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서 지난 일요일에 방영한 KBS2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을 다시 보기로 봤습니다. 요즘 제가 보는 유일한 드라마인데 일요일에 다른 일로 못 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얘기, 막장이라는 얘기, 여러 말들을 생각지 않고 거기 나오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보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사업가가 하루 아침에 망해서 식구들과 여기 저기를 떠돌다가 작은 집에 세들어 살면서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애 쓰는 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만듭니다.
<흙수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안과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며 늘 미안해하는 아버지 태수 등 등장인물의 모습은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자아내곤 한다.
가장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치 않던 태수는 늙으면 무리에서 쫓겨나는 사자에 빗대 “남자 인생이 사자야. 사지가 이렇게 멀쩡한데 내 식구 밥도 못 먹이면 죽어야지”라고 되뇐다. 자녀들에게는 “내가 니들 애비여서 미안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인생이 있는 법. 결국엔 “나 이제 이 집 가장 졸업이다.
나 당신(아내) 먹여 살리려고 태어난 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에선 짠함과 함께 묘한 통쾌함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극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이 퇴직 후 혹은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난 뒤 가지는 허망함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통상 가족드라마가 주인 KBS 일일극이나 주말극은 미니시리즈보다 시청률이 높다. 미니시리즈보다 경쟁이 덜하기도 하고, 시청패턴 또한 정착돼 있다. 또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이 다시보기 서비스나 다른 플랫폼 보다는, 현재 시청률 조사에 방영되는 실시간 TV시청으로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금빛 내 인생'은 특히 2013년 '내 딸 서영이'의 극복을 맡았던 소현경 작가가 4년 만에 KBS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기대를 더욱 모았다. 소 작가는 '내 딸 서영이'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아버지와 멀어졌던 주인공이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며 가족애를 회복하는 장면을 그렸고,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7.6%를 기록했다>[출처: 중앙일보] 막장 코드의 반전…40% 넘은 '황금빛 내 인생'의 흥행 비결
뭐 결론이야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힘이 빠진 아버지를 대하는 차가운 자식들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삭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남이 일 같지가 않고 이 땅의 많은 아버지가 현실적으로 겪는 일이 아닐까 하는 안쓰런 마음입니다.
저는 거기 나오는 젊은 주인공들의 행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힘 없는 아버지가 다시 힘을 얻는 성공을 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좋은 세상 다 지났고 늙어서 무슨 큰 성공을 거두겠습니까? 다만 자식에게 수모를 받는 아버지들이 너무나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감하는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에 뻔한 구조의 막장 드라마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재미있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전체가 아닌 한 단편이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감할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