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겨울철을 앞두고 입술보호제에 대해 공격적인 판촉을 내걸었다. 100개씩 사입한 A약국과 B약국. A약국은 한 달만에 재고가 소진됐는데, B약국은 절반 이상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왜 그럴까?
A약국은 POS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경영을, B약국은 주먹구구식 어림짐작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경영에서 탈피하려면 POS는 필수 요소라고 이 시스템을 먼저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약국들은 입을 모은다.
◆내 약국 하루 매출 꿰고 있는 약사는 얼마나?이제 약국도 더 이상 '운영'이 아닌 '경영'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매출과 순이익을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로 분석하면 경영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소득도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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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으로 운영하던 시절은 지났다. 약국도 '경영'의 시대다. |
서울 서초구 강남메디칼약국 이광해 약사는 "내 약국 제품 사입가격과 매출은 얼마인지, 어느 정도의 순이익을 내는지, 고객 방문율이 높은 시기는 언제인지 등을 '감'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인 약국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약국 IT 가운데 매출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 조제청구 프로그램과 POS다.
POS는 재고관리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 고객관리, 신뢰도 향상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서울 용산의 동오약국은 POS를 사용한 후 재고약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POS를 통해 발주, 수납, 매출, 반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성광 약사의 POS 활용법을 살펴보면 제품이 약국에 들어오면 사입관리에서 상세정보를 기록한다. 일반약은 파스류, 영양제, 감기약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관리해 제품군 안에서도 어느 제약사의 제품의 판매율이 높은지 알 수 있도록 정리한다.
전문약의 경우 유효기간을 등록해 재고 임박 제품군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POS를 사용해 제품 판매와 재고관리를 동시에 하며 내방고객들의 성별, 연령대 등을 프로그램에 기입하고 제품의 흐름과 계절별 트렌드도 파악한다.
◆POS, 열 종업원 안부럽다…재고관리부터 판매전략 수립까지 '뚝딱'홍 약사는 "POS를 활용하면 일 평균 내방고객 수와 객단가, 마진율을 주기적으로 비교해 사입량을 조절할 수 있고, 각 품목마다 분기별 또는 연도별 분석을 통해 인기, 비인기 제품을 구분해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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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효기간이 임박한 제품을 따로 관리함으로써 불용재고약을 줄일 수 있다. |
POS가 가진 또다른 강점은 매입, 매출, 결제, 재고관리를 통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국의 고질적 문제인 불용재고약 반품문제로 손해보는 금액을 따져보면 무시할 수 없다. 일주일 또는 한달 단위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관리하는 동시에 사입량을 조절하면 재고비율도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가능하다.
또 POS는 약국에서 알짜배기 판매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부천 큰마을약국 이진희 약사는 "판매대나 카운터, 진열대 등에 제품을 놓고 전시판매시 자리를 옮겨가면서 어느 자리가 적당한지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한달 또는 보름간격으로 통계를 내보면 사입수준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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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코드 리더기와 스크린 모니터 등 20만원이면 POS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
이와 함께 POS는 부가적으로 약국의 신뢰도 향상 효과도 가져온다. 판매가를 리더기로 찍어 직접 보여줌으로써 가격시비가 줄어들고 고객별 약력관리는 상담에도 효과적이다.
◆비싸고 귀찮다 여기던 POS, 약국 경영의 효자 노릇 '톡톡' POS가 약국 경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어느정도 있지만 프로그램 구축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약국들이 꽤 많다.
하지만 바코드 리더기 10만원, 터치 스크린 모니터 30만원에 영수증 프린터는 카드 단말기를 사용하면 되고 가격표시기 역시 PM POS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POS 구입비용은 40만원이다. 40만원만 투자하면 종업원 1명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이를 써본 약사들은 말한다.
또 제품 3000개를 기준으로 전 제품을 입력하려면 7~10일이면 충분하다. 1인 약국의 경우 한달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약국가의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시 김현익 약사는 "40만원에 일주일의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면 그로인한 효과는 수십배에 이를 것"이라며 "명확한 데이터를 산출해 분석할 경우 불경기에도 능동적인 경영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