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세간관개不受世間灌漑

그제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World wetland day)입니다. 습지(marshy land, 濕地)란 젖을 습(濕), 땅 지(地)를 써서 하천, 연못, 늪으로 둘러싸인 습한 땅으로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항상 수분이 유지되고 있는 자연자원의 보고입니다. 1971년 12월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물새서식지인 습지를 국제적 보호하기 위한 국제습지조약을 채택하였고, 이후 1997년 2월 2일을 세계습지의 날로 지정한 것입니다. 습지(濕地)는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생명체를 키움으로써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이를 보며 불수세간관개(不受世間灌漑)가 떠오릅니다. 不 아닐 불 受 받을 수 世 인간 세 間 사이 간 灌 물 댈 관 漑 물 댈 개 <채근담(菜根譚)> 후집 제123장에 나오는 이 말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난다.’라는 뜻입니다. 원문을 보면 山肴 不受世間灌漑(산효 불수세간관개)산나물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결코 절로 자라고, 野禽 不受世間豢養(야금 불수세간환양)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나니, 其味皆香而且冽(기미개향이차렬)그 맛은 다 향기롭고도 맑다. 吾人能不爲世法所點染(오인 능불위세법소점염)우리도 능히 세상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其臭味不逈然別乎(기취미불형연별호)그 품격이 속세와 멀리 떨어져 각별하지 않겠는가. 습지는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지구의 가습기’이자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연의 콩팥’ 역할을 하지요. 또 지구 전체 지표 면적의 약 6%에 해당하는 지역이 습지인데, 여기에 지구상의 생물 중 약 2%가 살고 있고, 어업 활동의 90%가 습지와 관련하여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의 대표적인 습지 중 하나인 창녕 우포늪은 2012년 미국 CNN이 소개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 50선’ 중 6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난다.’라는 뜻의 불수세간관개(不受世間灌漑)를 보며 생태계의 보고 습지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