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글은 두 영화에 대한 강력한 스포를 언급할 예정입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신속히 눌러주세요!!!
이번 2023년 구정연휴, 영화관 흥행몰이 승자는 예상 외로 단촐한 투톱 주연체제인 영화 교섭이 되었습니다.
두 영화를 개봉 당일과 개봉 바로 다음 날 연이어서 봤던 저로서는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영화 모두 각본진행 측면에서 허술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허술함의 정도가 유령이 훨씬 더 큰 면이 이번 구정연휴 흥행참패의 큰 원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작 독전으로 대박 흥행을 맛보았던 이해영 감독이 이번 유령 작품에서 너무 과도하게 개인적 욕심을 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본인에 대한 강한 극본가 자질에 대한 확신이 감독 단독 극본 집필이라는 초강수를 내두르게 했고, 무엇보다 이번 유령 작품에서 캐릭터 배역부터 배우의 평소 이미지와는 너무 미스매치가 나는 배역설정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설경구 배우는 생긴 이미지가 소처럼 우직해서 변절자 역할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면 박소담은 목소리 톤 자체가 하이톤이고 인상이 눈매가 매서워서 의외로 악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상이라고 전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헌데 감독은 전작 독전에서 대성공을 거둔 탓인지 배우의 이미지를 자기 연출로 얼마든지 뒤집어 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듯 합니다(사실 독전 영화에서 배우 이미지와 매치되지 않는 배역은 없었습니다).
결국 설경구를 극 끝까지 독립운동가 이하늬와 대립하는 일제 경무국 지휘관인 최후 빌런으로 설정하고 거꾸로 박소담을 유령 이하늬와 극 마지막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독립운동가 동지로 설정해버리는 어마무시한 실책을 범합니다. 영화 보고 나서 내내 개인적으로 계속 든 생각인데 위 둘의 역할은 반드시 바뀌었어야 합니다. 설경구는 극 끝까지 악질 친일파의 면모를 내뿜는 열연을 보였지만 워낙 배우 생김새가 친일파와는 거리가 멀어 전 관객 입장에서 설경구의 열연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둘의 배역을 바꿔서 극중 일본군 대장 박해수에게 정체가 탄로나서 죽을 위기에 처한 이하늬를 숨은 '유령' 설경구가 박해수와의 격투 끝에 살려냅니다. 두 유령이 자리를 뜬 후 격투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숨을 헐떡대는 박해수를 발견한 '숨은 일제 간부'인 박소담이 경멸스런 눈빛으로 쏘아보다 조롱하는 말과 함께 권총으로 쏴 죽이고 최후까지 이하늬-설경구 독립운동가와 대결을 벌이는 보스빌런 스토리로 갔으면 훨씬 영화가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아직까지 여운으로 남습니다.
반면 영화 교섭은 감성영화 전문인 임순례 감독이 첫 메가폰을 잡은 스릴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영화 곳곳에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던지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탈레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꼴통, 구식 게릴라 전사들 이런 이미지가 친숙합니다. 하지만 극중 탈레반 지휘관들은 발음은 부정확하지만 문법이 정확한 영어를 어눌하게 구사합니다. 이 부분이 영화 보는 내내 참 신선했습니다. 영화 초반 23명의 한국인들이 납치되는 씬에서 탈레반 지휘관이 '아프가니스탄에 관광지는 없다' 라는 대사를 영어로 치는데 이는 영화 극 후반부 클라이막스 씬을 위한 엄청난 빌드업 장치였음을 영화 후반부 클라이막스 씬에 가서 깨닫게 됩니다.
영화 극 후반부에 한국 외교관 대표 황정민과 탈레반 사령관 외국배우가 직접협상을 벌이게 되는데, 영화는 이 지점까지 가면서 극적 긴장감이 이미 끝까지 올라있습니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여기서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 장치를 2개 마련합니다. 첫 번째는 협상이 결렬됐다 여긴 한미 양측이 황정민과 인질 21명을(2명은 협상타임오버로 execute 당한...) 포기하고 군사작전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황정민과 탈레반 사령관이 협상을 벌이는 탈레반 근거지 동굴은 미공군의 공습으로 지축이 흔들리고 위험한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눈 하나 깜짝 않고 황정민을 계속 응시하는 탈레반 사령관의 결연한 표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미 최고조에 이른 극적 긴장감을 더 끌어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치로-개인적으로 이 발상은 참으로 기가 막힌 영화 내 기교라고 생각하는-파슈툰어만 구사하며 황정민과는 통역을 통해서만 소통하던 탈레반 사령관이 협상이 고조 단계에 이르자 불쑥 영어를 내뱉습니다!
그리고는 통역을 내보낸 후 영어로 황정민과 1:1로 직접 소통하며 협상을 벌이는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전율했던, 그리고 감탄했던 씬이었습니다.
협상 타결 후 탈레반 사령관은 '유창한 영어' 로 한국 외교관인 황정민에게 경고-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이다-를 남기고 퇴장합니다. 참 깔끔한 영화 마무리였습니다.
이번 구정연휴대결은 21일 토요일 기준 관객 43만을 찍은 영화 교섭이 될 게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감성영화쪽으로 유명했던 임순례 감독은 이번 교섭의 흥행을 토대로 이제 스릴러물 감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도 본인의 감독커리어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도 영화 독전을 통해 자신을 입증한 ,미장센 연출능력이 탁월한 영화감독입니다. 부디 차기작부터는 본인의 장기인 연출에만 집중하고 극본을 비롯한 배우 배역설정은 보다 능력이 뛰어난? 다른 전문가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영 감독이 본인의 최고 재능인 미장센 연출능력에만 집중한다면 전 이해영 감독 또한 차기작으로 독전 급의 대 수작이 다시 한 번 나올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믿습니다.
첫댓글 교섭 같은 쓰레기 내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