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돋움 color=#8f0197 size=2>스테인레스 압력 밥솥<BR><BR>서정임<BR><BR>하루의 굴레를 고무바킹처럼 단단히 움켜쥐고<BR>한 끼 식사를 위하여 팽창된 시간을 끓여야 하는<BR>그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한다<BR>오늘은 또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야 하는 것일까<BR>그들이 건네주는 봉투 속 수많은 알갱이들을<BR>깊이깊이 일어 앉혀야 하는 생각의 내부에 잘 정제해 담고<BR>감각의 높이만큼 부어진 물의 두께를<BR>더듬이 같은 손으로 가늠해내야 한다<BR>빠듯하게 주어진 시간 속 빠르게 해결해내야 하는<BR>그 일은 꽉 조여 맨 넥타이처럼 목을 조인다<BR>한치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 取士에<BR>침묵의 키를 묵중히 세우고<BR>매서운 입김을 내뱉는 그들의 퍼런 불길 같은 시간을<BR>진득하게 견디어 내는 일이다<BR>제 안의 긴장이 한 그릇의 따뜻한 밥이 될 때까지,<BR>그리하여 스테인리스처럼 말끔하게 반짝이는 건물 속<BR>설익은 밥처럼 팍팍한 설움을 잘게 씹어 넘기며<BR>떨구어내도 떨구어내도 달라붙는<BR>질척한 슬픔의 조각들을 털어 버리고<BR>때로 누렇게 눌러 붙은 실수의 때까지 박박 문지르며<BR>까맣게 타버린 속을 씻어 내곤 하는 것이다<BR>곧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에<BR>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BR>오늘도 하루의 노역을 분출하듯 찰찰찰 탬버린을 흔들고<BR>끝내는 뜨거웠던 머리를 열어 식히는 것이다<BR>좀 더 윤기 나는 가족의 밥을 짓기 위하여<BR><BR>2006년 문학.선 하반기 신인상</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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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은냄비에 밥하는 것은 또 어떻게 표현되어질까 상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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