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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鐵馬)가 절간(寺刹)으로 달려가려는 까닭은? | ||
꺾은 붓 | 2014-03-30 11:04:30 |
철도공사(鐵道公社) ⇒ 철도공사(鐵道公寺) ⇒ 철길 위를 달리는 절(寺刹) 인류역사에 있어 세계도처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이나 현재도 국가나 종족 간에 언제 전쟁으로 치달을 지도 모르는 첨예한 갈등과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그 갈등 원인의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거기에는 대부분 서로 다른 종교가 도사리고 있다. 반면에 한 나라 안에서 여러 종교가 큰 갈등 없이 평화공존을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 있다. 기미년삼일만세혁명이 그러했고, 작금의 나라를 걱정하는 시국회의나 집회 현장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의 성직자분들과 신자들이 함께 어울려 오직 한 마음 한 뜻으로 나라걱정뿐이다. 성당을 찾은 스님은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성호를 그리고 나서 다소곳이 신도 석에 앉아 신부님의 설교가 끝나면 스스럼없이 “아-멘!”을 하면서 천주교의 신도가 되고, 사찰을 찾아간 신부님이나 목사님은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나서 스님의 법어가 진행되는 동안 눈을 감고 경청을 하고 나서 합장을 하며 “나무관세음보살!”을 많은 불신자들과 합창하기를 주저 않으니 부처님 앞에 앉아 있는 동안 만은 독실한 불자가 된다. 서로 다른 종교가 어떤 나라를 찾아 들어가면 거기서는 갈등과 전쟁의 씨앗이 되고, 한국을 찾아오면 화합과 상생과 평화의 정신적 밑거름이 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종교가 상생과 화합의 밑거름이 되는 데 반해, 맹목적이고 일그러진 고향사랑이 엉뚱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대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썩어빠진 정치판이 끝없이 그것을 확대 재 생산하며 계승 발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제(3월 29일) 오후 우리나라 철마의 시발점인 서울역 광장에서는 박근혜정권과 그 하수인 최연혜 철도공사사장 2인의 여성이 벌이는 철도노조에 대한 비열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저항하는 철도재파업의 결의를 다지는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그 소식을 전하는 기사다. 철도노조 탄압 규탄 삭발
박근혜 정권이 저돌적으로 밀어 붙이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가 있고나서 지난 연말 여야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철도노조는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했다. 이후 철도노조는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사회적 합의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연혜사장을 상대로 끈질기게 노사교섭을 요구했지만, 최연혜사장이 던진 대답은 무자비한 탄압과 보복이었다. 그 보복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것이 130명의 파업참가자 해고, 251명의 정직, 16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116억 원의 노조재산 압류, 8,400명에 이르는 징계절차 착수와 1,0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의 비연고지 무단 전출과 타 업종 전출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이 자료는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가 현장에서 나눠준 유인물을 참조) 이것은 한 마디로 노조를 아예 말살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즉 다시 말해 철도노조의 유신(維新)화다. 그러니 이래 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인 철도노조원들은 앉아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릴 수가 없어 다시 길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제 집회는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집회와는 좀 색다른 점이 있었다. 철도종사자들의 핵심인 기관사의 참여가 예상외로 많았고, 기관사들은 하나 같이 정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 회색이나 검정색 양복의 양 팔 소매 끝에 파랑-연두-노랑 삼색 띠가 드리워진 보기에도 멋지고 아름다운 복장이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수천 명의 노조원들 중 상당히 많은 인원이 삭발을 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삭발자가 있다는 것은 1차 파업이 있고 나서 그간 지부별로 극렬한 산발투쟁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서울역 앞 집회현장에서 또 수십 명이 단상에 올라 즉석 삭발을 하고 있었다. 이러다 철도노조원들 모두 다가 스님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속세를 떠나 집단으로 삭발을 하고 산중 부처님제자로 입문을 하는 초년의 스님들을 환영하고 맞이하기 위해 웬 가사장삼을 걸치고 머리에서는 흰 빛을 발하는 스님 한 분이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계단의 중간에 서서 열심히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하시며 새로 승적(僧籍)에 입적을 하는 스님들의 성불(成佛)을 빌고 있었다. 서울역광장에서의 집회와 속세를 떠나는 삭발식이 끝나고 노조원들은 시가행진에 나서 숭례문 → 남대문 시장 앞 → 한국은행 앞 로터리 → 을지로 입구 → 서울시청 옆 국가인권위원회 앞 → 청계천 방향으로 선두의 대열을 돌려 거기서 마무리 집회를 열고 집회는 평화롭게 해산되었다. 여기서 특이할 점이 또 둘 있다. 그 첫째가 우리국민들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거나 집회와 시위가 자신에게 손톱만큼이라도 손해가 된다면 무조건 노조를 욕하고 시위하는 것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거나 성질이 괄괄한 사람들은 대 놓고 “빨갱이들 지랄하고 자빠졌다!”고 욕설을 퍼 붙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민영화가 되면 그건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지난번의 총 파업 때나 어제(3월 29일) 한 시간 이상 도심의 교통을 막으며 진행되는 긴긴 시가행렬에 욕을 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 노조원들의 시위에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조원들의 가족참여가 두드러졌다. 수많은 부인들이 남편을 따라 같이 행진하고, 개중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고 있을 나이의 자녀들이 함께 나와 머리 빡빡 깎은 아빠와 근심어린 눈빛을 띈 엄마 손을 함께 잡고 봄비가 오락가락하는 길거리에서 시가행진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건너편 상가의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유난히 머리통이 큰 빡빡머리의 남편 옆에 역시 기관사복을 입은 작달막한 30대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기관사가 가운데에 초등학교 저학년일 것 같은 아들에게 종이피켓으로 우산을 받쳐주며 비가 멎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지하철을 운행하는 여성기관사를 본 적이 있어 그 작달막한 주부에게 물었다. 여성기관사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을 해서 그러면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냐고 물었더니 철도청의 기차를 모는 기관사라고 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경부선이나 호남선과 같은 열차에도 여성기관사가 여러분 있다는 대답이었다. 조금은 의외였다. 아마 철도공사에서 기관사로 같이 근무하다 눈이 맞아 한 가정을 이뤘고, 소위 말하는 사내커플 같았다. 어린 아들은 머리를 빡빡 깎은 아빠의 모습이 신기한지 이슬비가 내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아빠의 머리를 자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한전 재직시절 지금 철도공사가 단행하려는 무자비한 비연고지 전출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20년 이상 서울에 근무하다 갑자기 제주도로 발령을 받아 제주에서 20개월간 귀양살이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장기간에 걸쳐 무능해서 승진을 못 하면 무조건 타지로 전출가야 하는 제도인 순환보직 케이스에 걸려 어차피 서울은 떠나야 하고, 가까운 경기도나 충청도는 실오라기만한 연줄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빽이라고는 썩은 지푸라기 하나 없으니 낯선 경상도나 전라도 끄트머리로 쫓겨 가느니 차라리 이런 기회에 좋아하는 낚시나 실컷 해 보자고 스스로 제주를 선택했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제주경관이라 하지만 그것도 내 마음이 편할 때의 얘기다. 아름다움이 오히려 눈을 찔러대는 가시였다. 민물낚시에는 2등 하라면 도리질을 치겠지만 서툰 바다낚시를 한답시고 출렁이는 제주 앞 바다에 낚시 바늘 던져 놓고 하염없이 서울하늘을 바라보며 늙으신 어머니, 못 생긴 마누라,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과 딸의 생각으로 머리는 터져나갈 것 같고 가슴에서는 또 하나의 파도가 일렁였다. 비싼 항공료를 내고 서울을 오가고, 귀찮아서 밥은 식당에서 거의 3시를 먹다시피 하니 앉아서 고스란히 30%이상 감봉을 당하는 것이었다. 지금 박근혜와 최연혜가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제주에 어쭙잖은 전기기술자로 귀양을 갔던 것 하고, 기관사들이 귀양을 가는 것 하고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전기는 서울의 전기나 제주의 전기나 전기에 대한 일정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낯선 지역에 가서도 일을 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지만, 기관사들은 눈을 감고도 운행을 할 정도로 철길의 상태와 철길이 지나가는 주변 환경에 익숙한 것이 안전운행의 기본일 것이다. 그런 것 까지도 능히 알 수 있는 최연해가 철도의 민영화에 반대했던 자신의 소신을 180도 바꾸고 박근혜의 눈치를 살피며 무자비한 비연고지 전출을 강행하려 드는 것은 노조를 아예 살 처분 매몰하고 그 여세를 몰아 박근혜의 속셈대로 철도를 100%민영화해서 자본가 놈들의 배따지를 채워주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근혜와 최연해가 철도노동자들로 하여금 속세에 염증을 느끼고 하루 빨리 모두다 삭발을 하고 절간으로 숨어들도록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이제 철도공사(鐵道公社)는 나라에서 세운 절인 절도공사(公寺)가 되었고,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는 이동하는 절간(寺刹)이 되었다. 그 이동하는 절간의 주지스님은 바로 머리 빡빡 깎은 기관사이고 승객들은 이동하는 절을 찾아간 불자들이다. 자꾸 눈에 밟힌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가행진을 마친 남편들을 맞이하던 철도노동자 아내들의 근심어린 눈길과, 철도사내커플의 아들인 아직 철이 덜 들었을 꼬마 녀석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부인들의 눈에서 공포와 근심이 걷히고, 그 꼬마 녀석이 가슴에 상처를 입지 않고 씩씩하고 올곧게 자라나야 할 터인데! 박근혜와 최연혜가 그것을 시샘하며 박살을 내려 들고 있다. 아무 준비도 없는 비연고지 무단 전출은 평화로운 가정을 파괴하는 가정파괴범죄에 다름 아니다. 어제 시가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촉촉이 내렸던 봄비는 전태일을 비롯한 노동열사들이 후배들의 절박하고도 안타까운 현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흘린 눈물이었다. 하지만 철도노동자들이여! 나무 관세음보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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