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은 부정이 아니다
한자로 본 공(空)은 하늘이 텅 비어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뜻하거나, 속에 든 것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서 유명무실하거나 쓸데없는 것을 말할 때 사용한다. 결국 공허하다고 할 때의 공은 긍정이 아닌 부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빨리어에서는 공을 순냐(suñña)라고 하는데 빈, 텅 빈, 공허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때 비어 있다는 뜻은 실체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몸과 마음은 있지만, 이것을 소유하는 주체나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것을 주도하는 실체가 없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공은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서 생겨나므로 ‘나’라고 하는 아(我)나 아소(我所)가 없어 실체와 자성이 없다는 뜻이다. 공은 존재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고 주인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은 자아가 아니라는 뜻의 무아이다. 이때의 무아는 단지 자아가 아닌 것을 설명하는 것이지 몸과 마음이 있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있는 것을 부정하면 허무주의에 빠져 모든 논리를 부정한다. 이것은 하나의 극단에 속한다. 결국 공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가지면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왜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