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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은 조금 지루하실수도 있습니다--;;
새벽의 랩소디 - The Daybreak Rhapsody
written by 소류溯流, imitated from 유이(or 윤슬) - only for the prologue
1부. 안단테 Andante - 느리게
Prologue * 序章 - 서장. 어느 화창한 날, 녹색에 휩싸인 그대여
000화.
긴장감 제로. 매사에 무신경한 사람.
확실히 내가 그렇다.
그간 19년을 살면서, 내가 긴장이라는 것을 해본적은 손에 꼽을 정도니까.
예를 하나 들자면, 어렸을 적 내가 여섯살때 한번 유괴를 당한 적 있었다. 신문에도 소문나고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유치원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흔하다는 '사탕 사줄까? 따라오렴.' 수법에 넘어가버려 훈훈한 인상의 아저씨를 따라가 차안에서 잠들고 깨어나보니 처음보는 집이었다.
그게 다였다.
처음 보는 집이라고 해도, 처음 보는 아저씨라고 해도, 나에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까. 그저 돈이 궁해서 눈에 뵈는 어린아이 한명 잡아다 협박이라도 하려는 사람같았을 뿐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다짜고짜 아이에게 협박을 한다거나, 처음부터 집이나 엄마의 전화를 가르쳐 달라고 했겠지. 어지간해서 딱 봤을 때 초짜라는것을 알아차렸을 때 정말이지, 내가 직접 한 수 가르쳐주고도 싶었다.
그는 나에게 집전화를 물어봤을 때에도 어린아이라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협박어조가 아닌 그저 '물어보는' 것 같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수상함이라던가 의구심은 전혀 있지 않았다. 내가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인상과 나긋나긋한 말투는 사람의 경계를 한껏 누그러뜨리는데 한 몫을 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그렇게 내 집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아저씨가 시켜주신 프라이드 치킨의 다리를 입에 물으며 티비를 켰다. 거기서 하던 재미난 프로그램, 뭐 'TV유치원 하나둘셋'이라던가 '방귀대장 뿡뿡이' 등등의 것들. 덧붙이자면, 내가 근 3주라는 시간을 보냈던 그 집안을 이따금씩 회상해보자면 인테리어 취미가 하나같이 너무나도 유아틱 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저씨와 엄마로 들리는 음성의 대화를 듣고자 하면, 대부분의 내용들이 '시현이는 잘 있나요?',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제발....', '1억... 마련 해놨습니다. 장소는요...' 인것을 듣고 나는 그제야 '아아 이게 말로만(?) 듣던 유괴구나...'라고만 생각했을뿐. 당사자는 이렇게나 태연한데 어찌하여 그 아이의 부모가 저렇게 호들갑이었던 걸까.
이게 다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아저씨가 피자를 사준다고 했다. 그동안 아저씨가 가끔씩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던 이유중 하나가, 삼주라는 시간에도 엄마를 보고싶다고 떼를 쓰던가 울지도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여섯살의 나이라면 엄마가 없다고 떼를 쓰는건 당연한, 아니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것일테니.그 다음 이야기는 그저, 아저씨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잡고, 내가 먹고싶다고 했을때마다 왔던 단골피자가게로 갔을 뿐이다. 그 집 아주머니는 나와 아저씨가 부녀지간 인줄 알았는지, 내가 올때마다 항상 고맙다며 서비스를 해주시던 친절한 분이셨다. 어쨋든, 그날을 마지막으로 삼주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아저씨와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는 영영 보지 못하였다. 인연이 있다면 나중에 다시 만나긴 하겠지만.
"류시현, 야 시현아!"
귓가에 내 옆의 짝인 영인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또 회상에 들어섰었나보다. 나는 이따금씩 하늘을 바라보거나 우리 고등학교 건너편의 공원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영인이가 나에게 말해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왜그렇게 멍하니 있는거야?'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짝이 되었던, 그리고 지금까지 쭉 최고의 친구인 영인이가 고등학교 입학식때 나를 처음 만나자마자 했던 말. 성씨가 흔하지 않은 '시'씨여서 얼마나 놀림을 많이 받았는지 모른다고 항상 나에게 푸념을 놓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나의 친구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영인이의 이름을 두고 뭐라 하는 애들이 없어 나에게 감사하다고 까지 할 정도니, '시영인'이 아닌 '시아현'으로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말은 한동안 하지 않을것이다.
"왜."
어조의 높낮이가 없는 그저 단순한 한마디. '왜', 이 말은 어떤 질문에서든 명확하지만 애매모호한 답이 되어줄 수 있다. 멀티, 즉 만능이랄까. 그저 답하기 싫은것이라도, 끝까지 늘어지며 대답을 얻겠다고 하는 것에라도 쓸 수 있으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답하기가 귀찮아서 반문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 이거 모르겠는데, 좀 가르쳐주라아..."
명색이 전교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나이다. 19살, 고3의 나이. 성년이 되지 않은 나이인지라 나 자신을 수식하는 단어는 별로 없다는게 실상. 그저 눈에 튀는 사실이 있다면, 내 어머니는 프랑스인 이시고 그 덕에 내 눈은 오드아이로 오른쪽이 초록색이라는것. 그리고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어깨에 이상한 문양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나비모양인지, 용의 모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하학적인 문양배치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곡선의 문양이 어렸을땐 어깨에만 있던 것이 점점 내려와 허리부근, 즉 내 왼쪽 등은 기다란 장미덩쿨같은 선이 그려져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무리 여름이라도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 않았고, 수영장 가는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튀는것을 싫어했으니까. 그럼 뭐하나, 저절로 튀어보이게 되는 외모와 배경인데. 내 눈때문에 시선을 많이 받긴 했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인데 뭘.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시한다'. 그게 나의 모토이니까. 에- 어디 보자, 일단은 물어 봤으니까 도와주기는 해야겠지. 영인이가 내게 건네준 문제집에 별표가 되어있는 것을 찾아냈다...
"응?"
갑자기 내 눈에 이상한것이 포착되었다. 분명히 저건 빨간색인데... 영인이가 별표를 칠해놓은 색은 분명히 빨간색인데, 갑자기 그 빨간색이 보라색이 되었다. 천천히, 가운데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보라색의 잉크.
"어? 왜그래?"
영인이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다시 한번 살펴보니 빨간색의 선 위에는 전혀 보라색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잘못 본 것일수도. 빨간색과 보라색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앉아있는 자리가 맨 창가쪽이니 햇빛때문에 반사되서 그럴 수도 있고 말이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24번... 여기서는 가우스 소거법을 이용하면 되. 일단 첫째 식인 '2u + v + w = 5'를 2배하고 둘째식 '4u - 6v = -2'에서 빼고 또 -1배하고 셋째식인 '-2u + 7v + 2w = 9'에서 빼면... 이게 나와."
문제집 옆란에 공백이 있어 검은색 볼펜으로 풀이과정을 써나갔다. 옆에서는 영인이의 '대단하다'라는 뜻을 내포한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날 응시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무시한채 답을 이어나갔다.
"여기 각 식 앞에 있는 '2u', '-8v', 'w'의 계수인 2, -8, 1을 피벗이라고 부르기도 해."
"흐음- 그렇구나. 스펠링은?"
"Pivot. 피벗이야. 그리고 이 소거법을 이용한 식이 있는가 하면, 풀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어."
"뭐 이렇게 복잡해? 그냥 한가지로 통일하면 되지 안되는게 또 있고 난리야. 어쨋든 그런건 어떤 경우인데?"
영인이의 이 대답을 미리 눈치채고 있었던 나는, 내 노트를 하나 꺼내고 '비특이(Non-singular)행렬일 경우와 '특이(Singular)행렬일 경우의 예를 써내려갔다. 영인이도 그 문제 하나를 빼곤 다 풀었던 모양인지 아무런 부담없이 나의 설명을 들어갔다.
"이럴땐 식 2번과 3번을 바꾸어 해결해야...."
"...응? 왜그래 시현아?"
또다. 또 이상한게 눈에 보이기 시작해. 이번엔 분명히 검은색의 선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혹시나 싶어 밖을 바라보니 해는 구름에 가려진지 오래였다. 내가 말을 끊고 바깥을 쳐다보니 영인이도 내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저기, 영인아. 너 이게 무슨색으로 보여?"
그저 확인사살이다. 내가 색맹이 아니게 된 이상은, 빨간색이나 검정색이 보라색으로 보일리가 없잖아. 그저 착시현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하다. 내가 손가락으로 짚은 검은색 볼펜자국이라고 믿고 싶은 글씨를 계속해서 응시하다가, 왠 뜬금없는 말이냐고 나에게 묻고 싶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영인이.
"무슨소리야. 이거 검은색이잖아."
***
"그럼,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 오늘도 수고가 많으셨어요."
아아, 당빠지. 오늘의 이 회의를 위해 내가 준비한게 얼마나 많은데. 어제는 꼬박 밤을 새웠다니까. 아, 그래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그 희미하지만 지금도 확실하게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다섯개의 세로로 기다란 형체가. 무슨 쇠창살도 아닌게 내 시야를 어렴풋이 가리고 있었다. 진짜 내가 어떻게 되 가고 있는 모양인가보다.
아 젠장, 어깨도 쑤시고 눈도 침침하고. 회의덕에 학생간부들은 야자시간이 줄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뿐이다. 집에 가는 시간은 누구라도 다 똑같으니. 지난번처럼 힘들닥 떼쓰며 나가는것은 무리일 것이다.
"저기... 서, 선배."
"뭐지."
아 씨, 자꾸 귀찮게 하고 난리야. 명찰 색이 노란색인것을 보니 1학년 인듯 싶었다. 2학년은 파란색, 그리고 3학년은 검정색. 그렇게 인식하고 다니던게 어언 3년이건만, 오늘부터 정말이지 내 눈에 뵈는건 죄다 보라색이니 원.
탁탁-
회의때 쓰던 자료와 참고서들을 한손으로 정리하고, 다른 한손으론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는 레스포삭 초록색 가방 모델명 Verduruous 10-27 Medium. 정말이지, 내 맘에 쏙 드는 색깔에 디자인이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마저 어두침침하게 물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정말로 안과를 찾아가 봐야 겠다.
"아, 저, 저기 선배!"
"...귀 안먹었다. 왜."
아아, 내가 이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가려고 했나보다. 어쨋건, 나는 내가 인정한 사람들 외와의 접촉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아이가 잡은 내 팔을 뿌리쳤다. 쳇, 아침에 늦었다 하면서 기껏 다려놓은 교복인데 찌그러졌잖아.
"저, 저기... 그게, 그게 그러니까..."
하아... 절로 한숨이 다나온다. 내가 이런 애들때문이라도 딱딱하게 구는건데, 이미지를 처음부터 잘못 잡은거였나. 방긋방긋 웃으며 헤픈 웃음을 짓는 여자보단 무표정을 고수한 채 딱딱한 인상을 심어주는 전교회장이란 타이틀이 더 분위기있고 멀어보인다고 생각했던 내 잘못이지 뭐. 어째 예전보다 애들이 더 꼬이는 것 같아 마음이 찝찝하다. 어쨋든, 이런 애들은 정말이지 질색이다. 뭐야,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여기서 뭐하자는건데.
"할말 없으면 간다."
"아니, 저기-!"
"이거 놔!"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잡은 내 왼팔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젠장할, 이번엔 조금 뜸하다 싶었겠겄만, 어깨에서 내려오는 이상한 문양이 이따금씩 이렇게 아파 올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소리지른게 아이에겐 놀란 눈치였는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온다.
근데 정말이지, 나는 이런 시선은 그리 좋아라 하지 않는데. 목소리가 여간 커야 말이지.
"할말 없으면 간다고 했다. 젠장, 아파 죽겠네."
내가 간다고 하자 우물쭈물 거리는 아이를 뒤로 남겨두고 내 갈길을 옮겼다. 이런일이 한두번은 아닌데 어째 내 이름이 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할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어지간 한게 다 맘에 안든다.) 내가 아프다고 소리지르자 내 옆에 다가왔던 사람들은, 내가 떠남과 동시에 남겨진 저 아이를 두고 뭐라고 하겠지.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내가 상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아 제길, 이제 드디어 마지막 대망의 야자가 남아있구나.
몇걸음 걸은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교실에 도착했다. 제길스럽게도, 반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학교 하나를 지도하기도 힘든 판에 반을 통솔하랜다. 정말 욕나오게 생겼다. 자의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기도 싫은걸 추천이란 말 하에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니.
내가 들어가자 아이들은 선생님인줄 알았는지 몸을 심하게 움츠린 기색이 눈에 띄었다. 곧이어 내 얼굴이 보이자 애들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교탁앞에 서서 책상을 바라보니,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종이뭉치와 그 옆에 담임선생님의 쪽지가 붙어있었다. 아 젠장할, 종례때 주면 되지 왜 나한테 시키는건가.
- 시현아, 선생님이 조금 바빠서 먼저 가봐야 하는데 가정통신문좀 애들에게 나눠주거라.
...무슨 쪽지가 이래. 적어도 미안하다는 말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요.
"하나씩 가지고 나머진 뒤로 돌려."
분단별로 네묶음씩 맨 앞줄에 앉은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역시 말 한마디면 움직이는 것들이 제일 다루기 편하단 말이야. 가끔가다 나오는, 예를 들자면...
'아 이 XX야 왜 이따구로 주고 난리야 젠장!'
같은 것들 등등. 이 소리의 근원지는, 내가 있는 이곳인 3학년 8반의 바로 옆에 있는 반, 9반이었다. 그 반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양아치들의 집합소이다. 이 부근의 학교에서 난다긴다 하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있어, 그 반의 담임선생님이 한달에 한번씩은 꼭 바뀐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반. 그거에 비하면 우리 반은 천국인거지 뭐. 가뜩이나 전교회장이라는 내가 있는 반이니, 찍히면 그날 바로 골로 나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해 내가 들어서면 모두가 '합죽이가 됩시다' 가 되는것이다.
"오늘 야자는 학교 교육부와 관련한 문제가 있어서 조금 일찍 끝난다고 한다. 이따가 종치면 끝이다."
그래도 역시 학생은 학생이었다. 눈에 튀는 저 불꽃들을 보자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도 내 자리로 가서 공부할 것들을 꺼내놓았다. 나의 가장 큰 취약점인 윤리와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하는 (이것 덕분에 전교1등 올라섰다) 생물과학을 중점으로 풀어나갔다.
"하아... 오늘 하루도 오질나게 맘에 안드네."
빙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인영아. 회의때부터 자꾸만 날 괴롭혀오는 저 희끄무리한 형체를 아주 찢어죽이고만 싶었다. 한개라면 몰라도, 다섯개나 되니 원. 계속해서 응시하니 잠깐 사라지긴 해도 금세 다시 돌아오곤 하였다. 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살자니 눈에 너무 거슬리고, 그렇다고 내가 저 환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절로 한숨이 다 나온다.
"시현아, 정말로 괜찮은거야?"
"괜찮아.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럼, 몸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회장님-. 전교1등 타이틀 유지하시느라 많이 힘드시겠어요~?"
영인이의 말투가 조금 찔리긴 하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를 걱정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오늘, 금요일은 방학이 다가와서인지 야자를 의외로 일찍 끝내주었다. 보통같았으면 놀라고 펄쩍 뛸 판이었겠지만 그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었다. 방학이 다가온다는것은 곧, 교육부에서 사찰이 와 우리 학교인 '현양사립고등학교'를 조사해 갈것임이 분명하니까. 전국에서도 내로라 하는 대학입시율 상위권인 이 학교이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그만큼 교사들의 특권도 대단하다고 하니. 우리 학교는 전형적인 틀에 맞게 (즉,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다른 학교보다 적은 편이다) 아이들의 교육 방침을 갖추고 있는 명문고입니다- 하고 선전포고를 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이들은 타학교보다 거하게 방학을 고대하고 있는것이다. 어쨋든, 야자때 가끔가다 보였던 보라색 형체들이 이제 점점 갈 수록 선명해지고 있었다. 왠만한 어두운 색상은 흐릿하게가 아닌 아예 대놓고 보라빛으로 보이니. 정말로 눈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걸까.
"그럼 잘가 시현아. 내일 보자!"
"너도 잘가."
영인이의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 둘은 학교에서 양옆으로 갈라섰다. 집이 정 반대방향이다 보니 서로 놀러가진 않고 그저 약속을 잡아 논다고나 할까. 그것도 내가 시간이 될때만 이다보니 요즘은 수능이니 입시에 뭐에 뭐에 해서 여간 놀기도 쉽지 않다.
"그나저나 내 눈, 정말 이상이 생긴건가."
공원에는 나무들이 많다. 나무가 자라면 그 나무기둥 밑에는 이름모를 풀이 자라기 마련이고, 무성한 잡초에 들꽃에- 한마디로 공원은 초록빛의 향연이다. 나는 초록색을 좋아한다. 눈이 편안해지는 색이기도 하고 왠지 모를 싱그러움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거울을 볼때마다 보이는 내 오른쪽 눈도 그래서 좋아하고 있다. 오드아이라는 편견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뭐 어떤가. 남들이 뭐라든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인데. 그런 밝은 초록빛이지만, 지금은 왠지 너무 어둡고 탁하게 보인다. 아무리 야자가 일찍 끝났다고 해도 이른 초저녁인 6시. 해는 아직 자리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는데 대체 연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여름이라도 밤공기는 서늘하네."
한 발자국씩 걷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차가운 공기를 음미하며 타박, 타박. 모래와 자갈이 살짝 깔려있는 이 공원의 보도길은 내가 좋아하는 길목중 하나. 주변을 둘러보면 죄다 싱그러움이 자리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왠지모를 기분좋은 발밑의 촉감이 좋아서이다. 시원하지만 약간은 매서운 공기가 휘몰아친다. 모래가 바람과 함께 날라가고 키가 큰 나무들의 푸른 잎새들은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돌며 휘이잉 휘이잉. 아아 여름같지 않은 여름이다.
이 공원은 꽤나 넓다. 넓음에도 불구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때문에 밤에는 사람들이 꺼려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말이다. 덕분에 나만 좋지 뭐. 사람들과 부대끼는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것을 더 좋아하는, 한마디로 나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공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분수대는 매월 말일날 6시에 공연을 열기도 한다. 유명 가수에서부터, 그저 밴드부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게릴라 무대를 여는 사람들까지 종류도, 장르도 각각이다. 그 외의 날은 조명 하나없는 그저 평범한 분수대. 그것을 중심으로 공원의 정중앙에는 꽤나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의자 하나 없는 맨바닥이지만,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오면 어느새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와 어른들의 화기애애한 대화로 가득 차게 되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지정석.
"정말 안과라도 가봐야 하나."
멀리서 차가운 물을 뿜어내는 여신상. 주변엔 아기천사들이 물병과 화살을 들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있는 분수대. 하염없이 그것을 응시하고 있다가, 순간 눈앞에 있는 모든것이 보랏빛으로 물들어졌다. 눈을 비비자 다시 원래 상태로 복귀되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않는 희미한 영체들. 회의전부터 나를 괴롭혔던 다섯개의 길쭉한 보라색의 무엇이었다.
이어서 모래바람이 닥치자 눈을 감고 자리에 멈춰 섰다. 아무리 눈에 모래가 들어갔다 해도 멈춰 설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다르다. 얼굴에 있는 모래를 털자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계속 나를 괴롭혔던 다섯개의 희끄무리한 보랏빛의 형체가 아닌 실체, 그것도 갯수도 맞게 다섯명이다. 검은머리가 유난히 많은 한국에서 보기가 굉장히 어려운 색색의 머리카락.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맨 왼쪽서부터 서양인에게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금발, 피보다 더 새빨간 적발, 산뜻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녹발, 밤하늘의 야경처럼 진한 남색, 마지막으로 눈부시게 새하얀 백발.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무슨 깜짝 쇼인가? 아아 그럴지도. 내가 이 공원에 입장한 1000번째의 손님이라던가, 이 분수대를 무대로 공연을 하거나 퍼포먼스를 할 어떤 정신나간 미친 사람들 이라던가.....등등. 순간 머릿속을 강타하는 어떤 생각때문에 몸이 휘청거릴뻔 했지만, 멋있는 폼을 잡으며 펄럭이는 옷을 무대로 서있던 다섯명의 남자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 바람에 간신히 두다리로 지탱할 수가 있었다.
'초록색...머리?'
마치 초록색의 싱그러움을 나타내듯이, 무릎을 꿇고있던 남자들중 맨 가운데에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미소를 걸친 얼굴이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보통 여자아이들이 보았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의 환한 웃음이었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속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주시할 뿐. 그것도 잠시, 내 정신은 그 남자가 환히 웃으며 내뱉은 말에 의해 내 육체를 이탈하고 말았다.
"주군을 뵙습니다."
아아, 오늘은 참 뭐같게도 푸른 날이었다.
FRAMGENTS - BY AUTHOR 'SORYU'
하하하하하하 저질렀습니다 저질렀다구요!!!!!!!!!<야
반응 별로 없다 싶으면 삭제합니다__;;
인기도 별로 없는건 그다지 연재하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지라'0'
* 으음.. 대략적인 내용은 아직은 프롤인지라 잘 드러나진 않았습니다만,
색깔을 잘 비유해보시면 대강 뭔 내용인지는 아실거라고 믿습니다__
보라색이라던가... 보라색이라던가... 보라색이라던ㄱ...<<
* 유이님, 아니 윤슬님! 혹시라도 보게되실때 마음에 안드시면
그냥 무차별 통보 날려주세요!!! ㅠㅠㅠ
* 레지나님의 말을 듣고 중간중간에 시현이가
'여자'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끔 수정을 가미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자동적으도 업뎃쪽지 통보입니다__
첫댓글 재미있습니다. 다음이 궁금해요. 작가님의 필체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문예창작과를 지원하시나요? 뭔가 글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요... 다음이 궁금해요. 얼른 올려주세요^^ (아, 소류님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ㅠ 소류님 다음꺼 읽고 싶으니까 얼른 써주세요!! 저는 다음편이 읽고 싶단말입니다. 글이 가볍지 않고 깊이가 있어서 좋아요. 섬세하다랄까요! 주인공은 여자 맞죠?^^)
♬어어어어억 레지나님 감사해요!!! 꺄울 레지나님이 제 소설을 읽어주셨다니ㅠㅠㅠ 당근히! 쥔공은 여자이죠 우후훗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어어억 근데요, 저 그런 어려운(= 문예창작)같은데는 지원 하고싶...은 마음이 없잖아 있답니다__ 근데 제 실력으로 될런지요!!!ㅠㅠㅠ
그럼요! 문체가 음. 깊이가 있는 문학 소설 쪽 스타일 같다랄까요? 소재를 백일장 식으로 전환해서 많이 연습 하시다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시에서 운영하는 백일장이나 대학에서 하는 백일장 많이 나가 보시구요! 문창과는 백일장 수상 실적을 가장 많이 보거든요^^
소류님 다음편 언제 나오나욤 ㅠ (<<시험기간인 사람;;)
으어어억 레지나님... 백일장... ㅠㅠㅠ 조언 감사드립니다__ 아아 다음편이요? 아아...아아...아아....< (크흑-!) 그냥 질른거라서, 대략적인 설정과 전개밖에 없는 지라'0' 주말 내로 갖다 바칩니다!! 끄어어억 저는 그보단, 레지나님의 제로가 더더욱 보고싶다능...;ㅁ;
재밌어요ㅋㅋㅋ. 다음편이 궁금합니다!ㅠㅠㅠㅠ 저도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린다는!
아앗! 레지나 님이 여기에 댓글을 다셨군요! 역시 레지나님이 생각하기에도 이 글이 좋은가 봅니다. 소류님 어서 다음편을!!
♬나인테인님 안녕하세요!!! 어어억 역시 이름이 너무 중성적이었나욤...;;; 여자인데요!!! ㅠㅠㅠㅠㅠ 다음편은'ㅁ' 글쎄욤-_-
헤. 전 역시 주인공은 여자여야 볼 맛이 나더라구욧. 다음편 궁금한데 언제나올지 모른다니 ㅠ 히힝. 다음편 나오게 된다면 업뎃 쪽지 부탁할께욤^^
네엡!! 당연하죠^^ 레지나님과 나인테인님의 말을 빌어 약간의 수정을 했습니다'ㅁ' 중간중간에 시현이가 '여자'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끔요__
재밌어요. 음. 빨리 그 남정네들이 누군지 알고 싶어요. 주인공이 주군이라니요? 궁금해요 다음편도 기대 하겠습니다^^
♬아하핫 그저 작지않은 스케일의, 그러니까 이계를 넘나드는, 한마디로 차원이동...이랄까요 ;ㅁ;<<< 네타가 있긴 하지만,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우어어 주군이라는 말에 너무 그리 생각 하지 않으...시면 안됩니다__<<뭐래ㅋㅋ 아무튼,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여자라는 말에 더 맘에 드네요~ㅋㅋㅋㅋ 다음편 기대합니다~
♬엄훠나;; 밀레님도 여자셨군횽홍홍<< 중간에, 시현이 남자라고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의 수정을 했습니다__ 감사합니다!!
와~!!!제가 좋아하는 문체군요~!!!!글이 깊이가 있어서 좋아요~주인공의 성격도 맘에 들고요!!!ㅎㅎㅎ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어헝헝헝 감사합니다!! 제 문체가 맘에 드셨다니... 1인칭은 처음 해보는거라서 괜시리 떨리네욤ㅇㅁㅇ 하핫 시현의 성격은 한마디로... 그냥 매사에 무신경하다고 할 수 있겠네욤__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 헝헝헝 감사합니다 절망(이하생략)님!!! ㅠㅠㅠ
우옹!!!!!문체 뿐만 아니라 뭔가 있어보이는 이 주인공은!!!!!!!!잘보다 가요!!!!차원이동물 좋습니다+ㅁ+b
♬ 아하하핫 양(생략)님도 역시 이동물을 좋아라 하시는군요;ㅁ; 다들 문체가 좋으시다고 하니, 정말이지, 감격할 따름입니다!! 우에에 1인칭에다 캐릭의 성격때문에 읽는데에 많이 부담이...되겠다...생각...했었는데...크흑!!! 감사합니당__
우왕우왕우왕!!!!!!! 셤도 다치고 이제 놀일만 남았는데 절 붙잡는 소설을 발견했군요 ㅎ_ㅎ 담편 기대됩니다!!!!! 업뎃은 언제되는지......
♬하하하 셤 잘 치셨나용...;ㅁ; 업뎃이요?!! .....으음... 그냥 확 질러버린거라서, 그래도 다음주 이내로 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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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흑,,, 리브님, 제 청을 들어주셨군요!!! ㅠㅠㅠ 많이 부족한 소류입니다__ 도와주셔요... (크흑-!!) 스케일... 암요, 크죠 하하하;ㅁ;ㅁ;ㅁ; 샤방하게요? 쁠러스로 훈훈도도시크완소캐릭만 총집합으로 대령합니다!!! 우어어
잘 보고가여ㅋ
♬감사합니다 하닝츼님!!!!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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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엉 소아언니가 드디어 내 청을 들어주었다아아아ㅠㅠㅠㅠ 때리지마 아ㅍ...<<< 문체? 히히히 땡큐하요. 근데 그냥 저지른거라서 솔직히 담편은 어떻게 써야할지...;ㅁ;ㅁ;ㅁ;ㅁ;
와우...정말 문체가 가히 환상이네요!!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존경합니다 ㅠ,ㅠ
♬정말요?!! 어어억 슈크림님 마저 문체를 맘에 드신다고 하니... 쩝;; 부담되지 않습니까-_-aaaaaaa<<ㅋㅋㅋ 존경까진 필요 없습니다ㅠㅠㅠ 감사합니다!!__
제목이...음악용어라 봤는데..ㅎㅎ
랩소디...내용 안에도 안단테 가 있네요 ㅎㅎ
계속 올려주세요~!!
분위기 좋아요 ㅎㅎ
♬ 아아... 음악을 위주로 하시나봐요?<뭘?<ㅋㅋㅋ, 아아 그냥, 제목만 입니다__ 차차 가다보면 왜 제목에 '새벽'이 있고, '랩소디', 즉 광시곡인지 나올거...라고 예상합니다'0' 아베그님 감사합니다!! ㅠㅠㅠ
이런걸 삭제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 구, 국가적 손실....이라니요(뻘쭘) 가뜩이나 다음편이 생각이 안나서 미루고 있는데요;ㅁ;ㅁ;
헤.. 부러운 문체이군요. 깔끔한 것이 아주 좋습니다. 쿡쿡. 윗분의 말씀처럼 삭제하시면 귀가 꽤 간지러우실 겁니다. 쿡쿡.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 다음편 이미 나왔답니다!!! 감사해요 월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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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성적이요.....?!(orz) 하하하하 그래도, 상위권엔 간신히 든답니다(발그레)//랄까, 감사합니다 레이블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