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문화전쟁.
선경 정해균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양극화(polarization)는 단순한 정책사이를 넘어 심리적 메커니즘과 미디어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사회적 분열을 키운다. 선입견(prejudice)과 고정 관념(stereotype)은 상대 진영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무의식적 편견은 적대감과 불신을 키워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가로 막는다.
....정치적 양극화와 종종 혼돈되는 문화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극화가 주로 정책과 이념의 대립에 집중된다면, 문화 전쟁은 인종, 성별, 종교, 자유 등 사회적 문화적 가치와 정체성문제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다.
…정치적양극화가 도덕적 가치에 깊이 뿌리내리면 각진영은 상대방을 단순한 정치적 반대자가 아닌 도덕적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사회전반에 걸쳐 분열과 불신이 심화된다. 특히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이러한 감정을 증폭시키면서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 다른 진영 간의 이해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합의와 공존은 뒷전으로 밀려 나고, 사회적 갈등은 일상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문화 전쟁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쓰인 건 1980년 선거에서 레이건이 ‘미국을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보수적가치에 대한 재무장을 외치면 서다. 이후 보수와 진보 간에 교육, 성, 종교, 인종 같은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으로도 부각되면서 미국 사회내 문화적 분열이 더욱 뚜렷해졌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레이건의 슬로건을 차용하면서 다시금 이문화 전쟁에 불을 붙었다.
- 김봉중 지음 “트럼프 금지어 사전” 제5장 ‘금지어가 된 정치적 양극화와 문화전쟁 표현들’ 중에서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
사람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니고 있는 선입견, 고정관념을 뜻한다.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경험, 사회적학습, 문화적 환경 등을 통해서 형성된다. 스스로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행동이나 판단에 무의식적으로 왜곡이 있을 수 있다. … 이런 무의식적 편견은 사회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알게 모르게 유지하고 강화한다.
◐양극화(polarization).
의견, 가치관, 이념들이 점점 극단적인 양끝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중도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한쪽진영에 완전히 속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적대시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건강한 토론이 사라지고 내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대결 구도가 고착된다. 심화되면 극단주의 radicalization로 빠지게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사이가 점점 극단으로 치우쳐 중도파가 사라지고 있다. … 자기 생각과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편향된 SNS매체와 뉴스만 골라 보며 기존 생각을 더 강화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개인이나 집단이 차별, 모욕을 느끼지 않도록 언어와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태도를 뜻한다. 특정 인종, 성별, 성적지향, 장애 등과 관련해 불쾌하거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하고 포용적이고 중립적인 언어를 쓰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흑인을 표현할 때 니그로(negro)대신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남성형 체어맨 대신(chairman)대신 성 중립적인 체어퍼슨(chairperson)을 쓰는 것이다. 불구 대신 장애인으로, 불법체류자 대신 미등록 이주민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혐오발언(hate speech).
특정 정체성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하거나 위협하고, 차별이나 폭력을 부추기는 말과 표현을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보면 독일에서 히틀러와 나치정권은 유대인을 ‘기생충’이나 ‘국가의 적’으로 묘사하여 증오심을 퍼트렸다. 이런 표현은 홀로코스트 (유대인 대학살)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다. ..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남부에서 흑인을 ‘하등 인종’으로 묘사하는 표현과 풍자가 만연했는데, 이는 인종분리정책을 정당화하는데 쓰였고, KKK(1865년 남북전쟁이후 미국 남부에서 결성된 극단주의 단체) 등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폭력과 린치를 행사했다.
현대에는 이전장이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오늘날의 혐오 발언은 SNS, 유튜브, 댓글 등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퍼진다. 이민자, 성소수자, 무슬림, 회교 등 소수 집단이 실질적인 위협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정치인이나 언론, 단체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려고 일부러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사회적분열을 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래서 유럽의 국가들은 혐오표현을 불법화하고 있고, 유엔도 이를 인권 침해로 구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First Amendment)를 중요시하여 법적 규제가 느슨해 ‘표현의 자유 vs 혐오표현규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위의 자료는 김봉중 지음 ‘트럼프 금지어 사전(베르단디)’에서 가져왔습니다.
◈선경의 독서노트◈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2023년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인종 구성비는 아래와 같다.
백인 58.4%
히스패닉/라티노 19.5%
흑인 아프리카 계 13.7%
아시아인 6.4%
아메리카/알래스카 원주민 1.3%
하와이/태평양 원주민 0.3%
기타 3.1%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직후 연방정부 차원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즉 다양성,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을 전면 폐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이 행정 명령은 연방 자금 운영과 계약에서 DEI우대 정책중단을 요구했다.
DEI의 전면 철폐는 역차별을 주장하던 백인들에게는 환영받을 조치이지만 우대정책의 수혜자였던 사회적약자와 소수민족 등에게는 누리던 제도적 혜택이 사라져 사회적 복지가 퇴보한데 대한 불만과 원성을 살 정책이다.
사람의 건강은 유전적 영향 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소 무엇을 자주 먹느냐가 육체적 건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사람의 의식 구조는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투의 말을 자주 사용하느냐 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즉 PC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성별, 인종, 종교, 국가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러 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것이 요지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사회적인 운동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사회적으로 순화된 용어 쓰기 운동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다.
예를 들어 성경을 번역할때도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형제’이지만 이는 여성을 배제하므로 양성평등의 입장에서 ‘형제 자매’ 라고 융통성을 살려 의역한다. 그리고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노인’을 ‘어르신으로 호칭하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과 상통하는 언어구사법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엘리트들이 위선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원성이 쌓이면서 미국대중들 사이에 인기가 많이 떨어진 규범이 된 것은 오래전에 일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엘리트들이 자신을 포장하는 명분과 위선의 도구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동시에 트럼프의 무례한 막말이 ‘속 시원하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어 ‘정치적 올 바름’ 이라는 위선에 대한 도전으로 격상된 것이다.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고 부정한다. 트럼프가 정치적 올바름을 부정하는 속 마음은 이렇게 읽힌다.
“누군가가 상처받고 모욕당할 위험이 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 내이익을 위한 일, 내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일을 자유롭게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이과정에서 누군가가 눈물을 흘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배려 없음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하자가 불러온 결과라고 믿는다. 그것이 가치와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괘념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것은 내기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작년 9월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현 대통령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 다’고 혐오스러운 주장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영국의 강경 우파 정치인 나이젤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지난 25일 영국 LBC 라디오 쇼에 출연해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민자)이 왕립공원에 기르고 있는 백조와 잉어들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꽤 수용가능한 국가들 출신’이라며 동유럽 출신이라는 걸 암시했다. 패라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리치먼드 공원을 포함해 런던내 8개 공원을 관리하는 왕립공원 관리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발언은 이민자와 관련한 패라지의 지난 발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회자가 패라지에게 ‘이제는 아이티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주장이 완전히 터무니없다 고 받아들일 수 있나 ‘라고 묻자, 패라지가 답을 피하면서 화제를 영국으로 돌린 것이다.
패라지는 영국의 BREXIT을 선동한 강력한 EU 탈퇴 찬성파이 였다. 보수당은 당시 당론이 찬반으로 분열되었고, 노동당은 BREXIT에 반대했었다. 영국에서 국민투표결과 BREXIT 찬성이 채택되었다.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당은 원내의석 다섯명의 미니정당이지만 지난 22일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31%로 노동당(20%)와 보수당(17%)를 앞섰다. 패라지의 개혁당은 초강경 반이민정책을 핵심정책으로 내 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혐오발언 하기를 좋아한다는 차원에서 영국 정치 무대에서 패라지의 향후 확장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의미로 ‘워커(Woke)’ 깨어 있다라는 은어가 쓰이고 있다.
미국의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소수자 권리보호 와 차별 금지를 위한 언어, 행동, 규범으로 존중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이를 과도한 언어검열 그리고 표현의 자유 제약이라며 비판하고 조롱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올바름’이 미국정치에 있어서 문화 전쟁의 상징어로 자리매김하면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 일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와 인식의 틀을 재구성하는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의 원래 취지는 다원화된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을 담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위선과 약자 코스프레(costume play의 일본식 발음) 현상은 당연히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려와 존중 그리고 품위에 기반한 올바름 그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본말(本末)의 전도(顚倒)이다. 대중의 피해의식을 조장하여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전통 자체를 죄악시하여 편을 가르고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가족 구성원 중 생활 능력이 부족하고, 못생기고, 말썽을 부려도 그는 여전히 우리 가족의 일원이다. 때문에 우리는 시간과 돈과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그를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도리이다. 사회구성원 가운데서도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으로 약자가 있을 수 있다. 그들도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고 돌보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올바름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문화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선이라는 가라지는 마땅히 걸러 내 어야 한다. 하지만 올바름 자체는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고 도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할 전통이고 가치라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