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부터 사흘 동안 50년지기 친구 부부와 함께 태백산 산행을 다녀왔다
태백산맥의 상징인 태백산은 예로부터 천제단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산에서 발원하는 물이 한강과 낙동강을 이루니, 국토의 종산이자 반도 이남 모든 산의 모태가 되는 뿌리산이다
우리는 간선도로는 물론 지선도로까지 완벽하게 제설작업을 해놓은 모습을 보고 강원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검룡소(儉龍沼)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서 하루 2천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된다고 하며, 수온은 사계절 섭씨 9도 정도이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沼)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검룡소는 꽁꽁 얼어붙어 볼품 없었으나 관광안내소 직원들의 기막힌 친절에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삼수령(三數嶺)
이곳에 빗물이 떨어지면 세 갈레(한강, 낙동강, 오십천)로 나뉘어진다고 해서 삼수령이란 이름이 붙었다
옛날에는 이곳을 '피재'라고 불렀는데 삼척 백성들이 난리를 피해 황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넘어야 했다고 한다
태백산고원자연휴양림 통나무집에 여장을 풀고 LA갈비와 과메기를 안주삼아 꼬냑을 한잔씩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유일사매표소
새벽 3시부터 일어난 친구가 별을 보라고 설치는 통에 모두가 잠이 깨어버렸다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지어먹고 도시락과 커피를 준비...태백산으로 이동하여 유일사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산행 들머리의 온도계는 영하 16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전국 각지의 버스들은 아랑곳하지않고 계속 들어왔다
유일사 갈림길
진주MBC에서 여성산악회를 취재하고 있어 왁자지껄한 경상도 사투리가 온산에 가득 찼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바로 유일사로 올라가는 급경사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능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등산로가 정체되어 빨리 갈 수도 없는데다가 얼굴을 할퀴는 매서운 바람 때문에 여간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유일사(唯一寺)
유일사를 들렸다 가자는 우리의 제안에 몇 발자국 따라오던 친구와 군다는 힘들다며 그냥 되돌아 가버렸다
기막힌 자리에 자리잡은 유일사는 눈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다행히 약수는 얼지않아 물 한모금 마실 수 있었다
이소선이 태백산 백단사에서 백일기도 하던 중에 사찰을 창건하라는 부처님의 현몽을 받고 세웠다는 비구니 사찰이다
강추위에 푸르스름하게 얼어버린 친구 부인의 얼굴이 안쓰러웠지만 산행 실력은 대단하였다
태백산의 주목(朱木)1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
주목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의 모진 풍상에 굳굳이 견뎌 살아온 역경의 자국이자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면서 자신 스스로 생존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며 지극히 아름다웠다
망경사 갈림길
이곳에서 곧바로 내려가면 망경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장군봉과 천제단을 만날 수 있다
능선이 주는 장쾌한 느낌은 태백산 산행에서 느낄 수 있는 기본작인 감동 요소 중의 하나이다
태백산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리는 분기점이며, 백두대간 종주시 중요한 기점이 된다
백두대간은 태백산에 이르른 다음 비로소 동해안과 나란히 북쪽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태백산의 주목(朱木) 2
태백산에 가면 주목에 주목해야 한다
주목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기묘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확보하는 방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태백산에는 수령 30, 40년 생부터 길게는 1천년에 이르는 주목이 4천여 그루 있다고 한다
주목은 무거운 빙화를 가지에 주렁주렁 달고 눈과 얼음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어야 진가를 빌휘하는데...못내 아쉬웠다
태백산의 주목(朱木) 3
나무의 속은 텅 비어 있었고,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엔 휑하니 바람 구멍만 뚫려 있었다
줄기에서는 도무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느낌을 갖기 어려운데, 이파리들은 지독히도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비어 있으되 오히려 생명으로 충만한 주목 앞에서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였다
장군봉의 장군단(將軍壇)
천제단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으로 삼국사기에 기록이 나온다
태백산의 제단은 세개다...산객들이 천제단이라 부르는 영봉의 천왕단과 장군봉의 장군단, 부쇠봉 가는 길의 하단이 그것이다
1991년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천제단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다
이렇게 추운 날.. 막걸리를 짊어지고 와서 따라놓고 절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막걸리 냄새가 질펀하게 어려 있었다
태백산 장군봉(1,567m)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태백산은 온통 하얀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극한의 파란 하늘과 완전한 무채색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가슴 속이 뻥 뚫어짐을 느낄 수 있다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인파를 헤치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전라도 특유의 재치가 필요하였다
영봉의 천왕단(天王壇)
장군봉에서 말잔등처럼 평탄한 능선을 따라 300m쯤 더 가면 영봉이다
정상엔 천왕단이 비범한 자태로 서있는데, 흔히 천제단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제단이다
검은 박석을 켜켜이 쌓아 둥글게 울타리를 쳤고, 안에는 '한배검' 비석을 세웠다. 한배검은 단군을 일컫는 존칭이다
원형의 천왕단은 하늘이요, 직사각형의 하단은 땅이며, 삼각형의 장군단은 사람이니...천지인(天地人)을 담았다
하늘을 받들고 땅을 경외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의 고백이 이 세개의 제단에 담겨 있다
태백산 영봉(靈峰)
대한민국 천제(天祭)가 10월 3일 낮 12시, 이곳 태백산 영봉 천제단에서 봉행된다.
천제는 일년에 딱 한번 하는 제례행사인데 하늘에 영험과 소원을 빌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그런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곳 천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음복 때 내려주는 제물을 먹으면 행운이 따른다고 하여 서로 먹을려고도 한다
비록 천제에는 참례치 못했지만 영봉의 영험한 기운을 받아 우리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산행을 하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단종비각
망경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비운의 일생을 마감한 단종의 넉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단종비각이 있었다
1457년 청령포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단종의 영혼이 태백산에 내려와서 태백산신이 되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믿고 있다
단종이 승하한지 사흘 후에 인근 사람들이 동시에 이런 꿈을 꾸어 비각을 세우고 500년간 제를 올려왔다고 한다
망경사 용정(龍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70m)에 위치한 이 샘물은 천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된다
이 샘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제일 먼저 받아 우리나라 100대 명수 중 으뜸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용정은 강추위로 인해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한 모금도 마실수 없어 아쉽기 그지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다
망경사 아랫쪽의 양달에 옹색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반찬이라야 아침에 먹고 남은 김치와 매실장아치, 김 밖에 없었지만 대단히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뜨끈뜨끈한 커피까지 한모금 마시니 하루종일 얼었던 몸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였다
망경사(望鏡寺)
해발 1,470m에 위치한 망경사의 좁은 마당은 점심식사를 하는 산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는 신라 진덕여왕 652년에 자장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망경사는 1950년 6.25 전쟁 때 소실되어 없어진 것을 복원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재
반재라는 이름은 장군봉과 당골의 절반에 위치한 고개로 해석하는데 옳은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산악회 멤버들은 이곳에서 당골광장으로 내려갔지만 우리는 백단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백단사 매표소에서 1.5km 가량을 걸어 올라가 승용차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을 태웠다
첫댓글 지리산의 천왕봉 - 설악산의 대청봉 - 덕유산의 향적봉 그리고 태백산의 장군봉-올 여름의 ?산행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수없이 만난 사람들과의 어떤 인연보다 산행을 하는 우리 부부가 가장 멋진 만남같다. 좋은것을 함께 보고, 먹고 오르며 웃는 모습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동서울터미널에 내려주고 부동산경제 TV에서 올 2월 중순부터 내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을 하기로 햇다. 부족하지만 본부장님이 하라고 추천을 하는데 죽기로 해바야 겠다. 태백산에서 얻은 기운이 벌써 작동을 하나보다. 태백산행에도 힘들텐데 초등친구들과의 약속을 위해 떠난다는 너의 부부를 잡지 못하고 빈속으로 보내 미안하구나.
두분덕분에 잘먹고구경잘하고왔어요
특히 최여사는 사이다만 마셔도 취하는 우리의영원한기사님
고마웠어요
아들이 한점만 달라고 해도 주지않고 가져온 포항 과메기, 용숙씨의 사랑이 담긴 LA갈비, 고향 어머니표 김치, 태백 숯불한우구이, 강릉 안인진리 생선회..모두모두 좋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네가 지어준 쌀밥이 최고로 좋았다. 태백산의 수백년 묵은 주목처럼 우리의 우정이 영원히 변치않도록 가꿔나가자. 일정을 단축하는 바람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새로 시작하는 TV 프로그램 대박나길 빌면서, 안나푸르나의 꿈과 사랑을 위해 다시 일어서자꾸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세상에 이런 친구가 한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될것 같습니다. 형님 두 부부간의 차곡차고 쌓이는 정 오래도록 잘 키워 가시기 바랍니다.
눈이 좀 적고 물맛좋은 용정이 얼어 아쉽지만
좋은 친구와 좋은 여행
세상을 부자로 사는 방법은 멀리 있는게 아니지요
저는 눈오고 나면 한번 가볼랍니다.
찐한 우정이 묻어나는 산행기~즐감하고 갑니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네요