어서 뇌 활동 마저 중단되었는지 머릿속이 텅 비면서 창가 밑에 얼굴을 대고 간신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그래도 음식을 많이 섭취해서 그런지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닌 듯했다.
뭐, 그래 봤자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겠지.
그의 기억으로 그는 이런 곳에 올만큼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있다고 하면 공녀를 좋아했다는 것 뿐인 것 같았는데 그런 것이면 이미 돌아왔을 형이라도 한 번쯤 찾아와서 그와 함께 나가면 될 거라고 하는 게 옳았다.
아무리 미천… 그래, 가문을 잃었으니 미천이겠지. 미천한 가문의 사람이라도 기본적인 인권은 지켜준다고, 주변 마을에서도 좋은 분을 만났다면서 좋아 하고 있었으니 맞겠지.
설령 틀렸다고 할 지라도 형이 철창을 사이에 두고서라도 찾아오거나 저 멀리서 라도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었다. 이 곳은 아주 작은 소리도 쩌렁쩌렁 울리곤 했으니까.─굶은 탓에 착각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을 보면 자신에게 무슨 다른 죄가 있는 것일 텐데 아무리 생각도 남들이 '죄가 크다!' 라고 할 만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다.
희미한 정신으로 '힌트'를 듣긴 했다. 원래는 문장이었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이상한 이야기로 지나가 버렸다.
'호위 기사……공자…… 해를 하고…… 병사 … 상처에 얼……대신 동생…… 가엾…… 함께 공녀…… 믿지는…… 예쁜 아……하지만 …… 는 건가.'
'…에라는 하…… 녀님 사… 공작 각하께서…….'
이런 말들이었는데 중간중간에 흐릿하게 윤곽이 더 남은 것도 있었지만 굶으면서 스르르 사라졌다. 아쉽긴 했지만 그런 것을 기억한다고 힘을 쓸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보리스는 가을이 왔음을 느끼면서 차가워진 돌 벽에 얼굴을 대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만 아주 자그마한 미소를 그려 냈다. 점점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보리스는 죽는 걸까라고 무심코 생각하고는 공녀님이 울어 준다면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하며 파르르 떨리던 검푸른 눈꺼풀을 내렸다.
조금만 편해지자고.
빗소리가 점점 사그라 드는 것을 느낀다.
* * *
"일어나."
꿈처럼 작은 목소리가 고막을 때리고 입에서 목으로 무언가 따뜻한 것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보리스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눈은 따끔거린다. 빗물이 들어간 것 같다. 비는 그친 듯 더 이상 빗방울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욱."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무언가가 목구멍을 역행하고 내려오려고 한다. 보리스는 입을 양 손으로 부여 잡으면서 허리를 숙인다.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기에 젖어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 붙어 있다. 아니 솔직히 그것이 아니더라도 일주일 넘게 감지 못한 머리카락은 기름에 번들거렸다. 아무리 그 동안 관리를 열심히 한 ─비록 스스로가 아니라 샤를로트나 형이 해준 거지만─ 보리스의 머리카락도 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죽은 걸까, 그래서 지옥에 온 걸까 라고 생각 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모든 감각도 완벽하고 두셋으로 보이는 시야도 '여긴 감옥이요!'라고 외치고 있다. 그래 살아 있다. 그리고 방금 내게 무언가를 먹인 사람에 대해서도.
"……아?"
그의 공녀님이었다.
헐렁하게 묶은 검은 단발을 찰랑거리며 그와는 다른 깔끔한 옷 차림과 조금 해쓱하기는 해도 건강한 얼굴, 생기로 빛나는 눈동자로 그를 맞고 있다. 눈동자에는 며칠 새 꼬질 꼬질해진 보리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녀의 미소를 그리고 있다. 변함없는, 변함없는, 변함없는?
정말로?
그녀의 미소는 보리스가 놀랄 만큼 경멸을 담고 있다. 이 곳에 오게 된 날, 그를 책망할 때와 비슷하지만 이번엔 그를 속이려는 듯 억제된 경멸 그리고 억제된 만큼 터질 듯한 경멸이지만 그 때는, 아니었잖아.
"더 먹겠어?"
그녀가 들고 있던 거의 물로 보이는 죽을 내밀면서 물었다. 얼결에 받아 들기는 했지만 별로 먹을 생각은 없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 이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잘되었다고, 그는 자기 자신을 달랬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엉켰던 실이 기다렸다는 듯이 풀려 나간다.
스노우가 우웅-거리며 울림과 동시에 보리스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약속을 지키러 왔어."
그녀가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자 묶이지 않아서 늘여 놓은 것으로 보이는 옆 머리카락 너머로 보이는 흰 얼굴이 푸른 달빛 아래에서 푸르스름하게 초승달마냥 빛난다. 보리스는 은으로 만들어진 쟁반을 들고 있던 그대로 손을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끔찍한 쇳소리와 함께 쟁반과 뿌연 죽이 그의 발치에서 이리 저리 몸을 뒤튼다.
샤를로트는 수려한 몸놀림으로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보여 주듯 하며 보리스에게 가방을 넘겨 주었다. 내용물은 수수한 검 집의 단검 하나와, 은화 세 닢 그리고 건포 몇 점과 빵 두 개에 불과했다. 갖고 다니기에는 가벼울 진 몰라도 이걸로 며칠 버틸지 막막해지는 내용물.
받아 들고 몸을 가로지르게 메고 나니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난 약속을 지켰어. 나가는 데에 지장은 없을 거야 지키던 병사들은 모조리 기절 시켰으니까. 소란을 피우지 않는 이상 네 앞을 막는 이는 없을 거야. 그럼 가."
눈동자가 정면으로도 아니고 흘깃 그의 가라앉은 마지 비오는 날의 하늘과 같은 푸른색 감도는 회색 눈동자를 쏘아보다가 보리스가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듯 보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녀의 열흘만에 한뼘 가량 짧아진 머리카락은 가히 생소하기 까지 하다. 게다가, 그녀는 부시도록 잘 어울리는 붉은 색 제복 차림이었다. 천성이 기사인 양 그녀는 정말로 기사들이나 입는 제복이 잘 어울렸다.
왠지 기분이 들떠서 표정은 펴졌지만 그것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예쁜 모습을 본 것으로도 만족하자며 스스로를 달래면서, 보리스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옮겨간다.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게 뼛 속까지 새겨질 정도로 감옥에는 그와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조용한 가운데 보리스의 낡아빠진 샌들 소리만 울려 퍼진다.
"보리스."
그리고, 그녀가 불렀다.
보리스는 마치 로봇처럼 자리에 섰다. 다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그녀의 부름에 대답조차 않았다. 도리어 그냥 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지금 그에게 등을 보인다면 그는 영락없는 죄인이니까. 어쩌면, 영원히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경멸 어린 눈동자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선사해 준 듯 했다.
보리스는 자신의 등 뒤로 따박따박 발걸음 소리를 느끼면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의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가느다란 손길을 느끼고, 그 머리카락을 처음 묶어 보듯 어색하고 헐렁하지만 단정하게 묶는 손길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다른 것이라면 점점 멀어지는 소리다. 그 발걸음 소리는 보리스가 떨어뜨린 은 쟁반을 집어 든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는 적이다."
그녀의 허리춤에 매여 있는 숏소드가 검집 채로 흔들리면서 철컥하는 쇳소리를 낸다. 보리스는 등 뒤로 한기를 느끼고는, 피식 웃었다. 뽑은 줄 알았어─
보리스는 고민했다. 자신이 어떻게 대답해야 하냐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떨리는 눈동자로 고심했다. 그리고 미소 지으면서 대답한다.
"네, 만약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눈이, 얼굴이, 몸이 뜨거워 지면서 심장이 뛰었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진심이 아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진심이기도 했다.
"당신이 주신 검으로라도, 당신을 겨누겠습니다."
뜨거워진 얼굴을 식혀 주려고 하는 것인지 물 줄기가 볼을 타고 흐른다. 눈물은 이것으로 끝내자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지켜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말의 뜻
그리고 바보가 아닌 난 알아 버렸다.
형을 믿었다.
하지만 믿음은 그 것이 아름다운 만큼
그 반대말은 처절하리 만큼 더럽다.
* * *
[ 그 두 분은 아마도 서로 마음에 두고 있던 것 같더군요. ]
[ …… 그래, 그랬던가. 그런데 넌 왜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은혜도 갚지 않을 지언정, 오히려 그를 타락으로 몰아 내는 것인가. 내가 그들을 인정할 것이라고는 너도 생각하지 않았을 터가 분명한데.]
손에 든 책은 그의 '생명의 은인'이 추천해 준 것. 그가 친구의 의의를 여기서 찾았다면서 외울 만큼 읽었다고 자랑하면서 넘겨 주었던 것이 눈 앞에 선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비밀의 방에도 못 간다면서 미안해 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그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란지에는 괜히 우스워 져서 입을 가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의 하얀 손가락 손가락 사이에서 작은 기침같은 웃음 소리가 울려 나왔다.
[ 은혜를 갚는 방법이, 모두 같으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은혜를 꼭 계속해서 갚으라는 말도 없지 않습니까. 저는 제 방식으로, 제가 원하는 시간에 언젠가는, 그에게 은혜를 갚을 생각입니다. 설령 그가 죽은 후라도 ]
루비 빛의 빨간 눈동자가, 아무도 모르게 검붉게 빛난다.
샤를로트가 보리스에게 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쭉 그 문 앞을 병사 대신 지키고 있던 란지에는 드디어 자신의 기다림의 결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열흘 쯤 전과 마찬가지로 미소지어 준다. 이리저리 옛날의 말끔한 모습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얼굴과 차림새는 아주 조금 미안하다.
"이제 오니."
보리스의 눈동자는 아주 잠깐 의문의 빛을 띄었다가 사라진다. 아마도 자신을 샤를로트가 보낸 안내인 정도로 받아들인 듯 흑청색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리면서 긍정을 표한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의외로 의심의 빛깔도 가지고 있다. 란지에는 열흘 간에 보리스가 식음을 전폐했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만치 순진하던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의 눈동자는 어째서, 새로운 세상을 비추고 있을까.
……결론은 그녀인가.
"난, 내가 받은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아."
홀로 남은 공녀를 생각하니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으로서 그녀에게도 빚은 있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
양 팔을 뻗으면서 그를 부르자, 그가 고개를 숙이면서 다가왔고, 열흘 동안 그 자신보다도 야위어 버린 몸을 끌어 안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몸은 란지에에게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은 보은 보다는, 그에게 험한 세상을 가르쳐 줘야 할 시기이기에, 란지에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은 그에게 등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혼자 살아가야 할 소년이 부서지지 않게 세워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그는 소매에 숨겨 두었던 검을 꺼냈다.
"……."
보리스는 차가운 칼날이 자신의 목에 겨누어 지는 것을 느끼고는 젖어있던 눈을 치뜬다. 조금씩 란지에의 몸이 멀어지면서 뒷목에 있던 단도는 서서히 앞으로 둥글게 내려와 나올 듯 말듯 하는 목젖 앞에서 멈춘다.
"어째서."
"……보리스."
자신을 보듬어주던 손은 살기를 머금고 그를 겨누고 있었으며,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심하지도 않던 눈동자로 바라보던 눈은 묘한 죄책감을 머금고 있긴 하였지만 그 뿐이었다. 란지에는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모두가."
분노와 배신감과 슬픔을 담은 눈이 불그스름하게 충혈된다. 분노만큼이나 슬픔이 큰지 눈물도 방울진다. 란지에는 검을 든 손 외에 다른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만지려 했지만 보리스는 거친 손길로 피한다.
"모두가!"
보리스의 큰 목소리를 들은 듯한,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많은 이들이 아마도 그들이 있는 쪽으로 오는 소리가 란지에의 귓가를 때렸지만 보리스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병사가 오든 말든 그것은 그의 관심 밖이다. 아니, 그런 생각 자체가 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 자신의 모습, 자신의 남은 유일한 혈육 그리고 자신이 친구로 여겼던 한 소년을 느낄 뿐이었다.
추악한 단어는, 여리디 여리던 그의 머릿속을 파고 들어 절대로 깨지지 않을 금속에 강하게 새겨진다.
투둑하고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헐렁하게 묶여 있던 샤를로트의 손길과 함께 그의 흑청색 머리카락이 허공을 날아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보리스의 정신은 머리카락과 반대 쪽으로 솟구친다.
* * *
눈보라가 지나간 자리에는 부서진 얼음의 파편 뿐이었고, 그 가운데에 비틀거리는 검푸른 소년이 서 있었으며, 그 소년을 푸른 소년 하나와 청년 하나가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푸른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고 청년은 움직여 검푸른 소년을 끌어안고 그에게 속삭이다가 금속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소년을 들쳐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이어지는 시장통을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고, 그의 키보다 큰 연갈색의 잡초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들판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청년은 들쳐 메고 있던 소년을 내려놓는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까 조마조마 했는데, 그 소란통에 이미 소년은 눈을 반짝 뜨고 있다. 단지 오랜만에 마주한 눈동자는 마치 흔들리지 않는 호수와 같아져 있었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몇 달 새 단단해진 손아귀에 쥐어 준다. 소년의 앙상한 몸이 제 키만한 검을 들으려다가 크게 휘청이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꼬옥 붙잡고 오히려 버팀목으로 세우듯 땅에 비스듬히 세운다. 청년은 덧붙여서 주머니 구석구석을 뒤져서 소년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살짝 굽히면서 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절대로 너의 믿음을 배신치 않을 테니까."
보리스는 고개를 숙인다. 검붉은 딱지가 이리저리 묻어 있는 청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기다려 줘."
검푸른 빛의 소년은 미소 지었다. 머릿속을 새하얗게 비우면서 청년의 말을 들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청년은 소년의 그런 미소에도 안심하고 가느다란 소년의 몸을 끌어안더니 멀리서 들리는 쇳소리에 소년의 작은 등을 떠민다. 떠나라는 소리였다. 얼른 도망가라고, 저들은 자신이 막을 테니까.
그리고 소년은 달린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후회하며 자책하였지만 샤를로트와 헤어졌을 때와는 달리 울지 않는다.
* * *
푸른 하늘 아래 존재한 것은 드넓은 푸른 들
그 푸른 들 위에 서있는 나의 소중한 이들은
나의 소중한 추억 속처럼 행복해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행복하고 픈 나 자신은,
멀리서 눈물지으며 고통에 울부 짖지
웃음 소리는 비명소리로 바뀌고
푸른 들은 지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쓰고, 고치고 할때는 굉장히 길게 여겼는데,
막상 올리고 나니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네요.
음음~ 오랜만입니다
시험 나름대로 열심히 보겠다고 날뛰었는데
영어성적이 완전 떡입니다 떡...
이래서 커서 뭐가 될지 스스로도 걱정입니다(훌쩍)
미국에서도 재밌는 애니를 만든다면 실력이 늘것 같은데~(먼산)
뭐, 성적은 차차 올리면 될것이고(울먹울먹)
이번 편 재미있게 보셨습니까아- 덤이 없어서 죄송합니다아...
이제 낙원도 슬슬 잠수 타고~
단편 몇가지랑 새로 구상한거 하나 올릴 생각입니다.
에- 그것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네요
P.S 디그레이맨 표절논란이... 뭐 연재 중단은 안된다니 다행이지만
조금 가슴아프긴 합니다. 하지만, 워치헌턴가 그거는 오히려 디그레이맨을 표절한거니
그 뺨때리는 장면...[맞나?]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첫댓글 전 그것보다 타입문의 공의경계나 애니화 해주면 좋겠어요...
소설 잘봤습니다,,, 여전히 잘 쓰시네요...
에... 감사합니다아~
.... 역시 믿음의 반대어는 '배신'이겠죠? 예프넨이 베르나르 왕자를 배신하기라도 했다는 건지... 음...;;; 그나저나 샤를로트(이스핀이라고 해도 되나?)와 보리스, 보리스와 란지에의 관계는 이제 틀어지는 건가요? 틀어지는 것 같아서 어쩐지 맘이 불편하다는... (개인적으로 세 캐릭터 모두 좋아함)
이 것은 테일즈 스토리 그대로했습니다. 베르나르 왕자를 죽였다고 예프넨이 뒤집어 쓴겁니다아.
재미있네요. 이젠 '외.전'은 이걸루 끈인가염? 암튼 다음편 기대하구요, 즐테하세요^^
외전을 더 쓸려고 했지만 구상한 것을 까먹어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